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참여로 주류화 움직임 뚜렷…비트코인, 11월 탭루트 업데이트로 확장성 커져

[비트코인 A to Z]
빗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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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자산 시장의 대표 자산인 비트코인의 시가 총액이 다시 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제도권 인사들도 이제는 가상 자산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는 JP모간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시가 총액을 합친 규모보다 큰 수준이다. 전체 가상 자산 시장 역시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시가 총액만 2조34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대표적인 가상 자산 회의론자로 거론되는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10월 4일 가상 자산이 오랫동안 시장에 존재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다음 날에는 소로스펀드의 돈 피츠패트릭 CEO 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약간의 가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가상 자산은 이제 주류화됐다”고 말했다. 소로스펀드는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이 창립한 것이다. 소로스 회장 역시 가상 자산 회의론자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소로스펀드의 가상 자산 보유 소식으로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단위로도 가상 자산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9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한 엘살바도르뿐만 아니라 브라질·우크라이나 등 다른 나라에서도 가상 자산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가상 자산을 보수적으로 보는 국가들도 가상 자산의 규모를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기 때문에 제도화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테면 미국 정부는 지난 10월 9일 2조 달러 규모로 알려진 가상 자산 시장과 산업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를 위해 각 규제 기관에 가상 자산 관련 연구와 규제 방안을 제안하도록 하는 행정 명령도 고려하고 있다.

단순 규모 외에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가상 자산은 점점 실물에 스며들고 있다. 자산으로서의 기능 외에는 다른 기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비트코인도 11월 탭루트 업데이트를 통해 확장성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더리움은 지난해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열풍을 주도한 것에 이어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시장까지 이끌어 나가고 있다. 또한 이더리움은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수수료 시스템과 거래 속도까지 개선하면서 이용자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이더리움 네트워크 기반의 레이어2 솔루션까지 등장하면서 이더리움은 제도권 시장 일부에서도 사용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더리움 외에도 솔라나나 아발란체와 같은 프로젝트들이 이더리움의 단점을 보완하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생태계가 다채로워지고 있다. 참고로 솔라나는 지난 6월 3억14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아발란체는 지난 9월 2억3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에 대한 열망이 투자 규모에서부터 잘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에 투자가 일어나고 이들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면 가상 자산이 점차 제도권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도권 은행만 봐도 송금에 이더리움이나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사례가 다수 나오는 등 가상 자산의 저변 확대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나 내년 중 미국에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고 가상 자산에 대한 각국의 규제안이 본격적으로 마련되면 가상 자산은 거스를 수 없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주식· 채권 흔들리자 가상 자산에 관심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가상 자산에 대한 관심이 재차 높아지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기관투자가들 가운데서도 가장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연기금 펀드들까지 가상 자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실제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가상 자산 투자에 따른 수탁(custody)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피델리티디지털애셋의 크리스틴 샌들러 리서치·마케팅 담당 대표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들어 연기금들의 가상 자산에 대한 관심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배경에 대해 샌들러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나타났던 경기 회복세가 최근 들어 한풀 꺾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Fed) 등 일부 국가 중앙은행들이 돈줄을 서서히 죄는 쪽으로 돌아서면서 주식 시장이 흔들리고 채권 금리도 상승하자 가상 자산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가상 자산 생태계 내에 투자자 기반이 확대되고 기관화하면서 연기금까지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의 전망처럼 실제로도 일부 연기금을 중심으로 가상 자산과 블록체인 분야에 대한 투자가 시작된 것은 사실이다. 비트코인에 이미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최대 큰손 상장회사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있는 페어팩스 카운티 경찰 퇴직연금과 공무원 퇴직연금이 최근 가상 자산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를 승인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두 연기금은 파라택시스(Parataxis)캐피털이 운용하는 상품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페어팩스 카운티 경찰 퇴직연금은 이미 2018년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업에 전체 운용 자산의 0.5% 정도를 투자한 연기금으로 유명하다. 2019년 전체 운용 자산 중 1%까지 투자를 늘렸고 올해부터는 총 2곳의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분야에 대한 자산 배분 비율을 2%까지로 제한했지만 지금은 해당 투자 기업들의 가치가 올라가 전체 자산 중 가상 자산과 블록체인 투자 비율이 7%까지 높아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내 최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 주 공무원연금(캘퍼스)도 최근 가상 자산과 블록체인 영역에 대한 투자에 나섰다. 캘퍼스는 비트코인 채굴 업체인 라이엇 블록체인(Riot Blockchain)에 지분 투자를 했고 현재 11만3000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투자 금액 약 300만 달러 수준이다. 총 1333억 달러를 운용하는 전체 자산에 비해서는 미미하지만 새로운 분야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앞으로는 연기금 투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대 가상 자산 간접 투자 상품을 굴리고 있는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클 소넨샤 CEO는 한 인터뷰에서 “헤지펀드뿐만 아니라 이제 연기금이나 기부금 펀드들까지도 이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기관투자가들이 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그레이 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와 같은 간접 투자 상품들이 각광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과거에 비해 가상 자산, 그중에서도 비트코인의 투자 저변이 워낙 넓어진 데다 가격 변동성도 다소 줄었고 선물을 통한 헤지도 가능해진 만큼 연기금이 시장에 참여한다면 더 많은 자금을 비트코인 투자에 쏟아부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캐리 비즈니스 스쿨의 한국계 교수인 짐 조교수는 2017년 말 내놓은 논문을 통해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면 전체 포트폴리오 내에서 1.3% 정도까지만 투자하는 것이 최적의 자산 배분일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는데, 최근에는 이 최적 자산 배분 비율을 크게 높여 잡았다. 그는 “대형 연기금들도 머지않아 가상 자산 시장에 참여할 것이고 향후 3~5년 내에 전체 투자금의 최대 15~20% 정도까지도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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