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KB증권, 국내 첫 ‘ROE+·ESG’ 통합 평가…1위 ‘코웨이’
수익성과 지속가능성 함께 잡는 ‘ROESG 경영’ 새 트렌드로
ROESG는 최근 일본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개념이다. 니케이신문은 지난 3월 92개 일본 기업, 128개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ROESG 랭킹 조사를 실시했다. 일본의 식품 기업 메이지 홀딩스가 ROESG를 임원 평가에 반영하는 등 일본에서는 ROE와 ESG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ESG 원년’을 지나 ‘ESG 2.0’ 경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ESG가 실적 개선과 수익성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ESG를 고려하지 않는 ROE에서 ESG를 고려한 ROE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ESG 펀드에 돈이 몰리고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옥석 가리기’도 필요하다. 이때 ROESG가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경ESG는 일본 ROESG 랭킹 조사 모델을 참고해 ‘2021 ROESG 조사’를 실시했다. 평가 대상은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상장사, 글로벌 ESG 평가 기관(MSCI, S&P글로벌, 아라베스크)에 모두 평가가 존재하는 기업, 3년 평균 자기자본 비율 30% 이상, 3년 연속 흑자 등 4개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국내 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최근 3년 평균 ROE(연결 기준 ROE, 지배주주 지분)에 ESG 점수를 곱해 최종 순위를 매겼다.
2021 ROESG 조사는 각 ESG 평가 기관의 종합 점수에 기반한 ESG 점수를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MSCI, S&P글로벌, 아라베스크(독일) 등 국내 기업이 많이 포함된 3개 기관의 평가 결과에서 ESG 점수를 산출했다. ESG 평가 기관별로 점수를 산출한 이유는 편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각 ESG 평가 기관은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가운데 중시하는 요인이 조금씩 다르다. ESG 평가 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중요시하는 요인은 평균화된 ESG 점수에서 도드라질 것이라는 가정이다. ESG 점수는 평가 기관별 상위 10% 기업은 10점(만점)을 부여하고 이후 10% 구간마다 1점씩 줄이면서 점수를 부여한 후 평균을 내는 방식이다.
자기자본 비율을 30% 이상으로 한정한 이유는 과도한 레버리지 효과에 따라 ROE에서 착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또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가운데 흑자와 적자를 오가는 기업을 피하기 위해서다. 조사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ESG 점수 하위 30% 기업은 전체 순위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국내 70개 기업에 대한 ESG 점수를 분석했으며, 최종적으로 50개 기업을 ‘ROESG 톱 50’으로 선정했다. 톱 3 기업은 코웨이·LG생건·삼성ENG
ROESG 톱 50은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달성한 한국의 대표 기업이다. 코스피 47개 종목, 코스닥 3개 종목을 포함했다.
ROESG 톱 50은 그간 ESG 경영의 선도 기업으로 꼽힌 곳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상위권 기업 중에는 대외적으로 ESG 경영을 강조하지 않는 곳도 다수 있다. ESG에 대한 비판점 중 하나가 ‘워싱’이라면, 이번 조사에선 기업의 홍보 수단이나 실적 악화의 면피용으로 ESG 경영을 말하는 곳은 제외했다. ESG와 ROE가 모두 기업 가치 상승에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ESG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받는다.
ROESG 톱 50은 ‘ESG를 위한 ESG’가 아닌 ‘지속적인 기업 가치 창출을 위한 ESG’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기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ROESG 1위는 코웨이가 차지했다. 코웨이는 시가총액 5조7121억원으로 코스피 63위에 해당한다. 코웨이가 환경 가전 선도 기업으로 렌털업계 1위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만, ESG 경영의 대표 주자로는 꼽히지 않았다. 코웨이가 1위를 차지한 비결은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 관리에도 탁월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코웨이는 최근 3개년 평균 ROE 31.3%, ESG 점수 10점을 얻어 1위에 올랐다.
코웨이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3.3% 증가한 1조784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렌털업계의 수익성을 엿볼 수 있는 국내외 고객 총계정 수는 2분기 기준 866만 계정을 달성했다. 코웨이는 지난 2006년 환경 경영을 선포한 이후 지속 가능 경영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8월에는 ESG 위원회를 신설해 경영 전반에 ESG를 체계적으로 접목하는 시도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은 우수한 ESG 점수를 바탕으로 종합 2위에 올랐다. ROE 19.5%, ESG 점수 10점을 얻었다. 특히 LG생활건강은 MSCI 등 글로벌 평가 기관으로부터 제품 품질 및 안정성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화장품 제조 과정에서 주요한 이슈 중 하나인 수자원 관리와 탄소배출량 관리에도 적극적이다.
