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력난에 탄소중립 총아로 부상
620조원 시장 놓고 불꽃 경쟁, 한국선 ‘찬밥’ 신세

[스페셜 리포트]
두산중공업이 핵심 기기를 공급하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두산중공업 제공
두산중공업이 핵심 기기를 공급하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두산중공업 제공
탈탄소를 추진하는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 소형 모듈 원전(SMR : Small Modular Reactor)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높이고 화석 연료를 퇴출시키며 탄소 중립에 앞장서 온 유럽은 최근 기상 악화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감소하면서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에너지 대란이 국가 안보까지 위협하는 상태에 이르자 주요국들은 전력난 타개와 2050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의 원자로,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전기 출력 300MW 안팎의 소형 원자로다. SMR은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대형 원전 대비 뛰어난 안전성과 경제성을 갖춰 미래 에너지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세계적인 부호들도 SMR 투자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자 원전 기업 테라파워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10년 내 나트륨을 활용한 소형 원자력 발전소 ‘나트리움’을 건설할 계획이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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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620조 시장…탄소 중립의 핵심축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한국·미국·러시아·중국 등 전 세계에서 71종 이상의 SMR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17개), 러시아(17개)와 같은 전통적인 원자력 강국과 중국(8개), 영국(2개) 등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SMR은 2030년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 SMR 시장 규모가 390조~620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30~2040년까지 매년 약 1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노후 석탄 화력 발전소 교체 수요를 두고 SMR이 천연가스 등과 경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MR의 장점은 경제성·안전성·활용성이다. 대형 원전은 수출국 간 경쟁 심화와 신재생에너지원의 급성장, 막대한 건설비, 과다한 용량 등으로 수요 발굴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SMR은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요구되는 대형 원전 대비 전력 수요 증가에 따라 모듈을 추가로 건설할 수 있어 투자비용 조달이 용이하고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대형 원전보다 매우 낮은 출력을 가지고 있어 외부 전원 없이 자연적인 물리 현상을 이용하는 피동형 안전 계통을 채택하기 쉬워 고유 안전성이 높다. 기존 원전의 약 10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크기를 줄일 수 있고 모듈 형태로 설계·제작되기 때문에 공장 제작과 현장 조립도 가능하다.

대형 원전보다 건설 기간이 짧고 내륙에도 건설할 수 있어 활용성도 뛰어나다. 높은 안전성으로 수요지와 근접한 곳에 설치할 수 있고 전력 공급 외에도 공정열 공급, 지역난방, 해수 담수화 등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또 기후에 영향을 받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며 SMR에서 생산되는 전기와 고온의 수증기를 활용하면 수소 에너지 생산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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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기료 급등·안보 위기감에 ‘원전 회귀’

기후 변화에 크게 좌우되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 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SMR 등 차세대 원자로 기술을 개발하려는 주요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SMR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세계 원전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SMR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원전을 청정 에너지 전환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에너지부(DOE)의 ‘원자력 전략 비전’에 따라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SMR 개발에 7년간 32억 달러(약 3조8000억원) 투자를 확정했다.

원자력 전략 비전은 기존 원전의 계속 운전, 차세대 원자로 도입, 차세대 연료 주기 개발, 미국의 원자력 리더십 유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간에서의 SMR 개발도 활발하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최초로 SMR에 대한 설계 인증을 받은 뉴스케일파워의 SMR은 아이다호 주 국립연구소 내에 발전소 건설을 확정했다.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는 10억 달러를 들여 와이오밍 주 노후 석탄 화력 발전소 부지에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인 소듐 냉각 고속로가 적용된 SMR을 건설해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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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난방·발전용으로 공급되는 천연가스 절반 정도가 러시아에서 수입되고 있는 만큼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국가 안보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정책 기조를 유지했던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향후 5년간 300억 유로(약 41조원)를 투입하는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통해 원자력을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며 친원전으로 돌아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원자력이 탄소 배출이 가장 적은 발전원이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것이 기회라며 2030년까지 SMR 개발을 포함한 원자력 부문에 10억 유로(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변심은 최근 유럽의 에너지 대란 속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며 에너지 무기화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 발전 비율을 낮추기로 했던 영국도 최근 주요 에너지원인 천연가스의 가격 급등과 풍력 발전량 감소로 에너지 대란을 겪은 이후 다시 원전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영국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원자력 발전과 SMR을 선정해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영국은 2020년 11월 발표한 ‘녹색 산업혁명 추진을 위한 10대 중점 계획’에 원자력 연구·개발(R&D) 및 자금 지원을 포함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영국은 SMR 개발·상용화, 차세대 원자로 기술에 3억8500만 파운드(약 6211억원)를 투자, 기존 계획된 신규 대형 원전(힝클리포인트 C)도 건설한다.
영국 롤스로이스 SMR 조감도.  사진=롤스로이스 제공
영국 롤스로이스 SMR 조감도. 사진=롤스로이스 제공
10대 중점 계획에 기초해 영국이 올해 10월 발표한 ‘넷 제로 전략’ 보고서에서 2035년까지 발전 부문을 완전히 탈탄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며 주요 수단으로 원전을 꼽았다. 영국의 항공기 엔진 제작 업체인 롤스로이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하는 SMR 개발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롤스로이스는 잠수함 추진용 원자로를 제조한 기술력을 활용해 SMR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국 민·관이 모두 참여하는 롤스로이스 컨소시엄은 2035년까지 SMR 10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에서도 원전 확대와 SMR 도입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본은 제6차 에너지기본 계획 초안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낮아진 원전 발전량의 비율을 2019년 6%에서 2030년 20~22%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명시했다.

