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 근무·겨울방학 등 ‘워라밸’ 보장…‘인력 전쟁’ 승리 위해 조직 문화 혁신에 사활

[비즈니스 포커스]

토스를 운영 중인 비바리퍼블리카가 파격적인 인사 실험에 나섰다. 주4.5일 근무제와 겨울방학 제도를 정식 도입하고 직원들의 연봉 인상을 위해 포괄 임금제를 포기하고 비포괄 임금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와 함께 그간 운영해 왔던 동료 간 단기 평가 시스템인 ‘3개월 리뷰 과정’과 ‘스트라이크 제도’ 또한 폐지하기로 했다.

그간 토스는 ‘연봉은 높지만 업무 강도가 센’ 회사라는 평가가 많았다. 토스의 이번 ‘인사 혁신’이 경쟁적인 사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까. 토스의 이번 ‘인사 혁신’은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뜨겁게 논의 중인 ‘인사 혁신 제도’들과 맥을 같이한다. 기업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조직 문화 혁신’의 중요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사례를 통해 토스가 ‘꿈의 직장’ 만들기에 공격적으로 나선 이유를 짚어 봤다.
주 4.5일제 등 파격적인 인사 실험을 발표한 토스/ 출처=한국경제신문
주 4.5일제 등 파격적인 인사 실험을 발표한 토스/ 출처=한국경제신문
토스의 파격1. 금요일엔 조기 퇴근…‘주4일제’의 시작?

2015년부터 간편 송금 서비스로 시작한 토스는 6년여 만에 대출·보험·증권까지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 10월 5일 인터넷 전문은행 토스뱅크를 출범하며 신사업 확대에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이와 같은 결정적인 시기에 토스가 ‘인사 제도’에 과감한 변화를 감행한 이유는 분명하다. 단순히 회사의 외형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의 발판을 닦기 위한 ‘조직 문화 혁신’ 또한 중요하다는 판단이 뒷받침된 것이다.

토스는 올해 신사업 확대를 통해 ‘1조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토스는 그간 토스증권·토스뱅크·토스페이먼츠 등 사업 영역 확대에 따라 직원의 숫자도 급증했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438명이던 직원 수는 올 1분기 기준 1000여 명을 넘어섰고 올 연말까지 1500명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직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조직 문화’의 중요성 또한 더욱 커진 셈이다. 이번 토스의 ‘인사 혁신’은 토스 전 계열사에 적용된다.

토스의 이번 인사 혁신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주4.5일제’의 시행이다. 이와 함께 성탄절을 전후해 전사가 10일간의 연말 휴무를 제공하는 ‘겨울방학’ 제도도 정식 도입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확대되는 가운데 ‘주4일제’에 대한 논의는 토스와 같은 한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다. 한국에서도 이미 배달의민족·여기어때 등이 월요일 오후 1시 출근을 기본으로 하는 주4.5일제를 시행 중이기도 하다. SK그룹 또한 격주로 ‘주4일제’ 근무를 시행 중이다.

‘주4일제’와 관련해 가장 큰 우려는 업무 시간이 줄어든 만큼 업무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오히려 ‘주4일제’를 실시하더라도 업무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북유럽 국가 중 하나인 아이슬란드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주36시간’ 근무제를 시행했고 지난 7월 2500명의 아이슬란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결과 줄어든 업무 시간으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생활의 질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업무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주4일제’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볼트는 지난 9월부터 본격적인 주4일 근무제를 시작해 주32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업체인 킥스타터 또한 내년 1월부터 주4일 근무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주당 42시간 일하던 직원들은 현재 주당 30시간씩 일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업무 시간이 줄었지만 임금과 업무량은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볼트와 킥스타터뿐만 아니라 최근 실리콘밸리에는 많은 기업들이 ‘주4일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고 곧 동참할 예정이다. 비단 기업들뿐만이 아니다. 스페인은 지난 9월부터 국가적으로 ‘주32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토스의 파격2. 전 직원 연봉 인상…직원 월급 더 주면 매출도 증가?