2009년부터 매년 ‘CSR 보고서’를 통해 지속 가능 경영 활동을 보고해온 LG생활건강은 올해부터 ‘ESG 보고서’로 이름을 바꿔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분야에 따른 목표와 성과를 점검하기로 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약진도 놀랍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년 평균 ROE 17.2%, ESG 점수 9.7점으로 3위에 올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시장의 빙하기로 혹독한 구조 조정을 거쳐야 했다. 부활의 날갯짓을 통해 올 2분기에는 2012년 이후 9년 만에 최대 실적을 거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프로젝트 수주·수행 차별화와 디지털 혁신을 동시에 추구했다. 엔씨소프트는 ROE 17%, ESG 점수 9.3점으로 ROESG 점수 15.8점을 획득하며 4위를 차지했다. 게임업계는 ESG 경영 후발 주자에 해당한다. 엔씨소프트가 ESG 보고서를 발간한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8월 12일 게임업계 첫 ESG 보고서인 〈엔씨소프트 ESG 플레이북 2020〉을 발간했다. 그럼에도 ‘2021 ROESG’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엔씨소프트는 MSCI 평가에서 특히 지배구조 점수가 높은 편이며, 인적자원 관리와 데이터 보안 부문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5위에 오른 SK하이닉스는 ROE 16.5%, ESG 점수 9.3점을 얻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고용량 모바일 신제품 출시와 기업용 SSD 제품 확대를 통해 낸드플래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과 수자원 관리 능력을 끌어올리는 ESG 경영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ESG 경영 강화와 소통에도 적극 나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올 초 10억 달러(1조15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Green Bond) 발행에 성공했다. 메모리반도체의 제조 공정 중에는 탄소배출이 필수지만, SK하이닉스는 RE100 참여를 비롯해 친환경 행보를 지속하면서 투자자의 인식을 바꾸고 있다.
ROESG 톱 50의 평균 ROE는 8.66%, 평균 ESG 점수는 8.04점이다. 그중 상위 5개 기업은 최근 3년 평균 ROE가 16%로 높은 수익성을 나타낸다. ESG 점수에서도 9.3점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ROESG 6~10위에는 각각 네이버, 삼성전자, CJ제일제당, GS건설, 삼성전기가 올랐다.
ESG 점수만 볼 때 만점(10점)을 받은 곳은 코웨이, LG생활건강, 삼성SDS, 아모레퍼시픽 등 4곳이다. MSCI, S&P, 아라베스크 등 세 기관으로부터 모두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주요 그룹별로는 삼성그룹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50개 기업 중 총 7개사(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S, 제일기획, 삼성물산, 삼성SDI)가 삼성그룹 관계사다. 이어 LG그룹(LG생활건강, LG전자, LG이노텍, LG, LG유플러스, LG화학)이 6개사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선 5개사(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기아, 현대차)가 포함됐다. 또 SK그룹은 3개사(SK하이닉스, SK텔레콤, SK)가 이름을 올렸고, 포스코그룹(포스코,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인터네셔널)과 CJ그룹(CJ제일제당, CJENM, CJ대한통운)에서도 각 3개사가 ROESG 톱 50에 이름을 올렸다.
서비스와 전기·전자 업종 강세
업종별로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분야가 두드러진다. 또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 업종도 두각을 나타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 업종 코드를 기준으로 한 분석이다.
ROESG 톱 50은 모두 17개 업종으로 구성됐다. 그중 서비스업(7개), 전기·전자(7개), 화학(7개), 금융업(5개)의 비중이 높았다. 일본의 ROESG 조사에서도 서비스와 전기·전자 업종은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이들은 글로벌 ESG 평가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평가 대상에 포함할 만큼 ESG 관련 정보가 잘 공개되어 있고, 이를 기반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ESG 정보 공개가 활발한 업종이 ESG 점수도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으론 업종별·산업별 ROE의 편차가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서비스업은 높은 ROE를 차지한다. 업종별 편차는 ROESG의 비판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수익성과 ESG를 함께 평가하며 ROESG라는 성과 목표를 제안한 점은 기업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돋보기 /
ROESG와 기업 가치의 상관관계는? 일본에서는 최근 ESG 경영으로 형성한 비재무적 자본이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며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비재무적 자본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목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ROESG 점수가 어느 정도로 기업 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ROESG 톱 50을 점수별 5개 집단(상위 20%부터 하위 20%까지 5단계로 구분)으로 그룹화해 평균 PBR을 확인했다. 그 결과 상위 20% 집단의 평균 PBR은 3.02배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높은 ROESG가 기업 가치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함을 보여주었다. ‘ROESG가 높은 기업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다’는 명제를 증명한 셈이다.
ROESG 톱 50 기업의 수익성과 ESG 점수 간 상관관계도 조사했다. ESG 활동이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 결과 상위 20% 그룹은 ESG 점수와 ROE가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ESG 점수가 높은 기업이 수익성도 높게 나타난 것이다. 물론 ESG 활동이 활발해 수익성이 높은 건지, 수익성이 높아 ESG 활동이 활발한 건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또 상위 20%를 제외한 나머지 그룹에서는 오히려 역의 상관관계가 발견된다.
돋보기/
ROESG가 높으면 주가수익률도 높을까? 투자자들이 ROESG에 대해 프리미엄을 주기 시작한 배경에는 주가수익률이 있다. ROESG 고성과 집단이 리스크를 조정한 수익률 측면에서 좋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ROESG와 주가수익률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ROESG 톱 50 기업을 점수별로 그룹화한 5개 집단으로 시가총액 가중 지수를 만들었다. 5개 집단으로 나눠 지수화한 후 최근 2년간 집단별 지수 수익률과의 변동성을 확인해보았다. 개별, 종목별 이벤트를 최소화해 ROESG의 고성과 집단의 리스크를 감안한 수익률을 비교해보기 위해서다.
그룹화한 5개 지수의 최근 2년간 수익률과 표준편차를 비교한 결과 상위 40~60% 집단을 제외하고는 ROESG가 높을수록 주가수익률이 좋았다.
그래프에서 버블의 크기가 클수록 리스크가 낮으면서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버블의 크기가 작을수록 리스크가 크고 리턴은 낮다는 의미다. 즉 ROESG가 높은 집단일수록 주가 변동성이 낮으면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ROESG가 좋은 투자처를 선별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이현주 한경ESG 기자 charis@hankyung.com, 김준섭 KB증권 ESG솔루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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