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미국에서 창업, 세계 1000만 개 수출입 정보 데이터화…내년 초 정식 서비스 론칭
[비즈니스 포커스] 요소수 대란이 터진 지난 11월 한 스타트업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무역 분야 인공지능(AI) 기반의 스타트업인 딥세일즈가 베트남에서 총 4000톤 규모의 요소수를 확보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정부는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요소와 요소수를 긴급히 공수해 오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확보된 물량은 시급한 요소수 사태를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무명의 스타트업인 딥세일즈가 확보한 양은 민간 기업 중 최대치였다. 이보다 앞서 LX인터내셔널과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대기업 상사가 해외에서 요소수를 들여오기로 했지만 스타트업의 성과, 그것도 최대치 규모의 확보는 이례적인 뉴스였다.
AI 스크리닝으로 진성 바이어 가려내
“11월 10일 기존 바이어들에서 요소수 구매 요청을 받았어요. 요소수 공급 부족으로 사회·경제적 손해가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움직이기로 했죠. 우리 시스템이라면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김성호 딥세일즈 이사는 발 빠르게 요소수 확보에 나섰던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딥세일즈는 AI를 이용해 거래 성사 확률이 높은 전 세계의 판매자(셀러)와 구매자(바이어)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인 AI 기반의 스타트업이다. 김 이사를 비롯한 딥세일즈 경영진은 회사의 혁신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하면 요소수 공급 가능 업체를 찾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빠르게 요소수 확보전에 돌입했다.
“딥세일즈 시스템 안에서 요소수 공급처를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시스템상에 요소수와 관련된 HS코드(국제 통일 상품 분류 체계에 따라 대외 무역 거래 상품을 총괄적으로 분류한 품목 분류 코드)를 입력하면 실제 수출입 거래 기록이 있는 기업들이 쭉 정렬되고 기업 정보와 상품 정보, 통관 정보 등 해당 기업의 상세 내용과 위험도까지 확인할 수 있거든요.”
딥세일즈는 전 세계 무역과 관련된 상품 정보, 선하증권 정보, 통관 정보, 기업 정보 등 다양한 변수들의 상관 관계까지 계산해 가공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업력은 짧지만 2015년 미국에서 첫발을 떼며 전 세계에 걸친 방대한 공급망 데이터를 쌓아 왔다.
회사는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전 세계 기존 요소수 생산 공장들과 한 번이라도 요소와 요소수를 취급하던 업체들, 기타 요소수를 취급할 가능성이 있는 유사 상품들을 취급한 업체들까지 자체 알고리즘을 활용해 요소수 수출이 가능한 업체를 분석했다. 그리고 신뢰도가 낮은 회사들을 걸러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른바 무역업의 과업 중 하나인 진성 바이어를 가려내는 일이다.
“등록된 업체 중 유령 회사들이 많거든요. 해당 업체가 진짜 거래한 적이 있는지 분류하는 것이 중요하죠. 1차로 거래 데이터로 기업을 골라내고 2차로는 금융 정보를 통해 지불 건에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는지 걸러냈어요. 일련의 작업들이 자체 AI 알고리즘을 통해 이뤄지다 보니 속도감 있게 처리할 수 있었죠.” 딥세일즈의 트레이더들은 곧바로 공급 가능한 제조사와 접촉했다. 수일간의 협상이 이어졌다. 협상의 키는 딥세일즈가 쥐었다. 기존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할 수 없는 혁신 기술과 전 세계에 있는 방대한 공급망 데이터가 회사가 가진 핵심 키였다.
“변수까지 고려한 상대의 정보를 토대로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업체에서는 ‘어떻게 이런 것까지 알고 준비했느냐’고 놀라는 분들이 많아요. 지난 6년간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쌓아 왔기 때문에 보다 날카로운 제안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지난한 협의와 협상의 과정들,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지금의 데이터를 구축하게 됐어요. 지금은 딥세일즈의 자산이 됐죠.”
