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O·CDO 사업 순항 속 포트폴리오 다각화 성과 ‘속속’…모더나 백신 생산도 ‘탄력’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10월 28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국내 생산 모더나 백신이 처음 출하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10월 28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국내 생산 모더나 백신이 처음 출하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CMO)과 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CDO) 사업을 비롯해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까지 더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백신 원료 의약품 위탁 생산 사업에도 뛰어든다. 공들여 온 사업 다각화 전략의 결실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엔 백신 원료 위탁 생산 ‘출사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월 28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모더나 mRNA 코로나19 백신 국내 출하식을 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112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량)를 시작으로 이틀에 걸쳐 국내 공급용 초도 생산 물량 243만5000도즈의 출하를 완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모더나 백신은 전국의 의료 기관에 배송됐다. 4분기 신규 접종과 2차 접종, 고위험군 추가 접종 등에 사용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월 22일 모더나와 mRNA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외 시장에서 쓰일 수억 회 분량의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계약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의 월평균 생산량을 순차적으로 늘리고 있다. 내년 말까지 계약 물량인 수억 도즈를 생산 완료할 계획이다.
사진=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의 mRNA 백신 완제 공정 설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사진=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의 mRNA 백신 완제 공정 설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백신의 생산은 물론 보관 과정에도 각별한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mRNA 백신은 온도에 민감해 열에 쉽게 파괴되는 특성을 지녔다. 생산 직후 섭씨 영하 20도를 지속 유지하는 특수 냉동 보관 기술이 필요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섭씨 영하 20도부터 영하 70도까지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모더나 백신 보관 프로세스는 섭씨 영하 20도 창고와 영하 40도 창고를 이동해 가며 진행하는 고난도의 프로세스다. 이 과정에서 온도는 물론 습도 등 모든 제반 조건을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GMP)에 맞춰 관리하고 있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또한 완제뿐만 아니라 백신 원료 의약품으로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내년 2분기 가동을 목표로 mRNA 백신 원료 의약품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중이다. 내년부터는 백신 원료 의약품 생산부터 무균 충전·라벨링·패키징뿐만 아니라 콜드 체인 스토리지까지 mRNA 백신의 ‘원스톱’ 생산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백신 출하식에서 “전 세계 백신 수급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프로세스 혁신과 정부 관련 기관, 계열사의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 소요 기간을 단축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며 “다양한 방식의 백신을 비롯해 차세대 치료제 공급에도 투자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실적 기록 경신 ‘확정’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 다각화 전략은 실적 호조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4507억원, 영업이익 1674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던 2분기 성적표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분기 매출은 신규 수주에 따른 3공장 가동률 상승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매출 증가와 3공장 가동률 상승에 의한 영업 레버리지 효과로 196.3% 껑충 뛰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1237억원으로 지난해 연매출 1조1648억원에 근접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4085억원으로 지난해 수준을 이미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을 확정했다.
매년 실적 신기록 뒤엎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월 3일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33.3% 증가한 1조5531억원이다. 영업이익은 84.8% 늘어 541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CMO 사업 외에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MO와 백신 완제 의약품 위탁 생산, mRNA 백신 원료 의약품 사업 등을 신규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며 “모더나 백신 위탁 생산 매출이 4분기부터 인식될 예정인 데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5년까지 10개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라인업을 갖출 예정인 만큼 장기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돋보기
‘고객 우선’ 경영에 ESG도 강화하는 존 림 사장
사진=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사진=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취임 첫해 최대 분기 실적을 2분기 연속 경신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생산 설비의 효율화를 단행하는 한편 시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수주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존 림 사장은 세계 최대 생산 능력 등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경쟁력을 앞세워 올해 3분기 로슈·MSD 등 글로벌 ‘빅 파마’와 연이어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CMO)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MO 누적 수주 금액은 71억 달러(약 8조4000억원)를 돌파한 상태다.

그는 지난 8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모채 발행 ‘데뷔전’에서 모집액의 5배 이상의 수요 흥행을 일으키며 사업 역량을 증명하기도 했다. 당초 계획했던 공모채를 3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증액하며 유동성 자금을 성공적으로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조달한 자금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4공장 건설은 물론 장기적으로 5·6공장 증설과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플랫폼 기술 부문 투자를 통해 항체 의약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세포·유전자 치료제, 백신 등 신약 부문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존 림 사장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서비스 혁신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 9월 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CDO) 가속 플랫폼인 ‘에스-셀러레이트(S-Cellerate)’를 공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통해 고객사의 초기 개발 단계에서 세포주 개발, 분석법 개발, 임상 물질 생산, 임상 시험 계획 신청(IND)을 지원한다. 후기 단계에서는 공정 특성 확인, 적격성 평가, 품목 허가 신청(BLA)까지 지원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고객사는 이 플랫폼을 통해 단 9개월 만에 세포주 개발부터 IND까지 신청할 수 있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설명이다.

존 림 사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이사회 산하에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6월엔 ESG 활동 내역과 계획이 담긴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발간했다. 최근 한국 기업을 대표해 금융 당국과 ‘국제 기후 리스크 관리 모형 개발’에 착수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2021년 상장 기업 ESG 평가 및 등급 공표’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 최초로 종합 평가 ‘A등급’을 획득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