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원자재 수급 불안정에 관련 기업 신용도 엇갈려

[마켓 인사이트]
HMM의 드림호에 컨테이너가 가득 선적된 모습. 사진=HMM 제공
HMM의 드림호에 컨테이너가 가득 선적된 모습. 사진=HMM 제공
2022년 기업들의 신용도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고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돌입하는 등 환경이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예전과 비슷한 산업 상황이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단, 산업 내 경쟁력 확보 여부와 대내외적 변수에 관한 대응 능력에 따라 기업 간 신용도 향방은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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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우울한 항공운송·민자발전

연말을 앞두고 신용 평가사들은 앞다퉈 2022년 산업 및 기업들의 신용도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금융 시장과 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어서 기관투자가들은 2022년 포트폴리오를 짜기 위해 신용 평가사들의 의견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공통적으로 신용 평가사들은 2022년 산업 환경이 단기적으로 기업 간 실적 격차를 벌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 우위 요소 보유 여부에 따라 실적 방향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추세와 금리 상승은 기업에 재무 여력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자본 시장 접근성과 비용의 전후방 전가 능력 차이에 따라 신용도가 양극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육상 운송과 통신 서비스, 방송 서비스, 제약 산업 등 비대면 관련 산업의 신용도 전망은 나쁘지 않다. 비대면 활동 증가가 이어진다면 구조적 변화가 이어져 우호적인 환경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신용 평가사들은 2022년 기업들의 신용 등급 회복세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다양한 변수가 있다는 점에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금융을 제외한 한국의 20개 주요 산업 중 2022년 신용 등급의 방향성이 긍정적인 분야는 한 곳도 없다고 내다봤다. 민자 발전은 신용 등급 방향성이 부정적이고 항공·호텔·소매유통·의류·자동차 등 다른 산업의 신용 등급 방향성은 중립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현 한국기업평가 평가기준실장은 “각 기업들로 보면 신용 등급 전망이 긍정적인 곳과 부정적인 곳의 비율이 비슷한 상황”이라며 “2022년에는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재확산 등 변수가 여전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2021년 하반기 들어 2022년 기업들의 신용 등급 방향성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고 기업들의 실적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인 덕분이다. 각국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과 백신 접종 확대로 교역 환경과 투자 심리도 개선됐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이 전망은 오래 가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 중이고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교란까지 맞물려 경기 하방 위험이 다시 커져서다. 물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계 심리가 정점에 달했던 2020년과 비교해서는 환경적 여건이 나아졌다는 것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기는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산업 부문을 총 23개로 나눈 후 4개 산업(메모리반도체·철강·은행·해운)에 대한 2022년 전망이 우호적이라고 봤다. 그중 해운 산업은 우호적 전망으로 관련 기업의 신용도까지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희준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실 연구위원은 “해운 산업은 2022년에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우호적 수급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며 “우호적 시황에 힘입어 확충된 재무 여력이 친환경 기조 대응과 선대 확충 등 사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나머지 3개 산업은 산업 전망이 우호적이기는 하지만 해당 산업군 기업의 신용 등급 변동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신용카드와 캐피털에 대해서도 산업 전망이 비우호적이라고 봤다.

이 밖에 디스플레이와 조선, 의류, 건설, 자동차·자동차부품, 유통, 통신 서비스, 제약, 호텔·면세, 석유화학, 정유, 음식료, 민자 발전,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 항공 운송 등에 관해선 산업 전망이 중립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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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공급망 안정성이 변수

전문가들은 2022년 기업들의 신용도를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과 공급망 안정성을 꼽는다.

2021년 하반기부터 원유와 천연가스, 주요 광물, 유연탄 등 주요 기초 원자재 가격의 상승 폭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친환경 기조 속에서 공급 불확실성이 상존해서다. 신재생 발전도 차질을 빚으면서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도 속도가 붙고 있어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상 기후나 정치적 이슈로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 확대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

전선과 조선, 정유, 자동차 부품 산업 등은 원가 구조의 특성상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수익성에 단기간 내 큰 폭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반면 철강과 건설 산업은 원자재 가격 변동을 판매 가격에 적절하게 반영해 일정 수준의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안영복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장은 “경쟁 상황이나 시장 재고 보유 수준에 따라 2022년에도 에너지·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산업·기업 간 실적 차별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급망 안정성 저하는 특정 산업과 기업의 실적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는 생산·물류의 안정성 저하를 촉발했다.

2021년 들어 심화된 산업 내 혹은 산업 간 공급망 안정성 저하 상태는 2022년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수요 예측 실패와 생산 공장 가동 중단으로 야기된 반도체 부족, 자동차 산업의 생산 부진 등도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공급망 경색이나 정체는 가격 조정으로도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향후 산업 생산의 핵심적인 불안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안영복 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요 생산 거점의 셧다운에 세계 산업 물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상 물류의 병목 현상이 더해져 공급망 안정성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며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공급망 위험도가 급격하게 증가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