토스는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제공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토스가 직원들의 연봉을 더 높이겠다고 나섰다. 내년부터 포괄 임금제를 폐지하고 ‘비포괄 임금제’로 전환할 것을 선언한 것이다. 이와 함께 토스는 경력직 입사자에게 ‘전 직장 연봉 기준 최대 1.5배 인상’ 등을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토스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전 직원들의 연봉 인상’을 추진하는 데는 ‘고급 인력’ 확보가 우선적인 이유다. 최근 금융업계에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존의 금융사들은 물론 핀테크 업체들 간에도 ‘인재 확보 전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토스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 등 디지털 금융 업체들이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에 더해 ‘파격적인 인세티브’ 등을 내세우며 금융업계의 우수 인력들을 빨아들이는 ‘인력 블랙홀’로 떠오르는 중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토스가 ‘더 높은 연봉’을 내건 것은 ‘인력 확보 전쟁’의 승패가 향후 디지털 종합 금융사로서 토스의 승패를 결정지을 만큼 중대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토스는 설립 이후 유지해 왔던 포괄 임금제를 폐지하고 비포괄 임금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는데, 이는 ‘연봉 인상’에 더해 ‘근로 여건 개선’과도 관계가 깊다. 업계 최고의 인력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높은 연봉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결과다. 그간 토스는 연봉이 높은 만큼 업무 강도 또한 세기로 유명세를 떨쳐 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시간외 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포괄 임금제는 ‘공짜 야근’을 부추기는 제도로 지적받아 왔다. ‘비포괄 임금제’로의 전환을 통해 앞으로 법정 표준 근무 시간인 주40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직원들은 연봉 외 수당을 별도로 지급받도록 했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전 직원들의 연봉 인상 효과와 함께 ‘야근’이나 ‘휴일 근무’와 같은 초과 근무를 줄이는 데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토스의 ‘전 직원 연봉 인상’에는 업계 최고급 인력의 확보 외에 또 다른 이론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임직원의 임금이 높아지면 이직률이 줄고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효율성 임금 이론’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회사가 미국의 신용카드 결제 대행사 ‘그래비티페이먼츠’다. 댄 프라이스 그래비티페이먼츠 최고경영자(CEO)는 2015년 자신의 연봉을 낮추는 대신 전 직원들의 연봉을 ‘7만 달러(약 8000만원)’ 수준까지 높여줄 것을 약속했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인간은 연봉 7만 달러를 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를 참고한 결정이었다. 당시만 해도 프라이스 CEO의 이 같은 결정에 업계와 언론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늘었다. 고객 유지 비율 또한 95%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에 우주 인재들이 영입하는 효과는 물론 직원들의 행복도가 높아지면서 출산율 또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효율성 임금 이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해고 당하는 일이 드문 ‘철밥통’ 직장에서는 오히려 인건비 과다 지출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토스의 파격3. 동료 간 평가 제도 폐지…”직원의 심리적 안정” 우선

인재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약속하고 있는 토스지만 퇴사자가 많기로도 유명한 곳이다. 실제로 나이스기업정보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의 연간 입사자(입사율)는 396명(86.84%), 연간 퇴사자(퇴사율)는 295명(64.69%)으로 나타났다. 대략 400명이 입사하면 300명이 퇴사한다는 얘기다. 토스에 이처럼 퇴사자가 많은 이유로 제일 먼저 손꼽히는 것이 팀 내에서 경고를 세 번 받은 직원에게 퇴사를 권고하는 ‘스트라이크 제도’였다. 토스 설립 초기부터 운영돼 온 이들 제도는 ‘자율과 책임 문화를 지키기 위해’ 마련됐지만 오히려 ‘개인 성과’에 대한 평가 대신 ‘팀 내 평가’를 강화함으로써 사내 직원들의 눈치를 보게 만든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다만, 토스측은 "퇴사자 로 집계된 인원 중 상당수는, 계열사 전보나 계약 종료로 인한 것이며, 실제 퇴사율은 IT업계 평균 수준" 이라고 설명하고, "특히, 스트라이크로 퇴사한 경우는 전체 퇴사의 1%가 채 안된다" 고 덧붙였다.

토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 내 동료들의 평가’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많은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2018년 ‘동료 평가’를 실시하는 기업의 직원 3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한 결과 ‘동료들로부터 받은 부정적인 피드백이 문제에 대한 개선을 이끌어 내지 않는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오히려 직원들에 업무에 대한 압박을 높여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토스 측은 “임직원 모두에게 충분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팀의 성공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며 “인력 규모와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인사 제도 또한 지속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겠지만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며 높은 퍼포먼스를 지향하는 조직 문화의 핵심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