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섭 악어디지털 대표 ..."일본 넘어 아시아 진출...솔루션 제공 고도화할 것"

김용섭 악어디지털 대표. 사진=김기남 기자
김용섭 악어디지털 대표. 사진=김기남 기자
코로나19와 기술의 발달로 종이문서가 디지털 문서로 전환되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사회가 성큼 다가왔다. 지난해부터 정부에서 시행한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으로 전자문서가 종이문서와 동일한 효력을 띠게 되면서 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자문서 시장은 향후 3년간 연평균 약 12%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용섭 악어디지털 대표는 테크기업에서의 다년간 경험을 토대로 자체 광학적 문자 판독(OCR) 기술을 갖추고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서 전자화 시장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김 대표를 만나 문서 전자화 시장의 전망과 앞으로의 사업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악어디지털은 어떤 회사인가요.

“악어디지털은 대량의 기록물들을 디지털화해 새로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업입니다. 전자화 문서 시장은 한국의 경우 최소 6000억원의 매출이 일어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악어디지털은 2014년 문서 스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출발해 인공지능(AI) 기반 업무 처리 아웃소싱(BPO) 및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솔루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한 'KANDA'라는 이름의 인공지능-광학적 문자 판독(AI-OCR) 엔진은 높은 정확도로 기업의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합니다. 이미지 및 다양한 필기체의 문자 정보, 구겨지거나 왜곡된 문서도 막힘없이 전자화하죠. 또 악어디지털은 디지털 문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정을 구축해 연간 1억2000만장 이상의 종이 기록물을 전자화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한화솔루션,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충북대학교 등 대기업부터 중견, 중소기업, 병의원, 학교, 및 공공기관 450여개 고객사들과 협업 중입니다.”

- 문서 전자화 시장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문서 전자화에만 그치지 않고 업무 자동화까지 확장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안랩과 네이버에서 보안 엔지니어로 오래 일했는데, 기업을 거치면서 느낀 건 데이터가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기업들은 모두 성장을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네이버가 못 보는 데이터, 즉 오프라인 기록물과 기업 대상(B2B) 시장에 접근한다면 네이버나 구글과는 조금 다른 데이터를 가져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14년에 아이패드가 나와서 종이가 다 없어질 거라는 예고가 되고, 모바일 디바이스가 주목받았습니다. 그런데 오프라인 문서를 디지털로 옮기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었죠. 문서 전자화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이 때문입니다. 독서를 좋아해서 문서 스캔을 많이 했던 경험도 영향을 미쳤죠. 2017년 창업 초기에는 기존의 OCR 프로그램을 쓰다가, 고객이 원하고 있는 수준을 못 맞춰 주는 것을 느껴서 독자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문서를 대량으로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작업을 제조 공장처럼 분업화해서 돌아가게 하고, 문서를 정리하고 스캔 데이터를 취합해 가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또 문서 전자화 작업을 한 후에는 고객들이 문자 인식과 검색에 대한 요구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OCR이 연계됐고, 문자를 판독한 이후에는 보험금 청구서, 지료비 영수증 등 노동 집약적인 데이터 입력 업무를 대신 해주는 자동화(RPA)에 대한 요구를 받아서 이를 수용해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 타사와 비교했을 때 악어디지털의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일까요.

“OCR에서 시작해 업무 자동화까지 구축하고 문서 원본 보관과 파기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은 이 카테고리 내에서 유일합니다.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업무를 많이 도맡아 할 수 있는 건 이런 이유입니다. 고객이 악어디지털을 선택할 때는 효용성과 효율성에 초점을 둡니다. 예로 들자면, 한화솔루션 같은 경우 공장 도면이 문서로 모두 철 되어서 서류서고에 꽂혀 있었습니다. 그 문서가 너무 오래돼서 담당자만이 읽어볼 정도였습니다. 도면이 오래되면 유지보수에 애로를 겪을 수 있고, 검색도 안 되고, 새로운 담당자가 오면 그 문서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대형기관이나 제조업 회사의 경우 협력사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에서 있는지도 몰랐던 중요한 서류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시험성적서나 장비와 관련한 서류 등입니다. 아직까지는 내부에서 전자적으로 잘 해결을 못 하고 있는 거죠. 모든 문서를 다 포괄하고 열람하기가 쉽게 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화가 중요한 건 문서로 된 경우에는 해당 담당을 오래 했던 담당자만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디지털화하면 정보 접근을 매우 효율화할 수 있습니다.

- 고객과의 신뢰를 중시한다고 들었습니다.