수일간의 협상 끝에 요소수 공급 계약에 마침표를 찍었다. 베트남에서만 4000톤, 독일에서 240톤의 공급 계약을 했다. 민간 기업이 확보한 최대치의 양이었다. 현재 베트남에서 확보한 요소수는 공공기관·주유소·화물차·렌터카 업체 등과 계약했고 독일에서 확보한 물량은 수입 업체와 전량 계약을 체결했다. 72시간의 노력, 3시간으로 단축
대기업과 공공 기관이 아닌 소규모의 스타트업이 이처럼 빠르게 요소수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타깃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제조사들을 효율적으로 찾는 독자적인 기술 덕분이었다.
“대기업이나 공공 기관은 기존에 보유한 인프라가 있고 그 안에서 어느 정도의 물량 확보가 가능하잖아요. 우리처럼 작은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요소수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누가 요소수를 생산하는지, 유통업체가 어디인지 명확하게 가려낼 수 있는 딥세일즈만의 막강한 데이터와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딥세일즈는 현재 한국에서 수출 기업 간 구매와 판매를 연결하는 베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전 세계 제조사와 유통사의 상품 정보, 기업 정보, 거래 정보, 담당자 정보 등 거래 성사에 필수적인 정보들을 다각도로 분석해 지원하는 솔루션이다.
“글로벌 무역 거래에서 바이어와 셀러를 찾을 때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임으로써 기업이 최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솔루션의 목적이에요. 바이어와 셀러를 찾는 데 업계 평균 약 72시간을 쓴다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3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만큼 거래 리스크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죠.”
회사는 내년 초 정식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그야말로 시작도 하기 전에 요소수 대란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셈이다. 딥세일즈는 이번 요소수 사건을 계기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거래에도 관심을 갖고 회사의 기술력과 데이터를 사용할 계획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나 산업 전반에 딥세일즈의 기술과 데이터가 필요한 곳이 있다고 하면 이번 요소수 확보 때처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딥세일즈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겠습니다.” 딥세일즈의 AI는…딥세일즈는 그간 박람회나 B2B 플랫폼, 대형 수출 지원 기관의 지원과 같은 기존 무역 시장의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비효율을 인공지능(AI)이란 ‘기술’로 해결한 회사다.
딥세일즈에 따르면 전 세계에 바이어는 8000만 곳에 달하며 세일즈 담당자가 진성 바이어를 찾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만 연 920만원에 이른다.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정보 부족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6년 세일즈 담당자를 대상으로 수출 추진 시 애로 사항을 묻는 질문에 정보 부족이 61.50%나 됐다. 이어 인력 부재(36.50%), 자금 곤란(34.60%), 제품 개발 곤란(28.90%), 통관 정보 부재(19.20%) 등이 뒤를 이었다.
딥세일즈는 이러한 애로 사항에 주목해 바이어와 셀러를 기술로 매칭하는 자체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회사가 찾은 최적의 기술 수단은 ‘AI’다. 인간의 역량을 뛰어넘는 AI를 통해 브랜드사의 상품과 기업 정보를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질 확률이 높은 잠재 바이어 리스트를 실시간으로 제공함으로써 해외 바이어 발굴 시 박람회나 B2B 플랫폼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비효율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딥세일즈의 데이터베이스는 전 세계 1000만 개 이상의 수출입 정보를 보유한 데이터 리소스로, 50개 이상의 소스에서 수집되고 표준화돼 분석할 수 있는 정보를 공급한다. 이 데이터들은 실시간으로 신규 트래픽과 더해져 새롭게 학습되며 AI를 통해 더 정확한 매칭으로 서로 간에 연결된다.
회사는 이 같은 기술력을 통해 잠재 바이어들의 데이터베이스 수집 기간을 평균 72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였고 거래 리스크 역시 절반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딥세일즈는 향후 셀러와 바이어를 연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킹을 구축해 바이어 발굴부터 결제·배송까지 글로벌 무역 간 밸류 체인을 통합할 계획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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