중국은 경제 분야 국가 최고 계획인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서 원전 설비 용량을 2021년 48GW에서 2025년까지 70GW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제14차 5개년 계획의 과제 중 하나로 해상 부유식 SMR을 선정하고 국유 기업인 중국 핵공업집단공사(CNNC)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원자력 강국인 러시아는 세계 최초로 해상 부유식 SMR을 상용화해 2020년 5월부터 동시베리아의 페벡시에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2028년까지 동시베리아 야쿠티아 지역에 육상 SMR을 건설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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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重, 뉴스케일 손잡고 SMR 사업 본격화

SMR 개발사는 미국 뉴스케일파워·테라파워·엑스-에너지·오클로·웨스팅하우스·BWXT·GE-히타치, 영국 롤스로이스·유렌코·몰텍스에너지, 캐나다 SNC라발린·스타코어뉴클리어, 프랑스 프라마톰 등이 있다.

개발된 SMR을 제품으로 제작할 수 있는 업체는 한국의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미국 BWXT, 프랑스 프라마톰, 스페인 엔사,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시카와지마중공업 정도다. 전 세계가 SMR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실제 시제품 제작에 돌입한 SMR 개발사는 아직 미국 뉴스케일파워가 유일하다.

뉴스케일파워의 SMR 모델이 2020년 8월 NRC의 SMR 설계 인증 심사를 처음으로 통과하면서 기술성·사업성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뉴스케일파워의 SMR은 검증된 상용 경수로 기술을 기반으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모델이다.

원자로, 증기 발생기, 가압기와 같은 주기기를 하나의 모듈에 집약시키고 대형 원전의 거대 콘크리트 돔인 격납 건물까지 모듈에 일체화했다. 피동형 설계로 외부 전력 공급이 중단돼도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고 전력 수요에 따라 모듈 개수를 조절해 운전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원전 주기기 제작 업체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세계에서 SMR 제조 기술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특히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SMR 관련 핵심 기기를 만드는 제조사는 두산중공업과 미국 BWXT 두 곳뿐이다.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수출길이 막혔던 두산중공업은 올해 5월 한·미 정상 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이 해외 원전 사업 공동 진출에 합의하면서 해외 수주 확대 기대감에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두슬라’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SMR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4400만 달러(약 519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올해 7월 한국 투자사들과 함께 6000만 달러(약 708억원)를 추가로 투자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두산중공업이 확보하게 된 기자재 공급 물량은 수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또 두 회사는 SMR을 활용한 수소와 담수 생산 분야에서도 협력할 방침이다.

두산중공업과 뉴스케일파워가 협력하는 첫 프로젝트는 미국 발전 사업자 UAMPS가 추진 중인 미국 아이다호 주 프로젝트다. 미국 에너지부는 아이다호 주 프로젝트에 14억 달러(약 1조6514억원)의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뉴스케일파워가 최근 루마니아에 SMR을 처음으로 수출하면서 뉴스케일파워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두산중공업의 동반 진출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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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탐내는 기술…한국은 ‘수출용’ 못 박아

