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분야 가장 큰 타격 전망…상생안 ‘실효성 없다’ 비판 여전

[비즈니스 포커스]
9월 14일 서울의 한 법인택시 회사 주차장에 운행 나갈 카카오택시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9월 14일 서울의 한 법인택시 회사 주차장에 운행 나갈 카카오택시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인들의 삶에 카카오가 침투하지 않은 영역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모바일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고 택시를 호출하고 미용실을 예약하며 모바일로 선물을 주고받는 데도 카카오가 쓰인다.

이처럼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카카오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발단은 택시 요금 인상 시도였다.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8월 초 배차 성공률을 높이는 ‘스마트 호출’의 최대 요금 폭을 5000원으로 인상한 것이다. 사실상 요금 인상과 다를 바 없다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회사에 주목했다. 김 의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의 불성실한 공시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여기에 케이큐브홀딩스에 김 의장의 자녀들이 채용된 것에 대한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따라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9월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전체 회의를 열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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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침해 논란 사업은 철수할 것
9월 14일 발표된 상생 방안에는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및 혁신 사업을 중심으로 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기금 5년간 3000억원 조성, 케이큐브홀딩스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핵심은 골목상권 침해로 논란이 된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다. 논란이 된 계열사는 정리와 철수를 검토할 예정이다. 케이큐브홀딩스는 미래 교육과 인재 양성과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한다. 김 의장은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 회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해 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중심에 선 계열사는 카카오모빌리티다. ‘집중 포화’를 받은 카카오모빌리티도 같은 날 상생 방안을 내놓았다. 문제가 됐던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고 택시 운전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을 월 3만9000원으로 인하한다. 프로멤버십 요금과 혜택에 대해서는 택시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모색한다. 또 골목상권 진출 직접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있었던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는 철수한다. 대리 운전사들과의 상생을 위해 기존 20%의 고정 수수료 대신 수요 공급에 따라 0~20%의 범위로 할인 적용되는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고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진행되는 대리 운전 사업자들과의 논의 채널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상생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이동 경험 혁신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들겠다는 회사의 목표를 되새기고 업계 종사자분들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혁신을 지속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생 방안에도 여전한 업계 반발
대기업들이 진출했다면 분명 문제가 될 사업군이지만 플랫폼 기업을 향한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이용했다는 것이 카카오를 향한 비난의 핵심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네이버는 몇몇 군소 O2O 사업의 철수, 사업 파트너 및 이용자들과의 상생 추구 등 정부의 규제에 상당 부분 호응하는 행보를 취한 반면 카카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플랫폼 사업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등에 업고 모빌리티 일부와 O2O 비즈니스에 대한 공격적 성장 전략을 추구하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야기한 부분이 있다”며 이번 규제의 사정권에 든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원인에는 ‘모빌리티 사업’이 있다. 특히 모빌리티는 플랫폼 기업들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각종 규제와 기존 업계와의 갈등이 심각했던 산업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는 가맹 택시를 꾸준히 늘리며 택시업계와의 융화를 시도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 중인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T는 가입자 수 2800만 명, 월간 순 사용자(MAU) 462만 명으로 택시 사업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택시 운전자들 중 카카오T에 가입하지 않은 운전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카카오모빌리티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택시운전사는 24만3709명이었으며 카카오T 가입 운전사는 22만6154명(올해 8월 기준)으로 약 92.8%의 택시운전사가 카카오T에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택시 시장을 점령한 카카오모빌리티로써는 내년 기업공개(IPO)에 앞서 택시와 함께 안정적인 수익원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다음으로 주목한 것이 대리 운전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카카오T대리에 대해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향후 성장 여력이 높고 고정비가 크지 않아 일정 궤도에 오를 경우 카카오모빌리티 사업 중 수익성이 가장 좋은 모델 중 하나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리 운전 시장은 기존 전화콜업체들이 운전사들에게 보험료와 중개료 등을 포함한다는 명목하에 과한 수수료를 부과해 카카오의 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래저래 대리 운전은 모빌리티 신사업으로 개척하기 적합한 시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논란으로 모빌리티를 포함한 카카오의 신사업 진출기는 제동에 걸리게 됐다. 모빌리티 분야에서 촉발된 논란으로 타 신사업에도 불똥이 튈 것은 자명해졌다. 여기에 카카오 상생안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발표된 상생 방안은 카카오모빌리티에 미칠 매출 하락 효과가 5% 수준이라는 점, 핵심 골목상권 업종에 대한 철수 여부 미발표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업계의 반발도 여전하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8월 전화 호출 대리 운전 업체 두 곳을 추가로 인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9월 28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회·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과 함께 기자 회견을 열고 대리 운전 시장에서 즉각 철수하라며 반발했다. 이들 단체들은 “카카오의 지속적인 골목상권 침탈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현실을 호소하기 위해 모였다”며 정부와 국회에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해당 인수 건은 8월 진행됐고 9월 초 연합회로부터 추가 인수 중단을 받고 난 이후에는 추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상생안 발표에도 논란이 이어지면서 카카오는 추가 대책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9월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디지털플랫폼 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상생안을 잘 준비하고 방안을 마련해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9월 14일 발표한 상생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구체적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