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시동’…진격의 K배터리 CEO
전영현 삼성SDI 사장

[스페셜 리포트]
그래픽=배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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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는 올해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차세대 신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해 배터리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2016년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로 위기에 빠진 삼성SDI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영현 사장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강화하며 위기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와 각각 손잡고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어 삼성SDI의 미국 진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로 게임체인저 노려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중 미국 내 생산 기지를 마련하지 못한 곳은 삼성SDI가 유일하다. 삼성SDI는 미국 내 배터리 셀 생산 라인이 없고 배터리 팩 조립 공장만 가지고 있는데 이는 해외에서 배터리 셀을 들여와 조립하는 시설이다.

미국은 유럽·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 발효에 따라 전기차 부품의 역내 생산이 불가피함에 따라 삼성SDI가 현지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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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는 경쟁사들보다 해외 생산 거점 마련에 신중한 자세를 보여 왔다. 그러던 중 올해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삼성SDI는 미국 내 첫 배터리 셀 공장 부지로 일리노이 주와 미시간 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고객사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미국 공장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 합작 파트너로는 세계 4위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 또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리비안이 거론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면 수주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만 삼성SDI가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 형태로 미국에 공장을 설립할 것인지, 독자적인 공장을 세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사장은 미래 성장 동력인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 개발을 선도하기 위해 연구·개발비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삼성SDI의 2020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개발비용 8083억원을 집행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매출액 대비 7% 이상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전 사장은 올해 3월 정기 주주 총회에서 “전기차 배터리는 전기차 사용 고객의 생명과 직결된다”며 “시장 선점을 위한 발 빠른 생산 능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술력에 기반한 품질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우선시돼야 하고 차별적 품질을 굳건히 한다면 중·장기 성장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차세대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SDI는 한국 기업 중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SDI는 2021년 말 5세대(Gen 5) 배터리 양산 이후 2023년 6세대, 2025년 7세대, 2027년 8세대 배터리를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SDI가 최근 양산을 시작한 차세대 배터리 ‘젠5’는 BMW의 순수 전기차 i4와 iX에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2027년 8세대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가 준비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900km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급속 충전에 따른 기술 안정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