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없이 살아남기 힘든 우도, 육지에서 익힌 특기로 새 터전 확보

[트렌드]
우도의 산호해수욕장인 '서빈백사'. 사진=한국경제신문
우도의 산호해수욕장인 '서빈백사'. 사진=한국경제신문
한국 제일의 관광지인 제주도가 개발 범람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이 몰리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져 휴양지로서의 매력이 점차 낮아지는 가운데 우도가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다.

관광지는 자연과 풍경만으로는 발전할 수 없다. 음식점·카페·숙소 등 부대 시설까지 갖춰져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우도의 성장을 예견한 청년들은 제주도가 최고의 관광 도시로 성장한 것처럼 ‘제2의 제주 드림’을 꿈꾸며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찾고 있다.
우도를 달리는 기아의 전기차 '소울'. 사진=기아 제공
우도를 달리는 기아의 전기차 '소울'. 사진=기아 제공
매년 200만 명 다녀가는 ‘섬 속의 섬’ 우도

우도는 제주 성산일출봉 남쪽 바다 앞에 떠 있는 섬이다. 성산포에서 3.8km, 여객선으로 10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다. 면적은 6.18㎢, 해안선 길이는 17km로 제주도의 63개 부속 도서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여의도의 3배 크기로 ‘작은 제주도’라고 불리는 화산섬이다.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일찍부터 소섬이나 쉐섬으로 불렸다. 완만한 경사와 풍부한 어장, 8경 등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관광지여서 해양수산부가 꼽은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해녀·돌담길·밭담·불담·울담·돌무덤 등의 자연환경, 전통문화, 현대 문물 등이 한데 어우러져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다.

이 섬에는 매년 200만 명 이상이 다녀간다. 제주도에서 타던 렌터카를 가지고 들어가는 이들이 3분의 1, 도보나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3분의 1, 나머지는 우도에서 전기차나 전기자전거를 빌리는 이들이다.

제주도에서 여객선을 타고 갔다면 우도의 천진항이나 하우목동항 중 1곳에 내리게 된다. 배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기차나 전기자전거를 빌려주는 즐비한 가게들이다.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대부분은 20~30대 청년들이다. 우도에 터전을 잡고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우도가 ‘녹색섬’으로 지정돼 내연차 운행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만큼 전기차 대여소를 꾸려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것이다.

우도의 외부 차량(렌터카·전세버스) 반입은 2022년 7월 31일까지다. 이 시점 이후에는 1~3급 장애인과 만 65세 이상 노약자, 임산부 등을 동반하는 경우에만 렌터카 반입이 가능하다.
우도의 한 카페에 부착된 '안녕, 육지사람'이란 글귀. 사진=유호승 기자
우도의 한 카페에 부착된 '안녕, 육지사람'이란 글귀. 사진=유호승 기자
대부분의 관광객은 이 차량을 이용해 우도를 관광한다. 르노의 소형 전기차 ‘트위지’뿐만 아니라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전기차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2인용으로 전기차를 타면 해안길로 1~2시간이면 우도를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카페나 음식점에서 휴식을 즐겨도 3~4시간만 쓰면 된다.

우도를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오전 아침 배를 타고 들어가 오후 배를 타고 나오는 것을 많은 관광객들이 선호한다.

우도의 본래 주민의 대부분은 해녀거나 밭농사로 땅콩과 마늘을 재배하는 농부들이었다. 하지만 관광 명소로 떠오르며 많은 청년층이 제주도에서 우도로 향하고 있다.
우도의 한 동물카페에 있는 롭이어토끼. 사진=유호승 기자
우도의 한 동물카페에 있는 롭이어토끼. 사진=유호승 기자
“육지 특기 살려 우도에 터 잡았습니다”

왼쪽의 코발트빛 바다, 우도봉이 서 있는 오른쪽의 자연을 바라보며 해안을 달리다 보면 곳곳에서 젊은 감성이 가득 담긴 많은 음식점과 카페 등을 만날 수 있다. 일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전기차 매장과 마찬가지로 청년들이다. 우도에 사는 이들도 많지만 제주도에서 살면서 아침 첫 배를 타고 영업을 한 후 오후 마지막 배로 돌아가는 이들도 많다.

우도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제주도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한 사람들의 과정을 모두 지켜본 이들이다. 전문성 없이 우후죽순처럼 비슷한 매장을 열면 폐점할 공산이 큰 만큼 육지에서 익힌 주특기를 최대한 살려 우도에서 영업을 하는 모습이다.

대구의 한 동물원에서 사육사로 활동했던 부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우도에 ‘동물카페’를 열고 산광이, 롭이어토끼 라쿤, 친칠라, 프레리독, 긴꼬리 미국너구리 등 육지에서도 보기 힘든 동물을 키우며 카페를 운영 중이다. 매장을 운영 중인 A(35) 씨는 손님이 찾아오면 각 동물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육지에서 활동한 경험 등을 말해 준다.

A 씨는 “육지에서 10여 년간 동물원 사육사로 근무했다”며 “하지만 그곳에서 동물 체험으로 힘들어하는 동물을 보며 고심 끝에 동물원을 그만두고 몸이 약하거나 주인에게 파양되거나 관심을 필요로 하는 동물을 데리고 우도에 정착했다”고 말했다.
우도의 한 감성숙소 전경. 사진=유호승 기자
우도의 한 감성숙소 전경. 사진=유호승 기자
이와 함께 젊은 건축가들도 본인의 특기를 살려 우도에 다양한 건축물을 지어 관광객을 반기고 있다. 성수기 등 예약이 있을 때는 관광객의 숙소로 활용하고 본인이 쉬고 싶을 때는 자유롭게 지내는 방식이다.

현재 우도에는 ‘감성 숙소’로 불리는 10여 곳의 별장 겸 펜션이 있다. 이곳에서 만난 건축가 B(31) 씨는 “육지에서 익힌 특기를 살려 우도에 터를 잡았다”며 “제주도와 달리 우도에서 영업을 하는 이들은 생업과 상업이 일치한 경우가 많다. 젊은 건축가들은 비교적 저렴한 부지에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의 주택을 지어 에어비앤비처럼 숙소를 임대하거나 스스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우도의 큰 매력 중 하나로 ‘막배(마지막 배)’가 떠난 후의 ‘저녁의 삶’을 꼽았다. 우도의 막배는 오후 5시다. 이때가 지나면 대부분의 음식점과 카페, 상업 시설이 문을 닫는다. 1박을 하는 관광객도 있지만 그 수는 매우 적다. 오롯이 ‘우도민’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B 씨는 “생업과 휴식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최고의 관광지가 우도”라며 “육지의 일상생활에 지쳐 우도를 찾아온 이들이 많다. 짧고 굵게 업무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시간에는 본인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어 우도에 점점 많은 청년층이 터를 잡기 위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