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수 기업의 스마트 러닝 팩토리 구축…메타버스 활용한 ‘디지털 트윈’으로 제조업 혁신 나서

[비즈니스 포커스]
코리아텍에 설치된 스마트러닝팩토리. 사진=코리아텍 제공
코리아텍에 설치된 스마트러닝팩토리. 사진=코리아텍 제공
스마트 공장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변화다. 발 빠른 기업들은 현실 세계의 기계·장비·사물 등을 가상 세계에 똑같이 구현한 이른바 ‘디지털 트윈’으로 제조업 혁신을 본격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개별 현장에 적용할 ‘솔루션’과 ‘실무자’다. 스마트 러닝 팩토리 전문 기업인 아이지는 스마트 공장을 위한 교육용 장비를 개발 공급하고 솔루션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 공장을 위한 인재 양성으로 스마트 공장 보급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A부터 Z까지…스마트 공장 구축 나서

충남 천안에 있는 한국기술교육대(이하 코리아텍)에 세계 최초의 5세대 이동통신(5G) 기반의 스마트 러닝 팩토리(smart learning factory)가 있다. 이름 그대로 스마트 공장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학습 공간이다. 가상 물리 시스템·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약된 지능형 생산 공장으로 첨단 기술을 융합해 생산 과정의 실습 교육과 시연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당시 코리아텍은 4차 산업혁명 창의 융합형 인재 육성과 재직자의 기술 향상을 위해선 스마트 러닝 팩토리 건립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곧 이어 이를 실현해 줄 기업을 찾았다. 스마트 러닝 팩토리 전문 기업인 아이지다.

“6개월간 우리 직원들이 합숙하며 스마트 러닝 팩토리를 구축했어요. 스마트 공장의 A부터 Z를 다루는 것을 목표로 했죠.” 김권일 아이지 이사는 2018년 코리아텍에 스마트 러닝 팩토리를 구축할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아이지는 스마트 공장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이다. 스마트 공장을 구성하는 주요 기술을 보유해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LG디스플레이·한전KPS·SK텔레콤·KT·한국오므론제어기기·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테크노파크 등 유수의 기업과 정부 기관 연수원, 교육 기관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2019년 코리아텍의 세계 최초 5G 기반의 스마트 러닝 팩토리는 물론 한국 제1호의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내 스마트 러닝 팩토리, 중소벤처기업연수원의 스마트 러닝 팩토리 등이 아이지의 주요 작품이다.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모든 단계를 포괄하는 솔루션을 구축해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기술력이에요.”

2009년 설립된 아이지는 당초 교육 기관과 대기업 산업체 연수원에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용 장비를 개발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2016년 4차 산업혁명이 산업계 전반을 강타했다. 아이지는 변화의 물결에 빠르게 올라타며 보유 기술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스마트 공장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스마트 공장 전반에 대한 기구·제어·전장·소프트웨어 등 스마트 공장을 구성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확보하기 위한 조직을 새롭게 정비해 연구·개발 인력을 전체 인원의 45%까지 확대한 것이다.

“설립 초기부터 산업 현장에서 실제 사용되고 있는 자동화 장비, 로봇, 스마트 센서 등 다양한 영역의 연결을 통해 디지털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어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 러닝 팩토리와 스마트 팩토리 개념을 적용한 장비의 개발과 표준화를 진행해 스마트 공장화에 필요한 인력 양성은 물론 실제 산업 현장에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었죠.”
아이지의 스마트팩토리 교구. 사진=아이지 제공
아이지의 스마트팩토리 교구. 사진=아이지 제공
회사의 과감한 선택은 실적으로 돌아왔다. 아이지의 매출은 현재 스마트 팩토리 관련 비율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2017년 스마트 팩토리 관련 매출이 전체의 20% 미만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성장이다.

“기존 사업의 매출 규모가 유지에 그치는 수준이라면 스마트 팩토리 관련 사업은 전후방 사업으로 영역이 확장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에요. 예를 들어 스마트 팩토리에 사용되는 비전 및 데이터 처리 기술, IoT 센싱 기술 등이 ‘인공지능 방역 로봇’에 적용돼 현재 SK텔레콤에 공급하고 있죠. 초기에는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기도 했지만 지금은 발 빠른 전환에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아이지 솔루션의 강점은 기술의 융·복합에 있다. 교육 기관과 대기업 산업체 연수원에 교육용 장비를 개발 공급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제품 간 통합 제어 기술을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IoT·증강현실(AR)·가상현실(VR)·혼합현실(MR)·AI·클라우드 등 스마트 팩토리 구현을 위한 모든 기술적 요소를 개발하고 제어, 운영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다.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제품과 기술들이 융·복합돼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해요. 마침 우리의 주된 업무가 다양한 브랜드와 종류의 장비를 다루는 것이다 보니 융·복합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죠.”

제조업 메타버스 전환에 선두 자신감

아이지의 최근 관심사는 메타버스다. 디지털 트윈을 실현하기 위해 실제 산업 현장과 가상 공간을 연결하는 메타버스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인텔·아마존웹서비스 등 다양한 다국적 기업과 협업하며 스마트 공장 관련 기술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산업 현장과 가상의 공간을 연결하는 메타버스를 실현 가능하도록 개발 중입니다.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을 클라우드에서 구현함으로써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로봇과 자동화 장비, 제어 장치 등을 가상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죠. 스마트 공장의 구축과 변경, 증설 등을 가상의 공간에서 구현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최대화할 수 있어요.”
스마트팩토리 VR 교구. 사진=아이지 제공
스마트팩토리 VR 교구. 사진=아이지 제공
김 이사에 따르면 산업 현장과 동일한 조건의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면 산업 현장에서 만들 수 있는 실제 값과 동일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디지털 트윈을 이용해 자산 최적화, 돌발 사고 최소화, 생산성 증가 등 설계·제조·서비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앞으로 아이지의 목표는 스마트 공장 표준 플랫폼의 개발과 메타버스 실현을 위한 디지털 전환을 산업 현장에서 현실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 분야 최고 수준의 전문가와 신규 인력 채용을 진행해 별도의 기술 개발 조직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회사의 포부도 원대하다. 김 이사는 “산업 전반에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선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