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코리아 김광현 환경팀장…“30년간 지켜온 미션, 지속 가능하도록 정관에 명시”

[스페셜 리포트]

“환경 위한 비즈니스 모델 전환, 장기적으로는 이익이죠”
미국의 인기 의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환경 전문가들이 뽑는 몇 안 되는 친환경 기업이다.

파타고니아는 재정적인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모든 면 제품을 유기농 목화에서 얻은 면으로 만들거나 사람들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 병, 낡은 원단, 헌 옷 등에서 추출한 재생 폴리에스터를 사용해 의류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획기적으로 바꿨다.

더 놀라운 점은 파타고니아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에 있다.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이러한 파타고니아의 친환경 철학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글로벌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파타고니아코리아의 환경팀을 이끄는 김광현 팀장에게 기업의 ‘제로 웨이스트’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환경 위한 비즈니스 모델 전환, 장기적으로는 이익이죠”
-수많은 친환경 기업 중에서도 파타고니아가 으뜸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보통 기업의 사업 목표는 매출 부분입니다. 그런데 파타고니아의 사업 목적은 환경 보호에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를 사업 목적으로 하고 사업은 환경 보호를 위한 도구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희귀하지만 파타고니아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지난 10년간 꾸준하게 성장해 왔습니다. 가치를 실천하면서도 매출이 꾸준하게 늘어나니까 파타고니아의 사례를 흥미롭게 봐 주는 것 같습니다.”

-설립 당시부터 환경 보호에 관심이 있었나요.

“아닙니다. 설립 초기인 1970년대에는 등산 장비 판매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파타고니아 사업 목적에 환경 보호가 정립된 것은 1990년대부터입니다. 이 무렵 미국에서 아웃도어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비즈니스가 급격하게 성장하다가 큰 위기를 겪게 됐죠.

당시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가 사업 목적을 되묻는 과정에서 지금의 기업 철학이 정립됐습니다. 클라이밍·서핑·산악자전거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데, 이들 스포츠의 보상이 자연과의 교감이라고 생각했기에 기후 변화나 무분별한 개발로 보상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브랜드 사명을 세우게 된 것이죠.

중요한 것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30년 동안 일관되게 환경 보호를 위해 사업을 한다는 기업 목적을 지켜 왔다는 점입니다.”

-친환경 정책이 기업 재정에는 부담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1996년 모든 면 제품을 유기농 목화에서 얻은 면으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 내부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재정적인 위험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시장에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앞으로 다시는 일반 목화에서 얻은 면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비즈니스 모델 전환 후에도 매출이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환경을 위한 과감한 선택과 실천을 할 때 비즈니스가 더 잘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단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비즈니스에 이익이 된다고 봅니다.”

-가격이 올랐는데도 매출이 줄어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째는 제품력입니다. 파타고니아는 비정부 기구(NGO)가 아니라 기업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경쟁력 실현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의 기업 미션을 몰라도 옷 자체의 품질만으로 구매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죠.

둘째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환경 보호에 적극적인 메시지를 주고 이를 외부에 알림으로써 파타고니아 브랜드에 특별한 힘을 부여했다는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직원도 기업 철학을 공유하나요.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직종에 맞는 커리어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봅니다. 여기에 더해 환경에 대한 관심과 사명감 역시 중요한 부분입니다. 직원의 환경 보호 활동에 대한 참여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환경 단체 인턴십이나 자원 봉사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 관련 시위나 대규모 캠페인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를 독려하고 이를 업무 시간으로 보장해 줍니다.”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을 내걸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것이 있나요.

“장기적인 비전과 장기적인 안목, 그다음 제일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실천이 아닐까 합니다. 파타고니아는 환경 미션이 단기가 아닌 장기적으로 일관성을 갖고 지속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반응이 없거나 매출이 줄어들거나 경영진이 교체된다고 하더라도 파타고니아는 목표를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야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쌓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파타고니아는 창업자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굳건한 철학이 유지되고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인이 적습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가 바뀌었을 때도 기업 철학이 일관성 있게 유지될 수 있도록 정관에 ‘환경을 위해 사업을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습니다. 또한 함부로 정관을 바꿀 수 없게 캘리포니아 주 법으로 등록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친환경 캠페인이나 미래 계획은 무엇인가요.

“한국에서는 자연 생태계의 혈관인 강하천의 흐름을 막는 인공 구조물 ‘보’의 철거를 촉구하기 위한 ‘푸른 자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제주 송악산 보존을 위해 개발 사업에 대항하는 환경 단체들과 함께하는 ‘송악산, 그냥 이대로 놔눕서’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장기 캠페인으로는 현재 유기 농업에서 한층 진보된 개념으로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재생 유기 농업을 파타고니아의 미래 사업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