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전성시대’ 끝나자 매출·영업 이익 부진…카메라·사무기기 통합 법인 출범

[비즈니스 포커스]
디카 침체에 NO 재팬까지…캐논코리아의 마지막 승부수
‘두 개의 캐논이 하나의 캐논으로.’

사무 기기와 카메라 사업이 각각 법인으로 별도 구성됐던 캐논코리아가 최근 두 개의 법인을 합병하고 재출범을 알렸다. 2000년대를 휩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경영 통합을 통해 ‘토털 이미징 솔루션 기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카메라 법인 소멸, 판매 채널 통합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캐논코리아 BS).
캐논코리아 컨슈머 이미징(캐논코리아 CI).

캐논코리아가 두 개의 법인을 하나로 합치며 ‘캐논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한다고 11월 1일 밝혔다. 회사는 사명 변경에 앞서 지난 6월 28일 합병 계약을 하고 8월 12일 주주 총회 승인을 거쳤다.

합병 공시에 따르면 존속법인은 캐논코리아 BS로, 소멸법인은 캐논코리아 CI다. 캐논코리아 BS는 지난 1985년 롯데그룹과 캐논(일본)이 50 대 50의 지분 투자로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디지털 복합기, 레이저 프린터 등의 사무 기기 등을 주력으로 의료 기기, 산업 설비, 네트워크 카메라 등 지속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2020년 매출액 5458억원으로 업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캐논코리아 CI는 캐논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법인으로, 2005년 설립된 이후 카메라·렌즈·방송 기기 등 광학 기기 제품을 수입, 판매해 왔다.

회사 측은 이번 합병의 목적이 ‘경영 효율성과 사업 역량 강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로 기업 가치와 주주 이익을 제고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해석이 짙다. DSLR 카메라(디지털 카메라, 이하 DSLR) 시장의 침체된 상황과 한국에서 장기간 이어져 온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른바 ‘NO 재팬’)의 영향으로 캐논코리아 CI의 부진이 수년째 지속됐기 때문이다.

실제 캐논코리아 CI의 매출 지표도 디카의 유행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디카는 1990년대 중순 소비자에게 보급되기 시작하며 2000년대 붐을 맞았다. 캐논·후지·소니 등 일본 카메라 제조사들이 앞다퉈 디카를 생산하며 필름 카메라의 생산량을 압도했다. 한국의 상황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03년부터 ‘1인 1디카 시대’란 신조어가 나올 만큼 디카의 전성시대였다. 당시 캐논은 한국 종합 상사인 LG상사를 통해 한국 시장에 디카를 판매했는데, 2005년 사업을 담당할 한국법인으로 자본금 34억원 규모의 캐논코리아 CI를 설립했다. 독자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 한국 디카 시장에 직접 진출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법인 설립 후 캐논코리아 CI는 승승장구했다. 2016년 첫 매출로 1602억원을 기록한 이후 성장세를 거듭해 2010년 40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설립 후 최고 매출이다. 하지만 디카의 전성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디카를 내장한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카메라 사업부의 매출도 감소했다. 2020년에는 992억원을 찍었다. 전년도(1393억원)보다 28.7% 줄어든 수치이자 2005년 설립 후 실적을 공개한 이후 최저 매출이기도 하다. 최고 매출을 기록한 2010년과 비교하면 무려 75.3% 감소한 수준이다. 디카의 하향세도 있었지만 2019년 ‘노 재팬’ 운동도 매출에 직격타를 입혔다.

한국 (렌즈 교환식 카메라) 시장점유율 1위인 캐논코리아 CI가 매출 부진을 겪을 때 경쟁사인 올림푸스한국은 아예 사업을 접었다. 올림푸스한국은 2020년 6월 말 보도 자료를 내고 “그동안 수익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한국 카메라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고 기대하는 성과 달성이 어려워 한국 카메라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캐논코리아 CI는 멈추지 않았다. 플래그십 DSLR 카메라 ‘EOS-1D X 마크 III’를 시작으로 풀프레임 미러리스 ‘EOS R5’, ‘EOS R6’, APS-C 미러리스 ‘EOS M50 Mark II’와 ‘EOS M200’ 등 신제품을 출시했다. 또 올해 초에는 유명 배우 김선호 씨를 모델로 영입하며 신제품 홍보에 절치부심했다. 하지만 최근 배우의 사생활 논란이 터지며 악재로 작용했다.
디카 침체에 NO 재팬까지…캐논코리아의 마지막 승부수
판매 채널 다각화, 롯데와의 시너지 기대

캐논코리아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정면 승부에 나섰다. 이번 경영 통합으로 캐논의 판매 법인을 일원화함으로써 한국 시장 내 캐논의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사업 확장을 통한 영업력 강화를 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중복되는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기존에 양 사가 지닌 각자의 전문 판매 채널을 통해 고객 확대를 도모하고 진입하지 못한 시장에도 도전한다는 방안이다.

캐논코리아는 “판매 채널과 조직 통합 운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 이익 창출 등의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입력에서 출력(input to output)’ 솔루션을 구축한 토털 이미징 솔루션 기업으로 높은 기술력과 전문화된 서비스로 업계를 선도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캐논 역시 기대하는 바가 크다. 캐논 관계자는 “이번 경영 통합으로 앞으로도 한국 고객에게 더욱 매력적인 상품, 더욱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캐논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캐논코리아 측은 우선 사무 기기 분야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한 통합 마케팅을 통해 B2B와 B2C 사업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또한 본사인 캐논이 사무 기기와 카메라 등 광학 기기 이외에 산업 설비(OLED 증착·노광장치), 의료 기기 사업도 영위하고 있는 만큼 향후 롯데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새롭게 추진할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기존 오피스 솔루션, 사무 기기와 홈 프린팅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무인 출력·헬스케어·이커머스 등 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 부합하는 지속 가능한 사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통합 법인을 이끌게 된 최세환 캐논코리아 대표 역시 어깨가 무겁다. 최 대표는 “캐논코리아는 지난 36년 동안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며 “이번 경영 통합으로 사무 기기와 카메라 산업의 시너지를 통해 한국 고객들에게 더욱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이끄는 ‘토털 이미징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 지붕 두 가족이 된 만큼 당분간 법인 합병에 따른 혼잡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캐논코리아 관계자는 “통합된 조직은 사전에 계획한 대로 재정비를 진행해 혼잡을 해소하고 있다”며 “현재 통합된 조직은 ‘공유’ ‘이해’ ‘존중’을 키워드로 한 조직 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조직 간 문화 차이를 좁히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