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업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불가피…주식 시장의 승자는 늘 소수라는 점 기억해야

[머니 인사이트]
(사진)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한 트레이더가 9월 30일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사진)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한 트레이더가 9월 30일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구에서 가장 치명적인 포식자는 가장 힘이 세거나 빠른 것이 아니라 예측할 수 있는 시간의 범위가 가장 큰 호모 사피엔스다.”(피터 레일턴 미시간대 철학과 교수)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동물보다 먼 미래를 가늠하고 앞서 행동했기 때문이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성장 기업은 변화를 먼저 전망하고 이에 기반해 위험을 피하고 기회를 포착해 살아남았다.

내년 경제성장률 올해 수준 넘기 힘들어

기업들은 4분기에 내년을 준비한다. 편차가 있겠지만 조직을 정비하고 사업 계획을 세운다. 대부분 내년 목표를 올해보다 낮게 설정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더 나아진다는 가정을 갖고 시작한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올해보다 내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항상 오르고 내리는 부침의 역사를 보여준다. 어쩔 수 없이 내년을 상향 조정해 제출해야 하는 내부 직원을 통해 발표되는 희망의 숫자에 현혹되면 안 된다. 특히 2021년의 지금이 그렇다. 투자자라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현실적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시장은 아직 희망 고문이 많다. 기대를 낮춰야 되레 기회가 생긴다.

2021년에 비해 2022년 경제성장률은 높아지기 어렵다. 기저 효과를 감안해도 그렇고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행됐던 적극적인 정부 정책도 대부분 소멸되기 때문이다. 비용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병목 현상과 노동력 부족은 물가를 자극하고 에너지 가격도 쉽게 진정될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도 미지수다.

2018년과 2019년 시장을 압박했던 미·중 갈등 이슈가 재점화하고 있다. 미·중 가치 충돌이 길어지는 시기로,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부담 요인이다. 정책적으로는 정부의 재정 지출이 늘어도 성장 기여도는 높지 않을 수 있다. 정책 방향이 성장보다 빈부 격차 및 환경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 지출은 경제 전체보다 전적으로 관련 산업만의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재정 지출이 늘어나도 경제 성장을 위한 재정 지출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2022년 투자 전략…기대 낮아질 때가 ‘기회’
2022년 투자 전략…기대 낮아질 때가 ‘기회’
국가별로는 여전히 미국 경제가 가장 견조

국가별로 판단할 때 여전히 미국 경제가 가장 견조하다. 미국의 최근 인프라 투자 정책을 보면 전통 인프라가 포함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재정 지출이 환경 및 저소득층 복지에 맞춰져 있다. 2020년 2분기~2021년 상반기 집중됐던 민간으로의 직접적인 현금 유입과 이를 통한 지출의 증가는 없다. 금융 정책은 2022년 6월까지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이후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져 지금까지의 완화적인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법인세의 인상과 금융권 및 정보기술(IT) 규제의 시행이 다가오고 있어 경제의 성장보다 방향 전환 시기로 판단하는 것이 편하다. 다만 수요의 감소가 일정 수준 이상 나타나기 어렵고 경기의 추세 자체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안정적인 경제 성장 정도는 기대할 수 있는 구간이다.

유로존은 정치가 변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퇴임 이후 정치 지형의 변화가 예견된다. 연정 및 내각 구성 속도는 지연되고 있지만 기존의 예상대로 사민당을 중심으로 연정이 구성된다면 기대 요인이다. 사민당은 재정 지출에 우호적이다. 50% 이상의 수출입이 유로존 내에서 이뤄지는 경제의 특성상 누군가는 소비해 주는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과거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 온 것이 남유럽 국가들이었다. 재정 지출이 풀리게 된다면 유로존 내부의 수요 상승이 나타나면서 독일의 수출이 증가하는 선순환 과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합적이다. 2022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경제에 부담이지만 이후 정책 전환 여부에 따라 세계 경제 성장에 힘을 보탤 수 있다. 2022년은 중국에 매우 특별한 해다. 바로 6세대 지도부의 인선 결과가 공개되는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시장의 이목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임 여부에 주목한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부양책이다. 과거 중국의 재정 수지 추이를 살펴보면 경제 위기 구간과 별개로 당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 확장 재정, 새로운 지도부 출범 이후 긴축 재정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국민에게 보내는 일종의 선심성 정책이다. ‘공산당이 없다면 신중국도 없다’는 노랫말처럼 정략적으로 본다면 2022년 중국 정부의 부양책(스몰 부스팅)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정책 전환을 위한 조건 역시 2022년에 무르익게 된다. 중국의 ‘AAA’ 이하 등급 회사채 만기 비율은 현재 평균 40%대에서 2022년 4월 70%대로 팽창했다가 이후 점진적으로 축소된다. 이는 현재 크레디트 리스크 관리 기조가 전환될 수 있는 근거이자 인민은행의 정책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물가(PPI 기준)를 견인하는 유가 상승률 역시 역기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 정책을 위한 여건 또한 조성될 수 있다. 2021월 12월 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가 개최된다. 당 지도부는 이번 회의에서 2022년 정책 전환을 알릴 것이고 실제 행동은 크레디트 리스크와 물가 압력이 해소되는 2022년 4월 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 이후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경기는 견조하지만 성장에는 한계 봉착

전반적으로 2022년을 2021년과 같은 선상에 놓고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다.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 과거와 같이 테이퍼링에 의한 긴축 발작, 경기의 재침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2021년 나타났던 성장세와 동일한 추세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회복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경기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경기의 성장세와 추세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2020년의 급격한 하락이나 2021년의 급격한 상승 추세가 정상화되는 구간으로 판단하면 좀 더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전반적으로 견조하지만 성장률은 낮아지는 그림이다.

