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 해마다 증가
대법 “유류분 부족액 산정 시 실제 상속분 공제해야”

[법알못 판례 읽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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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에 따르면 상속인에게는 최소한의 상속분이 보장돼 있다. 돌아가신 부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모든 자녀가 최소한 일정 비율만큼은 상속 받을 수 있다. 민법이 법정 상속분 중 일정 비율을 유류분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와 직계 비속은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을, 직계 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사망하고 상속인으로 자녀 둘이 있다면 자녀들의 법정 상속분은 각각 재산의 2분의 1이고 유류분은 4분의 1이 된다.

유류분 제도는 특정 상속인에게만 재산이 몰려 다른 상속인이 생계를 위협받는 일을 막는다는 취지로 1977년 도입됐다. 만약 상속인이 유류분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 다른 상속인을 대상으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08년 295건이었던 소송 건수는 2018년 1371건으로 10년 사이 5배 가까이 늘었다. 법원의 유류분 부족분 산정 방식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유류분 부족액 어떻게 산정할까

최근 공동 상속인끼리 유류분을 정산할 때는 상속으로 받게 될 실제 금액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올해 8월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 씨 등 3명이 D 씨를 상대로 상속 재산을 돌려달라며 낸 유류분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고와 피고의 아버지인 E 씨는 2013년 6월 4억1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남기고 사망했다. A 씨는 생전에 자녀들에게 약 26억원을 나눠 줬는데, 이 사건 피고인 D 씨에게 가장 많은 18억5000만원을 증여했다. 딸인 A 씨 등 3명에게는 생전에 각각 1억5000만~4억4000만원을 줬다. E 씨는 배우자와 이혼한 상태였고 재산과 관련한 유언은 하지 않았다.

E 씨의 딸들인 A 씨 등 3명은 아들인 D 씨가 아버지 생전에 아파트를 증여받는 등 현저히 많은 재산을 받았다며 D 씨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아버지 생전에 아들에게 이뤄진 증여로 딸들이 유류분만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때 돌려받을 수 있는 유류분 부족액을 어떻게 산정할지가 이번 재판의 쟁점이었다.

유류분 부족액은 유류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특별수익과 순상속분액을 뺀 금액으로 산정한다. 특별 수익은 고인이 생전에 재산을 증여하는 등 상속 재산을 미리 나눠 준 것으로 인정되는 재산이다.

여기서 순상속분액을 법정 상속분과 특별 수익을 반영한 구체적 상속분 중 어느 것을 적용해 산정하는지에 대해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랐다. 원심은 법정상속분설을 따랐지만 대법원은 구체적 상속분설을 적용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버지 사망 당시 상속 재산이 10억원이고 자녀가 2명 있는데 아버지가 생전에 한 자녀에게만 110억원을 증여한 가상의 상황을 예로 들어 본다.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은 생전에 증여된 110억원과 상속 재산인 10억원을 합쳐 120억원이 된다. 이 경우 각각의 유류분은 법정 상속분의 절반인 30억원이다.

아버지 생전에 재산을 받지 못한 자녀의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하기 위해선 상속으로 취득한 이익인 순상속분액을 공제해야 한다. 법정상속분설을 따르면 순상속분액으로 5억원을 공제한다. 상속 재산인 10억원을 법정 상속분에 따라 절반씩 나눠 갖는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 상속분설을 따른다면 10억원을 공제한다. 아버지 재산을 받지 못한 자녀가 상속 재산인 10억원을 모두 받더라도 유류분인 30억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자녀가 실제로 상속받는 금액은 10억원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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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실제 받은 상속 이익 반영해야”

이번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E 씨가 생전에 나눠준 재산과 사망하면서 남긴 아파트를 합쳐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을 30억1000만원으로 판단했다. 이 금액의 절반(15억500만원)은 자녀 4명이 똑같이 나눠 받을 수 있으므로 1인당 유류분은 약 3억7600만원이 된다.

법정상속분설에 따른 1심 재판부는 상속 재산인 4억1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는 4명이 동일하게 나눠 갖는다고 가정해 순상속분액을 계산했다. 유류분 부족분을 계산하기 위해 1인당 유류분에 각자 생전 증여받은 금액과 순상속분액을 빼자 원고 2명이 각각 1억1700만원, 1억2200만원씩 더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재판부는 아들인 D 씨에게 부족분을 나눠 주라고 선고했다. 항소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구체적 상속분설을 따른 대법원은 원심이 E 씨가 남긴 아파트를 4명이 똑같이 나눠 가질 것으로 계산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부친 생전에 적은 재산을 받은 자녀는 통상 상속 재산을 더 많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유류분 부족액을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다.

향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E 씨가 남긴 아파트가 각 자녀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배되는지를 판단해 순상속분액을 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실무에서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할 때 유류분에서 공제할 순상속분액을 법정 상속분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구체적 상속분으로 할 것인지 견해 대립이 있었다”며 “이 판결을 통해 유류분 제도의 입법 취지 등에 부합하게 상속인의 상속 이익을 정확히 반영해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돋보기]
유류분 분쟁시 미리 받은 재산은?

대법원은 올해 7월 공동 상속인이 다른 공동 상속인에게 무상으로 자신의 상속분을 양도한 경우에도 그 상속분을 유류분 산정 시 기초 재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장녀 F 씨가 차남 G 씨를 상대로 제기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남긴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며 아파트를 무상으로 양도받은 경우, 이를 어머니 사망 시 상속 과정에서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 재산에 산입해야 한다는 게 이번 판결의 요지다.

F 씨와 G 씨의 아버지인 H 씨는 1980년 사망하면서 아파트를 남겼다. 차남 G 씨는 아버지 사망 후 어머니인 I 씨와 함께 아파트에 거주했다. I 씨는 2011년 5월 차남 G 씨에게 아파트에 관한 자신의 상속분을 무상으로 양도했고 같은 해 9월 사망했다.

장녀 F 씨는 이 같은 상속분 양도가 재산 증여에 해당하므로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에 포함돼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상속 재산으로 보고 F 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G 씨가 아버지 H 씨에게 직접 아파트를 승계받았고 어머니 I 씨에게 증여받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증여가 아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유류분을 산정할 때 기초 재산에도 산입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파트 상속분을 포함해 유류분 산정을 해야 한다며 항소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되는 증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 행위의 법적 성질을 형식적·추상적으로 파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재산 처분 행위가 실질적인 관점에서 피상속인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무상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상속분 양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별 수익에 해당하므로 그 상속분은 I 씨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에서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 재산에 산입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에는 상속분 양도와 특별 수익,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 재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최한종 한국경제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