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민 엠로 대표, 클라우드·AI 등 디지털 혁신 솔루션 기반 글로벌 SW 기업으로 도약할 것

[인터뷰]
대담=한상춘 한국경제 논설위원, 정리=정채희 기자 /사진 서범세 기자
“한국 1위 넘어 K소프트웨어 바람 일으키겠다”
‘공급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산업계의 화두가 된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공급망이 선두에 있을 것이다. 전 세계를 촘촘하게 이어 주던 연결이 한순간에 끊기면서 기업들은 ‘공급망 리스크’를 실감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상품과 부품의 조달·생산·물류의 많은 부분이 붕괴 위험에 처했다. 기업들은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현재의 경영 환경에 너도나도 공급망 리스크 개선에 나섰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시대의 요구에 공급망 관리 기업들의 몸값이 뛴 것은 당연지사다. 구매 공급망 관리(SCM) 소프트웨어 솔루션 한국 1위인 엠로도 그중 하나다. 2000년 설립된 엠로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48억원, 영업이익 64억5900만원, 당기순이익 37억59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35%, 당기순이익 493%, 영업이익 600%의 성장과 함께 영업이익률 14%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 8월 코스닥 이전 상장을 성공리에 마쳤다.

자동차·전자·철강·화학·유통·의료·금융 등 산업 영역에서 280여 개 기업에 SCM 솔루션을 공급하며 삼성·현대차·LG·한국전력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엠로는 SCM 분야 한국 1위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뉴노멀과 디지털 전환 시대에 SCM이 기업 생태계의 핵심 요소로 자리한 만큼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당찬 포부다. 지난 9월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엠로 본사에서 송재민 대표이사를 만났다. 송 대표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인공지능(AI) 디지털 혁신 솔루션을 기반으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K소프트웨어 바람을 불러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일반인에게는 SCM이 다소 생소하다.
“1990년도 중·후반부터 교통·통신 등이 발달하면서 기업들이 글로벌 소싱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구매 공급망 관리(SCM : Supply Chain Management) 전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세계적 화두가 됐다. 한국에서는 고 이건희 삼성 명예회장이 ‘구매의 예술화’를 강조하면서 시작됐다. SCM의 중요성은 애플을 예로 들 수 있다. 10년 전 팀 쿡이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면서 ‘이제 애플은 망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지금은 어떤가. 주가는 100배 이상 뛰었고 기업 가치는 3000조원에 육박한다. 이를 만든 팀 쿡 CEO가 바로 SCM 담당 임원 출신이다. 사람들은 이제 ‘스티브 잡스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고 팀 쿡은 애플에 현금 덩어리를 선물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기업 대부분의 부가 가치는 공급망을 통해 이뤄진다. 이 공급망 관리를 어떻게 잘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필수인 시대가 되고 있다.”

