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등쌀에 천덕꾸러기로 전락
18조원 투입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좌초 위기

[비즈니스 포커스]
포스코에너지와 두산중공업 등이 출자한 삼척블루파워가 강원도 삼척시 맹방 해변 인근에 건설 중인 삼척화력발전소의 2021년 10월 현장 모습.  사진=삼척블루파워 제공
포스코에너지와 두산중공업 등이 출자한 삼척블루파워가 강원도 삼척시 맹방 해변 인근에 건설 중인 삼척화력발전소의 2021년 10월 현장 모습. 사진=삼척블루파워 제공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삼척블루파워가 건설 중인 삼척화력발전소가 포스코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한국의 마지막 석탄 발전소로 우여곡절 끝에 막차를 탔지만 탈석탄 및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조에 따라 비우호적인 산업 환경으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공정률 70% 육박, 퇴출 땐 매몰비용 3조원

삼척화력발전소는 2018년 1월 인가를 받고 2020년 12월 정부의 제9차 전력 수립 기본 계획에 따라 강원도 삼척에 2100MW(1050MW 2기) 규모로 지어지는 민자 발전소다. 올해 1분기 기준 NH농협은행(54.53%), 포스코에너지(29%), 두산중공업(9%), 포스코건설(5%)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포스코 자회사가 도합 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포스코 계열사로 분류된다. 2024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정률 약 50%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연말에는 공정률이 70%로 올라갈 전망이다.

문제는 ESG 투자 트렌드에 따른 탈석탄 기조, 석탄 산업 규제 등으로 자금 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탄소 중립 과속 행보도 부담이다. 정부는 2050년까지 석탄 발전을 전면 중단하고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10월 27일 확정했다.

탄소 중립 시나리오는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모두 중단하는 A안과 일부 LNG 발전을 남기는 대신 탄소포집·이용·저장기술(CCUS) 등 온실가스 제거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B안으로 구성됐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도 40%로 상향됐다.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석탄 화력 발전이 2050년이면 모두 사라지고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가 설계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폐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4년 4월 준공 예정인 삼척화력발전소는 통상적인 발전소 설계 수명을 30년으로 봤을 때 2054년까지 운영해야 하지만 탄소 중립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가동 연한인 30년을 채우지 못하게 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발전소 가동률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데 100% 정상 가동되지 못하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지난해 한국 석탄 화력 발전소의 평균 가동률은 71%였고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 따라 가동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 중립에 총력을 기울이는 포스코는 삼척화력발전소로 인해 올해 10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ESG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집중 포화를 맞았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 줄이고 2040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삼척화력발전소 문제로 포스코의 탄소 중립 의지가 부족하다는 질타가 쏟아진 것이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학동 포스코 사장에게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에 석탄 발전은 제로(0)라며 “이렇게 하면 손해가 클 텐데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이미 1조7000억원을 투자했고 지금 중단하면 3조3000억원의 손실이 난다. 또 연말에는 공기가 70%가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석탄 발전 중단이 결정된다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발전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로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석탄 발전소의 조기 폐쇄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그래픽=송영 기자
그래픽=송영 기자
신규 석탄 화력 ‘가시밭길’…18조 소송전 비화하나

삼척화력발전소는 탈석탄 흐름에 다수의 기관투자가가 석탄 산업 관련 투자를 기피하고 있어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척화력발전소 건설·금융 투자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 사회 단체의 압박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삼척화력발전소는 총 4조9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중 약 1조원을 회사채로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공정률이 40%인 현재 8000억원의 회사채가 미발행된 상태다. 올해 6월 자금 조달을 위해 1000억원 공모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수요 예측을 진행했지만 전량 미매각됐다.

한국 신용 평가사들은 운영사인 삼척블루파워의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이 탈석탄 전략의 일환으로 네거티브 스크리닝(투자 제한 및 배제 전략)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포스코도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척화력발전소는 최신 초초임계압(USC) 설비 도입으로 기존 발전소보다 발전 효율이 뛰어나고 미세먼지 등 환경 오염 물질 배출이 크게 저감되는 고효율·친환경 발전소다. 삼척블루파워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GS동해전력과 친환경 암모니아 발전 기술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석탄 화력 발전 사업에 비우호적인 금융 시장 환경과 부정적인 이미지를 의식한 탓인지 포스코에너지는 삼척화력발전소 사업을 담당하는 법인 포스파워의 사명을 지난해 4월 자연 친화적인 기업 이미지를 고려한 삼척블루파워로 변경했다.

현재 한국에서 상업 운전을 이제 막 시작했거나 조만간 준공 예정인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는 7기다. 충남 신서천화력과 경남 고성 하이화력(1·2기), 강릉 안인화력(1·2기), 삼척화력(1·2기) 등이다. 이들 석탄 화력 발전소 7기 건설에 들어간 총사업비는 약 18조원에 달한다.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의 여파로 석탄 화력 발전소가 좌초 자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좌초 자산(stranded assets)은 시장 환경의 변화로 자산 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말한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각종 탄소 규제 등으로 석탄 산업과 관련된 자산은 대표적인 좌초 자산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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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서 대표 발표한 ‘에너지 전환 지원법’도 논란이다. 이 법은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인한 발전 사업 변경·취소·철회 시 해당 개발 사업자의 손실을 보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에너지 전환을 위해 불가피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별히 필요한 경우 발전 사업 변경 등 협약 체결에 동의하지 않는 발전 사업자에 대한 심의 의결을 거쳐 발전 사업을 위한 지정을 철회할 수 있다”는 내용의 ‘독소 조항’이 포함됐다.

이 법이 시행되면 한국에 지어지는 마지막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인 삼척화력발전소도 중도에 좌초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삼척화력발전소의 공정률은 연내 7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사업이 중단된다면 매몰비용은 3조3000억원에 달한다.

민간 사업자들이 정부 인가를 받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전소에 투자한 만큼 사업 중단에 대한 적절한 보상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소송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력산업연구회가 7월 개최한 ‘신규 석탄 발전 퇴출, 과연 정당한가’라는 온라인 정책 세미나에서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규 석탄 발전 건설에 필요한 투자비는 대개 5조원을 웃돈다는 점을 감안해 최소 금액을 가정해도 자기 자본과 금융 부채가 각각 1조원, 4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급작스러운 정부 정책의 변화로 사업이 좌초돼 금융회사 부채에 대한 쟁송 문제로 발전하면 약 18조원 규모의 유례 없는 ‘국가 상대 배상 소송’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