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깜깜이 산정에 국토부 새 분양가 상한제 꺼내들어
매뉴얼대로 분양가 산정해야, 미뤄졌던 일정 재개 기대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건설현장.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건설현장. 사진=한국경제신문
분양가 상한제를 포함한 다수의 규제 압박과 일부 단지의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올해 분양이 예정됐던 서울의 알짜단지의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아파트 물량의 공급 지연으로 실수요자인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의 꿈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올해 1~10월 서울에서 이미 분양을 했거나 분양 예정인 아파트 물량은 1만5833가구다. 2006년 1만5843가구 이후 15년 만의 최저치다. 올해초 정부가 발표한 전망치의 3분의 1 수준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서울에 4만8000~5만가구가 공급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약 3만가구가 부족하다.

‘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동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둔촌올림픽파크에비뉴포레의 분양이 연기된 것이 컸다. 이 단지는 전체 85개동에 1만2032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이 중 4786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당초 올해 하반기 분양이 진행될 것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산정한 적정 분양가와 조합이 원하는 분양가의 간극이 커 분양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HUG는 3.3㎡당 2900만원을 제시했지만 조합 측은 4000만원이 적당하다고 맞선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진주를 재건축하는 잠실진주와 성동구 행당동 행당7구역을 재개발하는 푸르지오파크세븐 등도 분양이 내년으로 넘어갔다. 서울 알짜단지들이 분양가 갈등을 내세워 올해 분양이 줄줄이 무산된 것이다.

단, 최근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이 발표되면서 서울 분양시장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양가격이 확정되면 당장 공급에 나설 수 있는 서울 아파트는 5만2000여 가구다.

분양가 상한제는 그동안 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제각각으로 산정해 모호한 부분이 많았다. 이로 인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8일 ‘분양가 상한제 매뉴얼’을 발표해, 분양가를 책정할 때 지자체가 입맛대로 가격을 매길 수 없도록 했다.

현재 분양가 상한제 금액은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의 합에 택지비·공사비에 대한 각각의 가산비를 더해 결정된다. 그러나 지자체마다 분양가로 산정해주는 가산비 항목과 심사 방식이 달라 산정 분양가와 건설사 및 조합이 원하는 가격이 상이해 분양이 지연되는 문제가 빈번히 발생해왔다.

이번 개선안에 따르면 지자체는 앞으로 별도 고시 없이 국토부가 책정한 기본형 건축비를 임의조정할 수 없다. 가산비를 조정할 때에도 권장 조정률을 따라야해 마음대로 분양가를 책정하기가 어려워진다. 택지비도 단지 규모와 교통여건, 용적률 등 개별단지 특성을 반영해 책정해야 한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방자치단체가 분양가 산정에 개입할 여지가 적어지면서 최소한 기존 분양가보다는 높은 가격에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며 “HUG 분양가보다 공급가격이 높아지며 미뤄졌던 분양 일정도 조금씩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