-엠로는 어떻게 SCM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됐나.
“미국 회계법인에서 근무할 때 ‘닷컴 열풍’이 불 때였다. 회계적으로 보면 소규모의 기업들이 수천억원대의 기업공개(IPO)를 하는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 기술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오리란 걸 깨달았다. 이 시대는 규모의 경제가 아닌 네트워크를 통한 경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한국에 돌아와 SCM 솔루션 회사인 엠로를 설립했다. 한국에서 기업들이 SCM의 중요성을 인지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최근 5년간 SCM 영역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고객사도 상당하다.
“엠로는 SCM 영역에서 혁신 솔루션을 창출해 내는 일을 하고 있고 생태계 경제를 위한 관계 최적화에 관련된 솔루션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재무회계나 생산관리와 같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영역이 내부 통제형 시스템에 가까웠다면 엠로는 기업 내부보다 기업이 외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최적화하면서 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올릴 수 있을지를 연구한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엠로는 현재 삼성·현대차·LG·SK·포스코·한화그룹 등 다수의 글로벌 대기업들과 한국전력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건강보험심사평가원·한국도로공사 등 대표적 공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또한 새롭게 떠오른 우아한형제들이나 엔씨소프트,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같은 기업들도 엠로의 솔루션을 기반으로 구매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 성장세가 무섭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고객사에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진행하기 위해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인 ‘엠로 클라우드’를 출시했는데 비대면 환경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엠로 클라우드는 엠로의 구매 전문성과 기술력을 집약해 클라우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다. 구매 업무가 계약·검수·정산 등에서 협력 업체와 수많은 접점이 이뤄져야 하는데 비대면 환경에서는 제약이 많다. 이런 환경에서 클라우드 서비스가 효율적으로 업무를 보조할 수 있다. 구매 업무를 위한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려면 6개월 이상이 걸리지만 엠로 클라우드로는 2개월이면 된다.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 Software as a Service)로서 자체 시스템 구축 대비 약 40%의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엠로에서 운영까지 전부 토털 아웃소싱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비용과 운영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도입 첫해부터 많게는 10%에서 적게는 3%까지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다. 앞으로 비대면 업무 환경이 일반화되면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 송재민 엠로 대표. /서범세 기자
(사진) 송재민 엠로 대표. /서범세 기자
-AI에서도 돋보이는 기술력을 지녔다고 들었다.
“구매 업무는 외부와 관계를 맺는 일이기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쌓인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능화된 SCM을 준비했다. AI 기반의 디지털 혁신 솔루션인데, 2019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현재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AI 알고리즘을 3개 보유하고 있고 6개의 제품을 출시했다. AI나 클라우드를 활용한 SCM은 정확하고 효율적인 구매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수요 예측을 통해 적정 재고가 얼마인지 파악해 발주를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만들었는데 재고를 예측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 식자재나 유통 업체 등 재고 관리에 고비용이 들어가는 업계에서 요긴하게 쓰고 있다. 또 최근 출시한 알고리즘은 의료업계에서 암 치료 시 환자의 생존율을 따져 보는 솔루션에서 착안했다. 특정 제품이 얼마에 내놓으면 팔릴 것인지, 며칠이 지나면 팔릴 것인지 등 특정 이벤트에 대한 예측력을 가질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명품 중고 시장에서 유용한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술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 같다
“2016년 코넥스에 들어갈 때는 2년 후인 2018년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그때 마침 인더스트리 4.0 이야기가 나오면서 우리가 시급히 도입해야 할 신기술들이 등장했다. 클라우드·AI·블록체인이다. IPO는 뒤로 미루고 신기술에 올인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과감하게 기술 투자를 진행하며 3년간 약 200억원 가까운 비용을 연구·개발(R&D)에 썼다. 그런 기술 투자가 결실을 보면서 재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술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투자할 것이다.”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인가.
“클라우드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현재 NTT도코모와 제휴, 일본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고 동남아에서는 베트남 국영 통신사인 FPT와 협의 중이다. 미국에서는 오나인솔루션즈란 회사와 협업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생산 예측 솔루션이 있고 엠로는 공급망 관리에 역량이 있으니 해당 플랫폼에 우리 솔루션을 올리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
“대기업용 기간 시스템인 ERP·고객관계관리(CRM)·파트너관계관리(PRM) 등 핵심 모듈 중에서 ‘국산’으로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은 엠로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외산 솔루션들을 대기업에서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 소프트 파워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한국의 경제 구조나 노동 인구도 점차 고부가 가치 업무로 바뀌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 인더스트리는 약한 편인 게 사실이다. 엠로가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이 좋은 사례가 돼 한국에도 우리처럼 제대로 된 엔터프라이즈형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엠로 역시 한국 1위 사업자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더 많은 부가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K소프트웨어 바람을 일으키는 데 엠로가 성공적 역할을 할 것이다.”

송재민 엠로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딜로이트 앤드 투시 뉴욕을 거쳐 한국투자파트너스 투자1팀 팀장을 지냈다. 엠로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