한국은 SMR 기술 개발에 일찍 뛰어들어 2012년 세계 최초의 SMR인 ‘스마트(SMART)’를 개발했지만 탈원전 정책 등의 영향으로 아직 상용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탄소 중립 기술로 SMR에 주목하고 있지만 정부는 SMR 상용화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수출용으로만 쓰고 국내에는 SMR을 건설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혁신형 SMR(i-SMR) 개발 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신청하면서 사업 목적에 ‘수출을 위한 개발’이라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1월 발표하는 ‘탄소 중립 산업·에너지 부문 연구·개발(R&D) 전략’에서도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내용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10월 발표한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서 원전 비율이 6~7%로 줄어드는 등 미래 주요 에너지원에서 제외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SMR 등 원자력 발전을 탄소 중립을 위한 중요 수단으로 인식하고 실증과 상용화를 위한 계획 등을 수립·추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자칫하면 원전 개발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질 우려도 제기된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재생에너지발전 비율이 약 40%에 달하는 영국조차 SMR과 원전을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탄소 중립에 주어진 시간과 일조량·풍량·수자원 등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모두 부족한 한국의 상황에서 SMR과 원전 활용을 확대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다목적 일체형 소형 원자로(SMART) 모형.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다목적 일체형 소형 원자로(SMART) 모형.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인터뷰]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미국 뉴스케일 SMR 성공하면 밴드왜건 효과 나타날 것”
‘탈원전 유턴’ 세계가 SMR에 주목하는 이유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탄소 중립 시대에 원자력의 역할은 더 확대될 것”이라며 “한국은 세계적인 원전 기술과 SMR 개발 경험을 갖고 있으므로 SMR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국원자력학회장과 혁신형 SMR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탄소 중립 시대에 주요국이 SMR에 주목하는 이유는 뭔가.

“원자력의 역할이 계속 확대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그렇다. 탄소 중립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모든 에너지를 전기로 쓰는 에너지의 전기화다. 무탄소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은 결국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두 가지밖에 없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때문에 전기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없어 원자력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복합 화력 등의 백업 설비가 필요한데 LNG 역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결국 원자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SMR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원자력 발전소가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 정도 확대돼야 한다고 전망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440여 기가 가동 중인데 최소한 880여 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SMR은 대형 원전 대비 크기가 작고 차별화된 안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수용성이 확보된다.

또 수요에 따라 용량 규모를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SMR은 전력 수요에 따라 모듈 개수를 조절해 운전할 수 있어 대형 원전 대비 운전의 유연성도 갖추고 있다. SMR이 가진 여러 장점 때문에 탄소 중립에서 원자력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아주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보고 전 세계가 SMR에 주목해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의 SMR 기술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SMR 상용화 기술은 미국이 가장 앞서 있다.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원전은 SMR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심사를 통과했고 전력회사가 주문만 하면 건설에 착수할 수 있는 상태다. 한국은 미국보다 약 5년 정도 뒤처진 상태라고 본다. 하지만 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프랑스·영국·캐나다 등 원전 강국들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

한국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997년 ‘스마트(SMART)’라는 한국형 소형 원전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경험이 있다. 다만 한국은 원자로 모듈을 여러 개 묶는 기술을 개발하지 않았다. 미국은 소형 원자로 모듈을 여러 개 연결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이 이걸 캐치해 미국의 SMR 기술을 따라잡아야 한다. 아직 미국과 기술 격차가 있지만 한국도 소형 원전을 설계한 경험과 상당한 기술을 갖고 있으므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고 본다.”

-SMR의 2030년 상용화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SMR 개발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동안 시장에 들어오지 못한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원전은 처음 짓는 SMR인 만큼 현지 전력회사들이 높은 초기 비용에 따른 우려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첫 시장 진입은 항상 어려운 것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도 초창기 적자를 내던 회사였지만 한 번 시장을 개척하고 나니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뉴스케일파워도 마찬가지로 시장을 뚫는 데 애로점이 있지만 첫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뉴스케일파워는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이지만 한국 원자력계에서는 뉴스케일파워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 뉴스케일파워의 성공이 SMR의 가치를 시장에서 증명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SMR을 탄소 중립 기술에서 제외하고 수출용으로만 쓰겠다고 했다.

“탄소 중립은 세계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제시한 세계적인 어젠다였지만 탈원전 정책은 국지적인 것이었다. 2017년 탈원전을 선언하고 202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면 환경 변화에 맞춰 정책에도 변화를 가져 왔어야 했다. 향후에도 에너지 정책 방향이 이대로 간다면 한국의 원자력 인프라는 모두 무너진다.

영국도 1956년 세계 최초로 상용 원전인 콜더홀을 가동한 원자력 선도 국가였는데 1989년 영국 정부의 전력 산업 민영화 이후 원전 사업의 경제성이 악화돼 30년간 원전 건설이 중단됐었다. 그동안 기술력이 약화되고 원전 산업의 인프라가 무너져 원자력 발전소를 다시 짓기 위해 외국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 영국이 대형 원전 건설은 해외 기술에 의존하더라도 SMR 만큼은 자국 기술로 해보자고 SMR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탄소 중립 때문에 한국에서도 이런 상황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본다. 차기 정부는 반드시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해 정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