좋게 봐야 경제 정상화 정도인데, 기업 이익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다. 아쉽게도 모두가 긍정적으로 보려고 할 때 시장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 기회를 잡는 것은 기대가 낮을 때다. 역사적 수출 금액과 달리 수출 증가율 피크 아웃에 반응하기 시작했고 경기선행지수가 더 나아질 수 있을지도 모를 수준까지 치솟았을 때 시장은 변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 경기 사이클 지표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를 보자. OECD 주요 6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8월 현재 100.4까지 올라선 상태다. 단적으로 OECD 경기선행지수가 현 수준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수익을 안겨줬을까. 데이터는 그렇지 않았다.

경기선행지수 현 레벨에서의 코스피 1년 후 주가를 조사해 보자. 현재와 비슷한 레벨이 1980년 이후 총 6회, 당시 코스피의 1년 후 성과는 1980년대(1983년 7%, 1987년 62%) 빼고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경기선행지수가 높은 수준이 아니라 되레 100포인트 깨지고 불황에 접어들었다는 뉴스가 창궐할 때가 기회였다.
2022년 투자 전략…기대 낮아질 때가 ‘기회’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 하향 조정 불가피

결국 내년의 키워드는 ‘기대’다. 더 정확히는 이익에 대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다. 컨센서스는 기댓값일 뿐이지 그 기업의 확정된 실적은 아니다. 당연히 언제든 변화될 수 있는 변수다. 이 값을 토대로 한 주가 레벨, 즉 밸류에이션도 상황에 따라 급변한다.

지금의 싼 가격이 하루아침에 기댓값의 변화로 비싼 주가가 될 수도 있다. 현재 2021년 코스피의 연간 영업이익률 컨센서스는 9.1%에 달한다. 2021년 연간 실적이 오롯이 발표될 내년 상반기까지 우리 기업에 대한 기대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기업들의 체질적 강화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수출 증가율만 보더라도 한국 기업들의 수출과 마진율 축소는 불가피하다. 9월 수출 금액 558억 달러라는 화려함 속에는 전년 대비 17%까지 내려온 증가율의 하락이 숨겨져 있다. 올해 5월 수출 증가율 고점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다. 수출 증가율 둔화는 곧 한국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 둔화를 의미한다.

매출 증가율이 중요한 이유는 고정비 커버 등 영업 레버리지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가파르게 하향 조정되기 시작했다. 3분기 실적 시즌이 개막되면서 매출 증가율 둔화와 동시에 올라섰던 비용 변수들은 이제서야 조금씩 기업 이익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아직 기댓값 조정은 본격화되지 않았다. 2022년 코스피 영업이익률은 무려 9.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에 대한 논문을 살펴보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익 추정치의 상향 조정은 빠르게, 이익 추정치의 하향 조정은 뒤늦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3개월 동안 이익 추정치를 상향 조정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면 애널리스트들이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을 미루고 있는 상태일지 모른다.

2021년 연간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겠지만 이익 추정치는 현재 수준보다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계절적으로도 3분기와 4분기는 실제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때가 많았다. 이러한 실적 전망치는 올해 하반기뿐만 아니라 내년 실적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현재 형성돼 있는 컨센서스 9.6%의 영업이익률은 최근 우려가 커지고 있는 운송비·연료비·인건비 등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가 보수적으로 반영된 수치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와 함께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2022년 투자 전략…기대 낮아질 때가 ‘기회’
내년 한국 증시 박스권 형성 가능성 높아

이번 가을 하늘은 유난히 높고 푸르다. 역설적으로 푸르디 푸른 가을 하늘이 9월 이후 가팔랐던 주가 조정의 배경이다. 글로벌 생산의 중심축인 중국이 전력 차질로 생산 라인이 멈췄고 그 결과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이 더디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디플레이션을 수출했지만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수출국으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의 변신은 글로벌 가치 사슬에 크나큰 부담이 되고 있고 한국 기업 역시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러한 변화를 만약 빠르게 반영해 투자자들의 기대가 낮아진다면 한국 시장의 2022년은 화려해질 수 있다.

기대가 낮아지는 과정에서 황소의 귀환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높아진 기댓값이 낮아지는 것은 실적 시즌을 통하는 수밖에 없다. 예상과 기대의 간극을 좁혀 가는 과정은 그래서 분기 이상, 때로는 1~2년까지도 걸린다. 이번에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역사상 최고의 레벨을 보여주는 3분기 실적 기대, 그러나 이제야 실적 기댓값 조정이 시작됐고 아직 우리 기업 이익의 기대 수준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1~2분기 내에 이익 기대 수준이 급속히 낮춰진다면 2022년은 기회의 시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주가 하락과 기대치의 하향 속도가 분기마다 소폭 진행된다면 증시는 좋게 봐야 박스권 시장일 가능성이 높다. 기대는 일종의 가능성일 뿐이다. 기대와 달라질 때 다수는 두려워하지만 소수는 기회로 활용한다. 주식 시장의 승자는 항상 소수였다는 것을 잊지 말자. 2022년 기대가 낮아질 때가 기회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