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주’ 수혜 입으며 효성첨단소재·코오롱인더스트리 주가 급상승
[비즈니스 포커스] 섬유화학 산업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온 효성과 코오롱이 이번에는 수소 산업에서 맞붙었다.올해 들어 수소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지만 양 사가 수소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투자해 온 것은 2000년대부터다. 효성은 효성첨단소재의 탄소 섬유, 효성중공업의 액화 수소 공장 건립, 수소 충전소 운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코오롱은 수소 연료전지 분야에 특화된 코오롱인더스트리,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한 수전해 기술로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코오롱글로벌 등이 활약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 양사의 계열사들은 수소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높은 주가 상승추이를 보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계열사가 효성첨단소재와 코오롱인더스트리다.
KB증권은 효성첨단소재가 수소 산업 활성화에 힘입어 탄소 섬유의 미래 가치가 부각됐다고 해석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경우, PET 타이어코드 판매 가격 상승과 수소 연료전지 소재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수소 생태계’ 구축 나선 효성
효성은 지난해 4월 2023년까지 액화 수소 생산·운송 및 충전 시설 설치와 운영을 망라하는 밸류 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효성·린데·산업통상자원부·울산시의 수소 산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효성화학의 용연공장 부지에서 수소 사업 비전 선포 및 액화 수소 플랜트 기공식을 개최했다.
효성과 린데는 효성화학 용연공장 내 부지에 액화 수소 공장을 신설한다. 양 사는 연산 1만3000톤 규모의 액화 수소 플랜트를 완공해 2023년 5월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신설되는 액화 수소 공장은 단일 설비로는 최대 규모다. 이와 별도로 효성중공업은 중·장기적으로 액화 수소 생산 능력을 3만9000톤까지 늘리기 위해 5년간 1조원을 투자한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수소는 기존 탄소 중심의 경제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효성의 액화 수소 사업의 핵심은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효성의 투자가 향후 한국의 수소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중공업은 효성그룹 계열사 중에서 수소 관련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는 곳이다. 오랜 기간 쌓아 온 회전기와 압축기 등 중공업 분야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2000년 압축 천연가스(CNG) 충전 시스템 사업에 진출했다. 수소 충전소 건립에 필요한 모든 자재를 비롯해 생산·조립·건립에 이르기까지 토털 솔루션 사업을 제공한다. 2008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총 18곳에 수소 충전소 설비를 납품한 한국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효성중공업은 CNG 충전 시스템에서 얻은 기술과 운용 역량을 기반으로 수소충전소 기술을 축적해 왔다. 지난해 8월에는 정부세종청사 내 첫 수소 충전소를 구축했다. 이는 국가 주요 시설에 구축하는 둘째 사례이고 2019년 9월 국회에 서울시 첫 상업용 수소 충전소를 준공하기도 했다.
효성은 수소 충전소 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핵심 부품인 수소 연료탱크 등에 쓰이는 탄소 섬유 사업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수소 연료탱크는 일반 공기보다 500~900배 이상의 고압을 견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고강도의 저장 용기가 필수다. 이에 따라 탄소 섬유는 수소 에너지의 안전한 저장과 수송·이용에 반드시 필요하다.
효성첨단소재는 2007년 탄소 섬유 개발에 뛰어든 이후 최단 기간 만인 2011년 한국 최초로 자체 개발에 성공한 고성능 탄소 섬유 브랜드 탄섬(TANSOME)을 개발했고 2013년 5월부터 전북 전주 친환경복합산업단지에 탄소 섬유 공장을 운영해 왔다. 2018년 8월에는 전주 탄소 섬유 공장에서 2028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연산 2만4000톤의 탄소 섬유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소 연료전지 분야 기술력 등에 업은 코오롱
코오롱그룹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그룹 내 수소 산업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 중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 연료전지 분야에서 오랜 기간 쌓아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그룹 내 수소 사업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6년 수소 연료전지용 분리막 기술 연구를 시작한 이후 수소 연료전지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오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주요 수소 사업 제품은 수소 연료전지용 수분 제어 장치와 고분자 전해질막(PEM), 막전극접합체(MEA)다. 수분 제어 장치는 수소 연료전지의 전기가 잘 발생하도록 습도를 조절하는 부품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한국 최초로 양산에 성공해 현재 글로벌 점유율 1위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인 넥쏘에 공급 중이며 대규모 증설도 추진 중이다.
수소 연료전지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고분자 전해질 분리막인 PEM은 올해 초 한국 최초로 양산 설비를 갖추고 사업 확장에 나섰다. PEM과 전극을 결합한 부품인 막전극접합체 MEA는 수소 연료전지 스택(전기 발생 장치)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2023년까지 양산 체제를 갖추고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육상과 해상 풍력 발전 사업에 이어 풍력 발전 단지에서 발생하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풍력 발전 단지의 심야 전력을 활용한 수전해 기술로 물을 전기 분해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하는 수분 제어 장치와 막전극접합체를 활용한 수소 연료전지로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구성하는 등 그룹사 간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코오롱글로텍의 경우 수소 저장과 운송에 필요한 압력 용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수소 압력 용기에 필수적인 토우프레그 및 드라이와인딩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오롱플라스틱은 주로 수소 전기차용 연료전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하우징 부품 및 수소 압력 용기 국산화를 위한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의 미래 사업을 총괄하는 이규호 부사장은 “코오롱은 2000년대 초부터 대한민국 수소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핵심 소재 개발과 수소 경제 저변 확대를 위해 꾸준히 준비해 왔다”며 “수소 경제 전반의 밸류 체인을 구축하고 ‘원앤드온리(one&only)’ 소재 기술력으로 수소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기 위한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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