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을 ‘증권’으로 판단할 지가 관건…월가, 새로운 대체 자산으로 이더 주목

[비트코인 A to Z]
비트코인 이어 이더리움 ETF 승인될까[비트코인 A to Z]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 것이 화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으로, 비트코인이 미국이 인정하는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출시된 비트코인 ETF는 최초의 신청 이후 8년 만에 이뤄 낸 성과여서 디지털 자산업계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사건이다.

사실 캐나다에서 이미 지난 2월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기 때문에 미국 금융 당국의 이번 조치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나 개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이 공식 석상에서 “우리는 중국과 달리 가상 자산을 금지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는 미국 금융 당국이 비트코인 ETF 승인에 대해 어느 정도 강력한 신호를 보낸 셈이었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

비트코인 ETF 출시가 함의하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비트코인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가 전보다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비트코인을 저주하던 엘리트들이 펼쳤던 논리 중 하나는 달러 패권을 보유한 미국이 비트코인을 좌시하지 않고 금지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세운 가설이 틀렸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비트코인 ETF 승인은 사실상 미국이 비트코인을 적대시하지 않겠다고 세계에 천명한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수년 전 ‘비트코인 제국주의’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비트코인 비관론자들이 주장하는 논리 중 하나가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은 결코 비트코인이 성공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명백한 오해다. 비트코인의 대중화로 가장 득을 보는 것은 미국이다. 미국의 금융 자본은 비트코인을 하나의 대체 자산으로 분류해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산업 자본은 비트코인에 기반한 금융 및 신원 인증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달러를 대체할 기축 통화라기보다 금과 같은 자산으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달러 패권을 위협하지 않는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는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 가장 공격적으로 관련 기업과 인프라에 투자하고 가장 선진화된 제도를 꾸리고 있고 가장 활발히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발맞춰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으며 가장 적극적으로 규제 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가 미국이다. 비트코인 열풍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한 미국은 게임의 규칙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영리하게 바꾸고 있다.”

현시점에서 업계의 관심은 과연 미국이 이더 ETF를 승인할지 여부다. 이더(ETH)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기축 통화 역할을 하는 자산이다. 참고로 가상 자산 시가 총액을 기준으로 비트코인과 이더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42%와 19%로, 두 코인은 현재 가상 자산 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블루칩으로 평가받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당연히 이더 ETF가 승인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미 이더 가격을 추종하는 복수의 패시브 투자 상품이 미국에 존재하고 캐나다에서는 이더 ETF가 이미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매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트코인 선물 기반 ETF의 준거가 되는 CME 역시 이더 선물 계약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받았으니 당연히 이더 역시 그 뒤를 따라갈 것이라는 점이 그들의 생각이다.

반면 이더에 대해 비관하는 사람들은 이더가 증권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중요한 문제인데, 만약 이더가 증권으로 취급된다면 미국의 이더 ETF 승인이 당분간 요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법에서 증권을 판별하는 기준을 하위 테스트라고 말한다. 첫째 돈을 투자했는지, 둘째 투자에서 수익을 기대하는지, 셋째 투자한 돈이 공동체에 있는지, 마지막으로 수익이 제삼자의 노력에서 나오는지 여부에 따라 해당 거래를 증권으로 규정하는 테스트다.

이더 ETF 승인 놓고 찬반 가열

이더는 증권일까. 쉽사리 답변하기 어려운 민감한 주제다. 참고로 이더리움재단은 2014년 가상화폐 공개(ICO)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게다가 이더리움 네트워크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을 비롯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리더십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더를 증권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보는 견해는 타당해 보인다. 반면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초창기와 달리 현재 충분히 분산화됐고 특정인 혹은 집단이 일방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견해 또한 존재한다. 누구도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아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이더 ETF가 출시되기 위해서는 이를 관리 감독하는 SEC가 딜레마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더리움과 다른 알트코인을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한 기준이다. 참고로 겐슬러 SEC 의장은 대부분의 알트코인을 증권으로 규정한 바 있고 SEC는 메이저 알트코인인 리플과 소송 중이다. SEC가 만약 이더 ETF를 허용한다면 사실상 증권으로 규정돼야 마땅한 수많은 알트코인들과 지루한 법정 공방을 해야 할 것이다. “왜 이더리움재단은 되고 우리는 안 되느냐. 코인을 증권으로 분류하는 정확한 기준이 무엇이냐”는 다른 알트코인 재단들의 법적 공세에 SEC는 논리적이고 명확한 답변을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이더 ETF 승인은 다양한 이해관계인이 얽혀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ETF보다 복잡한 문제다. 그리고 여기에는 사실상 증권과 유사한 형태의 지분 증명(PoS ) 코인 생태계 규제에 관한 SEC의 고민과 리플과의 법정 싸움 등 다양한 변수가 개입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SEC로서는 꺼낼 수 있는 최선의 카드가 이더 ETF 심사 기한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시간을 벌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실제로 비트코인 ETF를 출시한 반에크와 프로셰어스 운용사는 지난 8월 이더 ETF 신청을 철회했다. 이는 아마 속도를 조절하자는 SEC의 암묵적인 요청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이더 ETF가 승인될까. 필자는 이에 대해 낙관적이다. 왜냐하면 이더 선물 계약이 이미 CME에서 거래되고 있고 수많은 자본이 이더리움 생태계에 투자됐으며 최근 월가에서도 비트코인 다음으로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주목하며 이더를 대체 자산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궁금한 것은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이더 ETF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다. 중앙화 시스템을 그토록 저주하면서도 막상 월가가 취급하는 메인 스트림 대체 자산으로 이더리움이 인정받았을 때 그가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본 기고는 회사의 공식 의견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한중섭 한화자산운용 CPC기획팀 과장 및 ‘비트코인 제국주의’, ‘넥스트 파이낸스’, ‘친절한 독재자,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