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사진=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국경제
사진=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국경제
LG와 롯데를 시작으로 주요 그룹들이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삼성의 이번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삼성전자는 12월 7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서 대표이사 3명을 전원 교체하며 세대교체를 앞당겼다. 회장 승진 1명,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3명, 위촉 업무 변경 3명 등 9명의 최고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 공동 대표를 맡았던 김현석 CE(소비자가전) 부문 사장과 고동진 IM(IT·모바일) 부문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기남 DS(반도체) 부문 부회장은 회장으로 승진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으로 이동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CE와 IM 부문을 ‘세트 부문’으로 통합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세트 부문의 새 수장은 한종희 CE 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다. 1962년생인 그는 부회장으로 승진해 세트 부문을 총괄한다.

한 신임 부회장은 TV 개발 전문가 출신이다. 2017년부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아 TV 사업 15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 리더십과 경영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DS 부문은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이 이끈다. 1963년생인 경 사장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꼽힌다. 삼성전자에서 D램 설계, 플래시개발실장,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며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주도했다. 2020년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하는 등 경영 역량을 인정받아 친정에 복귀하게 됐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직을 함께 맡는다. 이번 인사로 대표들의 연령이 60대에서 50대로 낮아졌다.
‘불확실성 돌파’ 조직·대표 다 바꾼 이재용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에서는 정현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1960년생인 그는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 지원과 삼성전자 및 전자 계열사 간 시너지 발굴 등 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 왔다. 삼성전자가 정 신임 부회장을 앞세워 M&A 등 미래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계는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를 이재용 부회장의 쇄신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조직 개편과 함께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미래를 대비한 도전과 혁신을 이끌 인물을 세트 사업과 반도체 사업의 부문장으로 각각 내정하는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격화하는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도 12월 7일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삼성SDI는 최고경영자(CEO)인 전영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신임 대표이사 자리에는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최윤호 사장을 앉혔다. 1963년생인 최 사장은 삼성전자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과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담당 임원, 전사 경영지원실장 겸 CFO 등을 거치며 회사의 글로벌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SDI는 “글로벌 사업 경험과 운영 역량을 갖춘 최 사장이 삼성SDI의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신임 대표이사로 장덕현 삼성전자 부사장을 승진 내정했다. 1964년생인 장 신임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역임한 반도체 개발 전문가다.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등 다양한 제품의 기술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다. 경쟁사를 뛰어넘어 글로벌 톱 부품 회사로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삼성전기의 설명이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