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부족에 제련 수수료·전기동 가격 하락 ‘삼중고’…자동화로 비용 절감 효과 ‘톡톡’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 LS니꼬동제련 직원이 울산 온산제련소 통제실에서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조작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 제공
(사진) LS니꼬동제련 직원이 울산 온산제련소 통제실에서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조작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 제공
LS니꼬동제련은 최근 5년 사이 톤당 50달러 수준으로 반 토막 난 제련 수수료 등 불리한 산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수년간 공들여 온 체질 개선 작업과 스마트 팩토리 구축 프로젝트 덕분이다.

울산 온산제련소에 첨단 시스템 구축

LS니꼬동제련은 1936년 설립된 조선제련이 모태다. 1982년 LG그룹을 거쳐 2005년 LS그룹에 편입되며 현재의 사명을 갖게 됐다. LS니꼬동제련은 한국 유일의 동제련 기업이다. 울산 온산제련소는 연 68만 톤의 전기동 생산 능력을 갖췄다.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2위 수준이다.

LS니꼬동제련은 2016년부터 온산제련소에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온산 디지털 스마트 팩토리의 영문 알파벳을 따 ‘ODS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은 LS니꼬동제련식 스마트 제련소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4년까지 500억원을 투입해 온산제련소 생산 전 과정을 통신으로 연결하고 자동화하는 프로젝트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반의 사이버 팩토리를 결합해 신속하고 유연한 생산과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는 목표다.

LS니꼬동제련은 4년여의 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해 통합 생산 시스템과 원료 최적 조합 시스템을 도입했다. 3단계로 나눠진 ODS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공장 내 수천 개의 설비에서 초 단위로 발생하는 4만여 종의 데이터를 수집해 ‘데이터 광산’을 구축한 것이 핵심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추진되는 2단계 사업은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공정에 응용하는 것이 목표다. AI 기술을 활용해 주요 공정에서 각각 최적의 생산 해법을 도출할 계획이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물리적 공정을 가상 세계에 구현한 ‘디지털 트윈’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현실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실험을 가상 공간에서 실행한 뒤 검증된 결과를 현실에 적용하는 기술로, LS니꼬동제련식 스마트 제련소 구축의 최종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공장으로 위기 뚫는 LS니꼬동제련
연간 150억원 비용 절감 효과 기대

LS니꼬동제련이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업황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세계 금속업계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기차·2차전지·신재생에너지·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소재가 금속이기 때문이다.

특히 쓰임새가 다양해 ‘산업의 소금’으로 불리는 구리는 2010년대 이후 고순도 동광석이 고갈되면서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제련소들이 잇달아 생기면서 원료 품귀 현상이 심화됐다. 광석 수요가 증가한 반면 공급량은 제자리에 머무르면서 제련 기업 수익의 핵심인 제련비도 하락세를 보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제련 기업들이 생존의 기로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련비는 광산 기업이 제련 기업에 지불하는 가공비를 뜻한다. 이 가공비는 세계 전기동 시세와 광석 중 구리 회수율 등을 기준으로 상호 협의를 통해 정해진다. 제련소는 광산 기업이 제공하는 광석을 용광로에 녹여 동판을 만든다. 이 동판을 전기 분해해 정제하면 순도 99.99%의 고순도 전기동이 탄생한다. 제련 기업은 생산한 전기동을 시장에 판매한 뒤 판매 금액에서 제련비를 제외하고 광산 기업에 광석 가격을 지불한다.
(사진) 온산제련소의 공정 자동화 로봇. /LS니꼬동제련 제공
(사진) 온산제련소의 공정 자동화 로봇. /LS니꼬동제련 제공
원료 부족과 제련비 하락 외에도 업계를 위협하는 요소는 즐비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구리의 수요가 불안정해졌다. 국제 정세 불안과 대규모 재난, 질병 또한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위험 요소다. 글로벌 제련업계가 원료 확보와 제조비 절감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스마트 제련소 구축의 성과는 당장 올해부터 실적으로 증명될 것으로 보인다. LS니꼬동제련은 ODS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 60억원대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2024년부터 연간 100억~150억원 수준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이는 LS니꼬동제련의 최근 10년간 평균 영업이익 2500억원의 4~5%에 달하는 액수다.

LS니꼬동제련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까지 환경과 안전 분야에 12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내부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의 비전과 비즈니스 방향에 최적화한 ESG 경영 솔루션을 도출하고 있다. 탄소 저감과 사회 기여, 투명 경영을 아우르는 글로벌 동산업계 ESG 선도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도석구 LS니꼬동제련 사장은 “ESG 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 스마트 제련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다각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LS니꼬동제련의 비전인 ‘세계 최고 제련 기업’ 달성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돋보기
재무 건전성·생산성 높여 LS니꼬동제련 체질 바꾼 도석구 사장
(사진) 도석구 LS니꼬동제련 사장. /LS니꼬동제련 제공
(사진) 도석구 LS니꼬동제련 사장. /LS니꼬동제련 제공
도석구 LS니꼬동제련 사장은 1960년생으로 대구 달성고를 졸업한 후 경북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1986년 LG유통(현 GS리테일)에 입사해 LG 회장실 재무관리팀 부장, LS전선 경영 관리 담당 상무, (주)LS 재경부문장(부사장) 등을 거친 재무통이다. 2016년부터 LS니꼬동제련을 이끌고 있다.

도 사장 취임 당시 전기동 가격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4300달러대까지 하락해 회사의 매출과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는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고 동제련 사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2017년 해외 광산 지분을 과감히 처분했다. 과거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보유했던 코브레 파나마 프로젝트 지분을 7100억원에 매각했다. 확보한 현금은 스마트 제련소 등에 투자되고 있다.

도 사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도 공을 들였다. 원가 관리 체계의 고도화를 구축했고 로보틱 처리 자동화(RPA) 등의 소프트웨어와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대적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며 경영 시스템 전반을 비롯해 재무 건전성과 생산성을 혁신하는 데 주력했다. 도 사장은 세계 최대 광산 기업인 호주 BHP를 비롯해 페루 민수르, 캐나다 FQM과 TECK리소시즈 등과 장기 계약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원료 확보 경쟁력을 갖추는 데도 신경을 썼다. 노력은 업황 악화 속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체질 개선을 통한 대외 신뢰도 향상의 결과다.

도 사장은 최근 동 비즈니스 기업 간 파트너십을 다지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중국 퉁링 비철금속그룹은 지난해 2월 현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LS니꼬동제련에 ‘SOS’를 요청했다. 도 사장은 퉁링 비철금속그룹은 물론 중국 최대 동제련 기업인 장시제련에도 방호복과 마스크 등을 보냈다. ‘관시’를 중시하는 중국 기업들과 우호를 다져 나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중국 기업들은 현지 코로나19 감염이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자 마스크로 화답했다. 중국 경쟁사 사이에서 파트너 기업으로 각인된 만큼 향후 협력 체계 구축 등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