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전기차 신모델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급…“수년 내 전장 매출 급성장할 것”

[비즈니스 포커스]
LG전자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르노그룹 메간 E-Tech 차량의 내부 모습. 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르노그룹 메간 E-Tech 차량의 내부 모습. 사진=LG전자 제공
‘글로벌 전기차 시장 최상의 파트너.’

‘가전의 명가’ LG전자에 새로운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LG전자가 전장(VS : Vehicle component Solutions) 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다. LG전자는 르노그룹·메르세데스-벤츠·제너럴모터스(GM) 등과 손잡으며 전기차 시장의 생태계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입지 강화할 것”

LG전자는 11월 1일 프랑스 자동차 업체인 르노그룹의 전기차 신모델인 ‘메간 이테크(E-Tech)’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했다고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양 사가 공동 개발한 제품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Operating System)를 기반으로 한다. 김진용 LG전자 V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시장 수요와 고객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프리미엄 자동차를 위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고객사와 긴밀히 협업해 차량 내 차별화된 경험을 지속 선보이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LG전자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미 르노그룹의 우수 공급사 중 하나다. 지난해 혁신 부문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우수 공급사로 선정됐고 2014년과 2017년에도 르노그룹의 우수 공급사로 선정될 만큼 연이 깊다. 현재 전기차 ‘뉴 조에(New ZOE)’를 포함해 르노그룹이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다수의 차량에 차량용 디스플레이(CID)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LG전자의 주요 고객사다. LG전자는 지난 10월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에 독일 자동차 제조 그룹인 다임러 AG와 공동 개발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전방 카메라를 적용했다. ADAS 전방 카메라는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며 다양한 교통 정보를 수집하는 주요 부품이다. 차량의 앞 유리와 후방 거울 사이에 자리해 있다.

이 밖에 GM과는 2015년 쉐보레의 전기차인 ‘볼트 EV’에 인포테인먼트·계기판·구동 부품 등을 포함한 핵심 부품 11종을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연을 맺은 바 있다.

가전·정보기술(IT) 기업인 LG전자와 전기차 업체 간 융합은 이미 낯선 일이 아니다. LG전자는 2016년 말부터 전기차 부품 양산을 시작하고 이를 시판되는 전기차 모델에 탑재했다. 특히 LG전자는 구동 모터 부품을 제공하면서 단순한 부품 공급이 아니라 개발 초기부터 차세대 전기차의 기획·설계·개발에 참여하는 수준으로 기술적 깊이를 높였다.

정순인 LG전자 VS사업본부 연구원은 LG전자 소셜매거진에서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과 함께 텔레매틱스·내비게이션·오디오 비디오 시스템 같은 인포테인먼트·자율주행 장치 등 안전·편의 장치,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모두 개발한다는 점이 LG전자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완성차 업체에 이 모든 부품을 한 번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LG전자의 최대 장점”이라고 밝혔다.

LG전자의 전장 사업 투자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는 인포테인먼트 중심의 VS사업본부를 비롯해 차량용 프리미엄 램프 사업을 담당하는 ZKW,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 등 3개 축으로 나눠 미래 성장 동력인 자동차 부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 르노·벤츠 손잡고 전기차 전장으로 나간다
매출 비율 10.8%…“EV 수주 잔액 증가”

그중 텔레매틱스와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등 차량용 부품을 생산·판매하는 VS 사업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7784억원이다. LG전자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율은 약 10.8%다.

업계 전문가들은 LG전자의 캐시카우는 가전(H&A본부)과 TV(HE본부) 사업이지만 미래 성장 동력은 VS 사업이라고 분석한다. 타 경쟁사와 비교할 때 사업 영역이 다변화돼 있어 장기 성장이 가능하고 그중에서도 VS사업부가 향후 기업 비즈니스의 키를 쥐고 있는 핵심 사업부라는 시각이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가전과 TV 부문은 글로벌 업체 중에서도 돋보이는 실적을 수년간 보였지만 LG전자의 시가 총액이 크게 오르고 기업 가치가 재평가 받은 것은 VS 이슈였다”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전기차는 향후 외형 성장 가시성이 가장 높은 전방 산업으로 기대감이 높고 글로벌 업체와 협업을 넘어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설립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과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LG전자의 가장 중요한 사업부는 VS 부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가전과 TV 사업이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수요 지속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제는 VS사업부의 실적 방향성이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수년 내 전장 매출은 연 10조원 이상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높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LG전자 VS사업본부의 실적은 현재 적자다. 올해에는 전기차 판매 대수가 세계적으로 늘었지만 반도체 공급 문제와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리콜 충당금 추가 반영(GM은 2016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판매한 EV 볼트 14만 대에 대해 리콜을 진행할 계획) 등이 발목을 잡았다.

LG전자 관계자는 10월 28일 진행된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VS 사업 흑자 전환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는 내년 1분기 늦으면 2분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지속적인 원가 절감 활동을 통해 2022년에는 의미 있는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기차 시장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LG마그나를 통한 전기차 수주 잔액은 증가할 것”이라며 “반도체 수급 리스크 해소 이후에는 (VS사업부에서)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LG전자, 르노·벤츠 손잡고 전기차 전장으로 나간다
미래차 구현할 핵심 기술 ‘텔레매틱스와 AVN’LG전자는 텔레매틱스 영역에서 기존 모바일 사업의 통신 역량과 차량용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 선제 대응 등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디스플레이 오디오·내비게이션 영역에서는 디스플레이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활용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텔레매틱스
차량과 인터넷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텔레매틱스(telematics)’다.
텔레매틱스는 통신(telecommunication)과 정보과학(informatics)의 합성어로, 차량과 인터넷을 연결해 주는 차량 정보 통신 장치다. 자동차는 이동통신망, 위성 확인 시스템(GPS), 위치 기반 서비스(LBS), 지능형 교통 체계(ITS) 등 다양한 시스템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운전자에게 필요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텔레매틱스의 역할이다. 텔레매틱스 시장은 차량용 5G·V2X(차량과 모든 개체 간 통신) 관련 커넥티드 카로서의 기능 확대와 통신 수요 증가로 성장이 예상된다. 2021년 반기 기준 LG전자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24.8%다.

-AVN
자동차가 운송 수단을 넘어 문화·생활공간으로 거듭나면서 오디오(Audio)·비디오(Video)·내비게이션(Navigation), 즉 AVN이 주목받고 있다. AVN 기술 중에는 도로 상황과 길 안내 등 운전에 필요한 정보(Information)와 차내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오락거리(entertainment)를 통합한 차량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미래의 공유차는 AVN을 통해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스펙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2021년 LG전자의 반기 기준 세계 시장점유율은 10.6%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