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악재에 온라인몰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 변경 주효

[마켓 인사이트]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스파오 매장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스파오 매장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중견 의류 기업들이 살아나고 있다. 온라인 채널 강화와 소비자 특성에 맞춘 제품 세분화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녹고 있다. 의류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부정적 여파를 가장 많이 받은 업종 중 하나다. 다중 이용 시설 방문 등의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은 의류 제품에 대한 소비 활동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의류 기업의 대부분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매출이 급감했다. 매출 감소로 인건비·임차료·감가상각비 등의 고정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수익성 역시 떨어졌다. 영업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의류 기업도 나타났다. 대기업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판매 채널이 덜 다각화된 중견 의류 기업들의 어려움이 더욱 컸다.

하지만 이랜드월드·신성통상·에이션패션 등 일부 중견 의류 기업은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판매 채널 전략을 전반적으로 수정하고 저수익 오프라인 점포를 정리하면서 내실을 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이라는 ‘암흑기’를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는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은 셈이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되면서 실적 개선 속도 역시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알짜’ 브랜드에 집중한 이랜드월드

이랜드월드는 이랜드그룹의 국내외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모기업이다. 사업적으로는 이랜드그룹의 한국 패션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사업 확대 과정에서 차입 부담이 커지자 2018~2019년 수익성이 낮은 브랜드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효율성이 높은 유통망 위주로 채널을 재편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재무 구조를 정리하던 찰나 코로나19 사태라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본질적으로 경기에 민감한 업종 특성에 코로나19 사태의 부정적 영향은 더 컸다.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소비자가 빠르게 이탈했고 영업 현금 창출 능력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코로나19 사태는 예상보다 장기화됐고 종식 시점이 불투명해지자 이랜드월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썼다. 소비자층이 두터운 ‘알짜’ 브랜드에 대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고 유통망 효율화와 채널 전환에 주력했다.

이랜드월드는 뉴발란스와 스파오 등의 브랜드로 한국에서 중상위권의 시장 지위를 갖추고 있다. 브랜드에 따른 적절한 가격 책정으로 충성도 높은 소비자군도 형성했다. 이랜드월드는 기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신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제품 다각화에 힘을 쏟았다.

판매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는 자사 몰 중심의 영업도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다른 경쟁 기업에 비해 단계적 일상 회복 체계로의 전환을 일찍 준비한 셈이 됐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보상 소비가 시작됐고 이랜드월드의 영업 실적 역시 빠르게 좋아졌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141억원에 그쳤던 이랜드월드의 한국 패션 부문의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552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이랜드월드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은 11.1%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 확산되던 지난해는 6.2%였다. 올해 상반기 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EBIT) 마진 역시 3.7%로 지난해 마이너스 2.3%에서 크게 개선됐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의 재확산 가능성이 있고 의류 산업의 밸류 체인 혼란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하지만 보상 소비를 토대로 실적이 회복되면서 재무 지표 전반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스파오·탑텐·폴햄이 돌아왔다…‘암흑기’ 이겨내는 중견 의류 기업
“고맙다 탑텐”…고공 행진하는 신성통상

탑텐·올젠·지오지아 브랜드로 잘 알려진 신성통상은 단계적 일상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신용 등급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신성통상의 신용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수정했다. 현재 ‘BBB-’인 신용 등급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내수 패션 부문을 중심으로 외형이 성장 중이고 고정비 부담 완화로 채산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성통상은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주기적으로 브랜드를 재정비해 왔다.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브랜드 성격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2019년부터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반사 이익을 얻어 ‘패스트 패션’으로 불리는 자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탑텐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신성통상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는 와중에서도 이 분위기를 이어 가기 위해 철저하게 타깃 소비자층 특성에 맞춰 가격을 책정하고 브랜드별로 유통 구조를 차별화했다. 저마진 거래처를 축소하고 탑텐 키즈라인을 확대하며 영업이익률을 높였다.

신성통상의 2021 회계연도(지난해 7월~올 6월) 영업이익률은 6.2%로 전년 대비 2.2%포인트 올랐다. 신성통상의 영업이익률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기 이전에도 4% 안팎을 나타냈다. 2021 회계연도 EBITDA 마진은 11.6%로 전년(9.4%)에 비해 2.2%포인트 높아졌다. 2018 회계연도 4.7%, 2019 회계연도 6.4%로 신성통상의 EBITDA 마진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 패션 부문뿐만 아니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출 부문 역시 신성통상의 영업이익률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OEM 수출 부문에선 코로나19 확산 초기엔 수주가 감소하고 운반 비용이 상승해 고전했다. 반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경각심이 완화되면서 월마트 등 주요 거래처의 수주량이 확대됐다.

에이션패션, 역발상으로 ‘포스트 코로나’ 준비

폴햄을 주력 브랜드로 하는 에이션패션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역발상 영업 정책을 썼다. 다른 의류 기업들이 마케팅을 축소하면서 소극적으로 영업하는 사이 오히려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자사 온라인몰 투자를 계속하는 동시에 매장 확대를 결정했다. 매장 확대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신규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들이 온라인 소비자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에이션패션의 2021 회계연도 매출은 26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 증가했다. 2018 회계연도에 0.4%에 그쳤던 온라인 매출 비율이 2021 회계연도에는 14.2%로 뛰었다.

물론 아직 저조한 영업 수익성은 에이션패션의 고민거리다. 의류업계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에이션패션은 저가 정책을 고수했다. 이 영향으로 2019년 이후 영업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
단, 올해 들어서는 백화점 아울렛과 대형 복합 쇼핑몰 등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유통망을 중심으로 매장을 재편하고 있다. 수익성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성과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선 단계적 일상 회복 국면에서 실적 개선 폭이 커지고 낮아진 수익성을 끌어올리면 현재 ‘BB+’에 머무르고 있는 신용 등급도 ‘BBB-’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확산 초기에 매출 타격이 큰 의류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모 채권 시장에서 간신히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며 “최근에는 실적과 신용도가 동시에 개선되는 추세여서 공개 모집 회사채 시장 복귀를 준비하는 의류 기업들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