“고객들이 최종적으로 일을 맡길 때는 오히려 기술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보안과 관련한 신뢰가 두텁고, 내용이 외부에 반출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악어디지털은 용인에 본사가 있는데, 문서를 다룰 때 3305㎡(1000평) 정도 되는 공간에 보안 완비된 시설 안에서 진행됩니다. 최근 클라우드가 대세이긴 하지만 클라우드에는 한계가 있어 자체 서버 시설이 있습니다. 이렇게 폐쇄 환경에서 데이터가 온전하게 처리가 됩니다. 처음 악어디지털에 대한 매력은 기술에서 느끼는데, 실제 의사결정은 짧은 기간 내에 신뢰성 있게 할 수 있느냐가 좌우합니다. 악어디지털이 요소기술 등 기술적 자산뿐 아니라 대형의 시설을 구축하고 보안을 완비한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성장하는 데 쉽지 않는 길을 걷기는 했지만, 이 정도의 진입장벽을 가지고 다른 스타트업이 경쟁하기는 어렵습니다. 보안 라이센스도 있고 보안 담당자들이 포진을 하고 있고요. 법인을 설립한 초기에는 기술적인 측면에 강조를 많이 했는데 막상 계약을 하려고 보니 계약서를 못 줄 거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믿음이 없으니까 그런 거죠. 그 때 비즈니스의 속성이 신뢰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개인 정보나 중요 기록물을 다루는데 신뢰가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보안이 준수가 되어야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사에서도 중요한 문서를 다룰 때는 보안팀들이 함께 옵니다. 보안 관리 경험이 있었던 것이 굉장히 큰 강점이 됐습니다.”
김용섭 악어디지털 대표. 사진=김기남 기자
김용섭 악어디지털 대표. 사진=김기남 기자
-악어디지털이라는 사명도 독특합니다.

“악어는 먹잇감이 오면 잘 안 움직이고 한번 물면 놓치 않고, 추위가 찾아왔을 때는 동면 상태로 버티지요. 그런 강인한 면들을 표현하고자 악어라고 지었고요. 처음에는 악어스캔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가 브랜딩을 재정비하면서 악어디지털로 바꾸었습니다. 일본에도 악어디지털의 이름을 살려 '아쿠오디지털'이라는 이름으로 진출했습니다.”

-최근 일본 시장에 진출하셨는데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일본 시장은 상대적으로 디지털화가 느리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되는 과정에서 절박함을 느끼는 상황이어서 문서 전자화에 관심이 높은 상태입니다. 악어디지털은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를 일본의 다이와증권으로 잡았습니다. 일본에 대한 기대치는 많이 갖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일찍이 전자문서에 종이문서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고 전자서명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희의 목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디지털 문서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일본 상장 이후에는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해서 동남아 시장들을 공략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장에 더 많은 기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전자화되진 못하겠지만, IT 프로세스를 못 쫓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벤치마킹하고 있는 회사들이 있습니까.

“기록물을 자산화하는 트렌드를 보면 이미 성장한 국가에서 많이 보입니다. 미국에는 ‘아이언마운틴’이라는 큰 회사가 있는데, 단독 매출로 4조원 정도를 합니다. 일본 전체 시장이 4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죠. 이 회사는 냉전 시대에 중요한 문서를 보관해주는 문서 보관업부터 시작해 디지털 자료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악어디지털과 비교하면 이 회사는 보관업이 모체이다 보니 디지털 아카이빙에 초점이 되어 있고, OCR기술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지 않습니다. 악어디지털은 아카이빙보다는 좀 더 기술적이고 자동화적인 부분들이 많습니다. 창업에 영감을 받은 회사는 맞지만, 결이 조금 다른 거죠. 또 스노우플레이크 등 데이터 가공업체들도 의미 있는 사업을 하고 있어 주목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기업데이터를 잘 가공해 주고 의미 있는 정보를 도출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앞으로의 비전을 말씀해 주세요.

“악어디지털은 기록물이 자산이라는 개념을 갖고 기록물을 디지털 자산으로 변환해주는 디지털 자산화 기업으로서 성장하려 합니다. 또 의미 있는 자료를 뽑아내기 전 로우데이터를 잘 조성해 주고,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그 이후의 작업들을 할 수 있는 도구들까지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화 후에 검색, 그리고 자동화까지 고객 요구에 따라 변화해 왔는데, 고객이 미처 발견을 못 했던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자극을 주고 싶습니다. 크고 방대한 데이터를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형태로 시각화하거나, 인터랙션하게 해 주고, 더 정밀하게 찾을 수 있게 해 주면서 그 과정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의미 있는 정보를 만들 수 있는 도구나 솔루션을 만들어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이 같은 성장을 통해 앞으로 문서 전자화 분야에서는 네이버와 구글을 뛰어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