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9조원 쏟아부어 인수·합병 126건 단행
SK그룹, M&A 최강자 등극
한경비즈니스 X CEO스코어 공동 기획

[스페셜 리포트]
디자인=송영 기자
디자인=송영 기자
2021년 한국의 500대 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인수·합병(M&A)에 총 28조82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조6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M&A의 핵심 키워드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산업 구조 변화에 대비해 미래 먹거리 투자에 활발히 나선 것이다.

올해 대기업들의 승부처는 M&A 시장이었다. 한경비즈니스가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와 함께 2021년 11월 말까지 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한국의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1년 M&A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126건이 성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규모가 가장 큰 M&A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 인수(10조3100억원) 건이었다. 카카오는 23개 기업(1조1460억원)을 인수해 가장 많은 M&A를 실시한 기업으로 나타났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중에서는 SK그룹이 20건의 M&A에 12조120억원을 베팅해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그래픽=송영 기자
그래픽=송영 기자
1위 : 조단위 빅딜로 인텔 낸드 품은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 인수는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금액(약 9조4000억원)을 뛰어넘는 한국 M&A 사상 최대 규모로 주목받았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문 인수는 미국·유럽연합(EU)·한국·대만·브라질·영국·싱가포르·중국 등 총 8개국의 기업 결합 승인이 필요한데 최종 관문인 중국 당국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 당국의 반독점 심사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1년 넘게 최종 완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중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였다. SK하이닉스가 인수를 마무리하면 낸드 시장점유율 약 20%를 차지하게 돼 업계 4위에서 삼성에 이은 글로벌 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 간 균형 잡힌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되면서 점유율 확대와 기술력 향상까지 동시에 꾀할 수 있게 된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2위 : 공격적 M&A…이커머스 새판 짠 이마트
이마트는 올해 집행한 3건의 M&A에 3조9210억원을 투자해 2위를 기록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자’는,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를 해야 한다”고 선언한 후 공격적인 M&A를 단행했다.

이마트는 올해 초 SK그룹에서 프로야구단 SSG랜더스(구 SK와이번스)를 10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이베이코리아(3조5590억원), 더블유컨셉코리아(2650억원) 등 이커머스 업체 2곳 인수에만 3조8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마트는 이커머스 인수로 온라인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온·오프라인 간 시너지를 높이며 기존 유통업계의 성공 방식과는 다른 차별화된 성장 방정식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 개 스팟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현대차 제공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 개 스팟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현대차 제공
5위 : 현대차, 1조 로봇 회사 품고 미래 사업 가속
현대차도 올해 미래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2건의 M&A를 집행하며 1조1600억원을 투자했다. 현대차는 그룹 차원의 로봇 개발 역량 향상과 자율주행차,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기술과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올해 6월 약 1조1360억원을 들여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후 첫 대규모 M&A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현대차는 로봇 분야를 미래 혁신 성장 분야 중 하나로 선정하고 2018년부터 로보틱스팀을 신설하는 등 로봇 사업에 주력해 왔다. 정 회장은 “앞으로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개인 항공기가 30%, 로보틱스가 2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로봇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시대의 도래와 함께 서비스 및 인명 구조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와 연관되면서 지난해 444억 달러(약 48조3900억원) 규모에서 2025년 1772억 달러(약 193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도요타를 비롯한 닛산·혼다·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콘티넨탈·보쉬 등 부품 업체, 로지스틱스와 같은 물류 업체들이 물류 자동화 전문 기업, 인공지능(AI)·로봇 업체들을 인수하거나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로봇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는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인 에어플러그도 인수했다. 에어플러그는 커넥티비티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36억원을 투자해 에어플러그 지분 16.84%를 확보했던 현대차는 올해 7월 245억원을 들여 지분 99.32%를 확보했다.
RES그룹의 풍력발전기. 사진=한화 제공
RES그룹의 풍력발전기. 사진=한화 제공
7위 : 한화솔루션, 수소·풍력 발전에 전방위 투자…그린 에너지 승부수
한화솔루션도 M&A 시장의 큰손으로 꼽힌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친환경 신사업을 위해 3건의 M&A를 집행하며 1조900억원을 투입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항공 우주, 그린 수소 에너지, 디지털 금융 솔루션 등 신규 사업에서도 세계를 상대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하자”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은 M&A를 통한 신성장 동력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수소 고압 탱크 스타트업 시마론을 인수하며 그린 수소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시마론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사내 벤처로 출발해 경쟁사보다 가볍고 안전한 수소 탱크를 제조하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시마론 인수로 기존 수소 자동차용 탱크에 더해 수소 운송 튜브 트레일러용 탱크, 충전소용 초고압 탱크, 항공 우주용 탱크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이를 통해 그린 수소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2030년까지 고압 탱크 시장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할 방침이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4월 삼성전자 출신인 황정욱 미래전략사업부장(사장)을 영입하고 고부가 전자 소재 사업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7월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제조의 핵심 소재인 파인메탈마스크(FMM) 관련 기술을 가진 더블유오에스의 지분 100%를 600억원에 인수했다.

8월에는 기존 태양광 사업을 확대하고 신규 진출을 추진 중인 풍력 발전 역량을 키우기 위해 프랑스 재생에너지 전문 기업인 RES프랑스를 1조원에 인수했다.

RES프랑스는 영국 RES그룹의 100% 자회사로, 태양광과 육·해상 풍력, 에너지 저장 장치(ESS)의 재생에너지 사업 개발, 건설 관리 등을 담당해 왔다. 한화솔루션은 시마론·더블유오에스·RES프랑스 등 3건의 M&A를 바탕으로 수소에서 첨단 소재까지 신성장 동력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500대 기업 M&A 조사 방법
한경비즈니스는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와 함께 올해 11월 30일 기준 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1년 인수·합병(M&A) 현황’을 분석했다.

분기 보고서와 타법인 취득 등 공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연결 종속 회사의 지분 인수에 따른 종속 회사 포함 내역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1차적으로는 분기 보고서상 이전 대가(취득 금액)를 기준으로 했고 인수 금액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인수 건수만 집계했다. 기존 계열 회사와 계열 회사 간 지분 인수 건은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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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vs 카카오, 빅테크 M&A 승자는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