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EX 2021 주인공 된 우주 산업…한화·KAI·LIG 등 대거 참여해 기술 알리기 주력
[스페셜 리포트]우주 개발 대항해 시대 10월 19일, 차를 몰고 도착한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이날 이곳에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 전시회 2021(ADEX·아덱스)’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백신 접종 완료 후 14일이 지나거나 72시간 내 PCR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만 입장할 수 있었는데도 주차장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인근 ‘갓길’에 차를 세워야만 했다.
개막일인 10월 19일부터 22일까지 산·학·연·군 등 관련 분야 종사자만 전시회에 참석할 수 있었는데도 피부로 느낀 참가 인원은 2019년보다 많았다. 누리호 발사를 앞두고 기존 방위 산업보다 ‘K스페이스’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에 예상을 넘어선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2년 전 관람했던 아덱스는 방위 산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누리호 발사를 며칠 앞두고 방위·우주 산업의 비율이 ‘6 대 4’에 가까웠다. 한국 방위 산업의 주축인 한화그룹과 한국항공우주(KAI)·LIG넥스원 등은 부스에 방산 제품 및 기술 등과 함께 각 기업이 달려온 우주 산업의 현주소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누리호의 심장 ‘액체 엔진’ 실물 전시 한국 우주 산업의 방향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화그룹의 부스부터 찾았다. (주)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디펜스 등이 전시회에 참가해 ‘스페이스허브’라는 우주 관련 부스를 꾸렸다.
이곳에는 곧 발사될 누리호에 장착된 것과 동일한 제품인 75톤 액체 로켓 엔진이 전시돼 있다. 실제 연소 실험에 사용됐던 제품이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도 액체 로켓 실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곤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전시된 액체 엔진은 누리호의 심장”이라며 “한국이 독자 개발하기 위해 10여 년이 걸린 핵심 장치다. 실제 시험 단계에 쓰였던 것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누리호 발사는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한국 우주 산업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며 “세계에서 일곱째로 액체 엔진 기술을 보유한 우주 강국인 만큼 앞으로도 수많은 로켓과 위성이 우리의 힘으로 우주로 떠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한화는 위성추진계를 전시했다. 위성추진계는 연료를 연소할 때 발생하는 가스의 추력을 활용해 자세 제어와 궤도 수정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내년 발사될 달 탐사 궤도선에 적용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은 △저궤도 통신 위성 플랫폼 △초소형 SAR 위성 등을 선보였다. 저궤도 통신 위성 플랫폼은 우주 인터넷 등 다양한 위성 통신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초소형 SAR 위성은 현존하는 위성 중 가장 가벼운 무게로, 하나의 발사체에 많은 위성을 실을 수 있어 발사 비용이 절감된다. 역시 내년께 우주로 향할 계획이다. KAI 역시 전투기와 헬기(수리온) 전시존과 우주 공간을 따로 구성해 K스페이스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내년 발사를 앞둔 차세대 중형 위성 2호기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1호기는 지난 3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발사됐지만 2호기는 KAI가 제작과 발사 등 전 과정을 주관한다.
LIG넥스원은 최근 집중하고 있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알리기에 주력했다. KPS는 2022~2035년 14년간 총 사업비 3조7234억원으로 추진된다. 총 8기의 위성으로 구성되며 자율주행·도심항공·사물인터넷·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LIG넥스원은 위성 통신 단말과 적외선 센서(IR) 등 KPS 시스템의 기반이 될 핵심 구성품을 순수 한국 기술로 개발 중이다.
부스에서 만난 한 방산 기업 관계자는 “올해 아덱스가 한국 우주 산업의 첫걸음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지금을 시작으로 다음 아덱스가 열릴 2년 후에는 어느 정도 구체화된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가 K스페이스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Do you like Nuri Space Rocket?”
‘PRESS’ 명찰을 차고 한화가 꾸민 ‘스페이스허브’ 부스에서 우주 관련 전시품을 보며 관계자에게 누리호에 장착된 액체 엔진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을 때였다. 대화가 끝나자 한 외국인이 대뜸 “누리 우주 발사체를 좋아하세요?(Do you like Nuri Space Rocket?)”라고 물으며 말을 걸었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좋아한다고 대답하자 그는 본인을 ‘록히드마틴’ 관계자라고 소개하며 여러 가지를 물었다. 록히드마틴은 보잉, 노스롭 그루먼과 함께 미국의 3대 항공 우주 산업 기업이다.
록히드마틴 관계자가 한화 측 임직원이 아닌 기자에게 던진 질문은 크게 두 가지다. 한국인이 인공위성 등에 관심이 많은지, 누리호가 글로벌 우주 산업에서 가지는 시사점 등을 아는지 물었다.
다행히 뉴스를 보며 사전에 습득한 정보와 취재 과정에서 익힌 내용 등으로 얼기설기 말해 줬다. 또 과거 나로호 발사가 성공했을 때 많은 국민이 진심으로 기뻐했다고도 전했다.
그는 한국인이 우주 산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 우주 관련 국가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하다며 프로젝트 진행이 예전만 못하다고 토로했다.
한국 역시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록히드마틴 관계자는 판단했지만 아덱스 전시장을 돌아보며 생각이 바뀌어 기자에게 질문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힘줘 말했다. 한국인의 생각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많은 이들이 우주를 향한 꿈을 갖고 있고 발사를 계기로 더욱 큰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큐”라는 인사를 건네고 떠났다. 우연이었지만 록히드마틴 측에 ‘민간 우주 외교관’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우주 산업의 초강대국인 미국인 한 명과 대화를 나눴지만 그들은 한국을 조금씩 우주 선진국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 우주 산업의 최전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덱스에서 만난, 한국을 대표하는 ‘우주인’의 눈에선 우려가 아닌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K스페이스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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