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부족으로 매수자 줄고 매도자 늘고…많은 변수에 ‘보합’ 관측 많아

[스페셜 리포트]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매매 및 월세 매물 게시물이 공고된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매매 및 월세 매물 게시물이 공고된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2022년 부동산 시장은 ‘안갯속’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 대출 규제 등의 변수에 따라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안전 자산과 실물 투자에 자금이 쏠려 집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에 초점이 맞춰졌던 2021년과는 다른 양상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사는 이보다 파는 이가 많아진 ‘공급 과잉’ 시대다. 급매물보다 더 싼 대물이 ‘급급매물’이 아니면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불장’이 이어지면서 집값이 치솟던 시기와 비교하면 현재 시장은 ‘빙하기’에 가깝다.

전문가들의 내년 전망은 엇갈린다. 불장 만큼은 아니지만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과 시장이 쪼그라든 만큼 하락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가장 많은 전망은 ‘보합’이다. 변수가 많은 만큼 관망세를 유지해야 하는 시점이란 분석이다.
대선·대출 규제 여파에 내년 집값은 ‘안갯속’
부동산 전문가 “시장 지켜봐야 할 시기”

‘상승’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현재는 부동산이 비수기인 동시에 대출 규제의 여파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족한 공급을 늘리지 않고 대출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제어할 수 없다. 내년 3월 대선 전까지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대선을 기점으로 집값이 크게 오를 수 있다.”

‘보합’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내년 집값 상승률은 올해보다 절반 수준으로 둔화될 수 있지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1년 동안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내년 및 내후년 상승분까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단, 내년에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 등의 이슈가 집값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큰 변수가 있는 만큼 시장을 지켜보고 매수·매도를 결정하는 편이 좋다.”

‘보합’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

“추가적인 금리 인상 불안감에 주택 매수세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 공급 부족은 여전해 집값이 떨어지기보다 보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수요자들은 분양가가 저렴한 청약을 노리는 것이 낫다. 일반 매매는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현재 매수보다 매도 우위로 변하는 시점이어서 투자자도 공격적으로 나서기보다 관망해야 하는 단계다. 내년 집값 상승률은 올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 것으로 보인다. 2023년을 넘어서면 전체적으로 하락할 공산이 크다.”

‘보합’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금융권의 대출 한도 축소 움직임에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경계 태세를 보이고 있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단행된다면 부동산 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소형 아파트나 강북, 6억~7억원대 아파트의 집값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내년 1월과 7월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한층 강화된다. 집값 상승 속도가 둔화세를 보이면서 보합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락’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2020~2021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금리가 빠르게 낮아지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 7~8년간 꾸준히 올랐던 부동산에 투자가 집중된 경향이 있다. 많은 이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이유다.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가격이 올랐던 것처럼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잠잠해지고 영향이 덜해진다면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 시장에는 이미 변화의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대출 규제로 인한 수요가 줄면서 덩달아 매도 물량도 줄고 있다. 현재 아파트 단지마다 거래 물량이 1~2건에 불과한 곳이 많다. 수요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집값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대출 규제 여파에 내년 집값은 ‘안갯속’
‘하락’ 정부 vs‘상승’ 민간 연구소

정부와 민간 연구소는 내년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극명하게 반대 노선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집값이 하락해 안정화 기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인 반면 민간 연구소는 상승 분위기는 여전할 것이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월 초 “주택 시장의 안정화 흐름이 최근 들어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며 “서울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세 진입 직전까지 안정화되고 11월 실거래의 절반 정도는 직전 거래 대비 보합 및 하락했다”고 말했다.

전세 시장과 관련해서는 “입주 물량 증가와 대규모 정비 사업 이주 종료 등으로 매물이 많아지면서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라며 “질 좋은 평생 주택을 실현하기 위한 통합 공공 임대가 올해 말이면 시행 준비가 끝난다. 내년 1월부터 과천 지식정보타운과 남양주 별내 등 선호 입지에 1181가구 규모의 첫 통합 공공 임대 모집으로 수요에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의 안정화 및 하락 국면 전환 발언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집값 상승의 바로미터인 서울 강남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2년 주택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전국 주택 매매 가격이 2.5%, 전셋값이 3.5%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은 각각 3.0%, 3.5%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집값 상승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경제성장률·기준금리·주택수급지수 등을 고려한 결과 올해보다 상승률은 낮아지겠지만 인천과 대구 등 일부 공급 과잉 지역과 단기 급등 지역을 제외하면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5년간 잘못된 정책으로 누적 공급 부족을 발생시켜 집값 상승을 유발했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추진 능력이 뛰어난 부동산 전문가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원의 집값 상승 전망 근거는 공급 부족의 누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동안 전국 주택 공급 물량은 258만 가구로 같은 기간의 수요량 296만 가구에 미치지 못한다. 공급 부족으로 전셋값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여파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른 민간 연구소도 마찬가지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내년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이 5%, 전셋값은 4%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은 각각 7%, 5% 상승을 예측했다.

권주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주택 매매 가격 상승 폭을 1~2%대로 전망하는 곳도 있지만 현재 물가 상승률은 4%대에 달한다”며 “내년 물가 상승률이 3~4% 오른다고 가정하면 1~2%대는 너무 낮은 수준이다. 물가를 고려하면 5~7%의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전국 주택 매매값은 2%, 전셋값은 6.5% 상승할 것으로 봤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물량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리면서 내년 주택 전세 시장은 올해와 비슷한 6.5% 상승을 이어 갈 것”이라며 “정부 규제로 억눌렸던 집주인의 심리를 감안하면 오랜만에 전셋값을 올릴 수 있는 만큼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지난해 7월 31일부터 집주인은 전세 2년 연장 계약 시 5% 이상 올리지 못했다. 연장 계약 기간인 만료되는 내년 8월부터 대폭 오른 가격에 전세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국책 연구 기관인 국토연구원 역시 내년 주택 매매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도권은 5.1%, 지방은 3.5%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내년 주택 매매값이 3.7% 오를 것으로 봤다. 대부분의 연구 기관이 집값 상승을 예상하며 정부와 대척점을 보이는 모양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