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노선 줄줄이 취소…화물 비중 높은 대한항공만 4분기 최대 실적 기대

[비즈니스 포커스]
12월  6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출국 안내 전광판에 빈 곳이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2월 6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출국 안내 전광판에 빈 곳이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연말을 앞두고 해외 여행을 기대했던 여행객들에게 ‘오미크론’이라는 찬물이 끼얹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일상 회복도 잠시 멈춰진 상태다.

증상과 여파를 정확히 할 수 없는 오미크론으로 세계 각국은 열었던 빗장을 다시 걸어 잠그고 있다. 한국 또한 12월 16일까지 백신 접종 여부에 관계 없이 입국 후 열흘간 의무적으로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꼭 필요한 일정이 아니면 일반인들은 선뜻 해외로 나가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국제선 운항을 차차 재개하려던 항공사들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항공사들은 정부가 백신 접종만 하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트래블 버블’을 맺은 싱가포르와 사이판을 중심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오미크론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입국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여객 수요의 회복은 당분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미국부터 일본까지, 문 다시 잠그는 각국
오미크론 습격에 다시 얼어붙은 항공업계
먼저 괌으로 향하는 노선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괌 노선을 취소하거나 운항 편수를 줄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12월 16일까지 예정됐던 괌 노선 7편의 운항을 모두 취소했다. 제주항공은 11월 말부터 괌 노선 운항을 재개해 12월부터 주 4회 운항할 예정이었다. 12월 16일 이후부터 주 4회 운항을 계획하고 있지만 방역 상황에 따라 운항이 축소될 수도 있다.

에어서울은 12월 23일 중단했던 괌 노선을 660여 일 만에 재개하려고 했지만 내년 1월 29일로 연기했다. 기존 예약 승객들에게는 항공권을 변경해 주고 환불 수수료를 면제해 줄 예정이다. 티웨이항공도 다음 주 인천~괌 노선을 중단한다. 진에어는 인천~괌 운항을 기존 주 4회에서 2회로 축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2월 23일부터 괌 운항을 18년 만에 재개하려 했지만 내년으로 연기했다. 오미크론 확산세에 따라 내년 1월 30일부터 주 2회 운항하는 일정으로 운항 연기를 결정했다.

정부가 2주간(12월 3~16일) 모든 국가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에 대해 10일 동안 격리 조치를 내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괌 노선은 사이판과 싱가포르와 같은 ‘트래벌 버블’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타격이 컸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여행 수요가 많은 괌을 시작으로 해외여행 노선을 확대하려고 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오미크론의 습격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입국뿐만 아니라 출국도 까다로워졌다. 미국은 그동안 출발 3일 이내의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면 입국이 가능했지만 하루 이내로 요건이 강화됐다. 12월 6일 오후 2시(한국 시간) 이후 출발하는 미국행 탑승객들은 하루 전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프랑스는 한국 출발 승객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출발 48시간 이내의 음성 확인서 소지를 의무화했다. 일본은 원칙적으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스라엘도 11월 28일부터 2주 동안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여행 수요가 또다시 위축되면서 LCC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CC는 매출액 중 80%를 여객 사업부가 차지하고 있다”며 “국내 여객의 회복 시점이 뒤로 늦어질수록 기업 가치의 훼손은 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가올 내년 설날 연휴를 계기로 국제 여행 수요가 반등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오미크론의 영향력에 대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객 수요 처참하지만…화물 운임은 상승세
오미크론 습격에 다시 얼어붙은 항공업계
반면 대한항공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도 불구하고 화물 영업이 호조를 보여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여객보다 화물 수송에 중심을 둔 결과다. 이미 대한항공의 화물 수송 비율은 70%에 가깝다.

10~11월 기준 국제선 여객 수는 2019년의 6%에 불과하다. ‘위드 코로나’ 직전까지 왔다고는 하지만 위축됐던 여객 수요가 회복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재확산으로 물류 대란이 심화됨에 따라 항공 화물 운임이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화물 성수기에 진입했고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수요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글로벌 항공화물지수 TAC에 따르면 아시아발 장거리 항공 운임은 평균 14%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화물 수송 비율이 높은 대한항공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한항공의 4분기 화물 운임은 전 분기 대비 21% 상승할 전망”이라며 “기존 예상보다 여객 매출액은 240억원 감소하는 데 그치는 반면 화물에서는 7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대한항공의 4분기 영업이익을 5383억원으로 예상하고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대한항공과 타 항공사들의 재무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2022년에도 국제선 여객 정상화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지만 항공 화물 시황은 호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토교통부의 항공 정보 포털에 따르면 10월 항공 화물 수송 실적에서 국적사는 22만5279톤을 실어 날랐다. 그중 대한항공은 64%인 14만4146톤을 실어 나르며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많은 화물을 수송한 아시아나항공(6만7919톤)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일찌감치 화물 쪽 점유율을 높인 대한항공과 달리 여객 수요의 회복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LCC의 인고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