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으로 급부상…상대적으로 약한 규제와 빠른 공사 기간 장점

[비즈니스 포커스]
포스코건설이 리모델링할 경기 광교 상현마을 현대아파트 조감도. 사진=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이 리모델링할 경기 광교 상현마을 현대아파트 조감도. 사진=포스코건설
집값 상승 우려로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서 리모델링 시장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2021년 리모델링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신규 분양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점을 이유로 리모델링 시장에 집중하지 않았다. 다만 풀리지 않는 규제와 신축·구축 아파트의 가격 차이 등으로 구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면서 이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또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신규 분양보다 리모델링 시장이 늦게 활성화된 만큼 관련 업계를 선도하는 ‘부동의 1위’가 없다는 것도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이유 중 하나다.
20兆 리모델링 시장…부동의 1위 없는 무주공산에 건설사 ‘군침’
2021년 리모델링 시장 9조원…전년 대비 6배↑

2021년 1~11월 리모델링 수주 시장 규모는 6조3887억원이다. 연말까지 최대 9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2020년 전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1조3500억원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2021년에는 전년 대비 6배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리모델링 수주 실적이 2021년 1조원을 넘은 곳은 포스코건설·현대건설·DL이앤씨 등 3곳뿐이다. 다른 건설사는 신규 분양에 집중해 리모델링 시장에 크게 집중하지 않아 포스코건설·현대건설·DL이앤씨 만이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건설은 건설업계에서 리모델링 시장의 ‘강자’로 꼽힌다. 2014년부터 리모델링 전담 부서를 조직해 관련 사업을 준비해 왔다. 현재까지 총 24개 단지, 4조원이 넘는 수주액을 달성해 누적 시장점유율에서 업계 1위다. 그중 2021년에만 1조원이 넘는 수주 실적을 올렸다.

2021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6개 단지에서 신사업을 수주했다. △경기 산본개나리주공 13단지 3294억원 △경기 수원 영통 삼성태영 2858억원 △서울 신도림 우성 3·5차 1978억원 △서울 가락동 쌍용 1차 1968억원 △경기 광교 상현마을 현대아파트 1927억원 △경기 용인 수지 동부아파트 1778억원 등이다. 리모델링 사업으로 총 1조3806억원을 따냈다.

현대건설은 2020년 12월 리모델링 전담 조직을 구성해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2021년 1월 경기 용인 수지 신정마을9단지 리모델링 사업을 단독으로 수주했고 서울 성동구 금호벽산아파트, 서울 서초 반포MV아파트, 서울 잠원 동아아파트 등 2021년 1조2159억원의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

이와 함께 경기 수원 신명·동보아파트 시공사 입찰에서 우선 협상 대상자 자격으로 단독 참여해 2021년 12월 중 5000억원 규모의 리모델링 사업 시공권 확보도 목전에 두고 있다.

DL이앤씨는 경기 군포 산본 우륵아파트(3225억원)와 경기 수원 영통 신성신안쌍용진흥(2159억원), 경기 산본 율곡(4951억원) 등의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해 현재까지 1조335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찍부터 리모델링 전담 조직을 꾸리거나 전문 인력을 충원한 건설사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신규 사업 수주가 두드러졌다”며 “이 시장은 재건축·재개발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공사 기간이 짧아 단기간에 많은 사업을 따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틈새시장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떠오른 만큼 많은 건설사들이 해당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건설이 서울 잠원동에 지을 '디에이치 르헤븐'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제공
현대건설이 서울 잠원동에 지을 '디에이치 르헤븐'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제공
지방도 리모델링 붐, 2022년 판 더 커진다

2022년에는 수도권 이외 지역인 지방에서도 리모델링 물량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준공 후 30년, 안전 진단 D등급 이하를 충족해야 가능한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지어진 지 15년 이상, 안전 진단 B등급 정도면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

또 재건축에 필요한 사업시행·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가 생략되는 점도 특징이다. 이러한 특성에 힘입어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활발한 리모델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15조~2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건설사들은 그동안 눈길을 주지 않았던 리모델링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 운영하던 브랜드 아파트에 이어 리모델링 전용 브랜드도 출시하며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롯데건설은 ‘르엘’로 이름을 정했다.

또 포스코건설과 현대건설이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것처럼 관련 부서를 만드는 추세다. GS건설은 2021년 7월 건축·주택 부문 도시정비사업그룹을 개편해 리모델링팀을 신설했다.

삼성물산도 비슷한 시기 주택본부 산하에 리모델링사업소를 만들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 10월 도시정비영업실에 있던 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를 리모델링 영업팀으로 격상했다.
20兆 리모델링 시장…부동의 1위 없는 무주공산에 건설사 ‘군침’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시장이 성장세를 맞이한 만큼 사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제도가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당 사업의 대표 규제는 수직 증축과 내력벽 철거 등이다.

수직 증축은 기존 아파트에 층수를 최대 3개 층을 올려 짓는 방식이다. 수평·별동 증축 대비 일반 분양이 늘어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안전성 검토 등 통과 절차가 까다로워 이 방식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양한 평면 구조를 도입하기 위해 내력벽 철거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아파트 무게를 지지하는 가구 간 내력벽 철거는 현행법상 금지된 상황이다. 1990년대 초반 우후죽순 지어진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이 같은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직 증축과 내력벽 철거 등을 요구하는 협회나 아파트 조합 등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가 규제 완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입주민들의 목소리가 모아지면 어느 정보 타협점이 찾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