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문 올해의 CEO

[스페셜 리포트] 2021 올해의 CEO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글로벌 일류 기술 기업’ 이끈 ICT 전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장기화, 미·중 패권 경쟁,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 이슈 등 ‘글로벌 다중 위기’가 휩쓴 2021년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도 SK하이닉스는 실적과 기술 개발 등 경영 활동 전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3분기 11조8053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분기 매출과 함께 2년 반 만에 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최근 시장 조사 기관 IC인사이츠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021년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38% 증가해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34%, 인텔은 마이너스 1%로 예측됐다.

이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린 데는 2021년 3월 SK하이닉스 각자대표에 취임한 박정호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박 부회장은 ‘글로벌 일류 기술 기업’이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강자들과 협력해 생태계의 새판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SK하이닉스를 만들어 가고 있다.

30년 넘게 SK에 몸담으며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온 박 부회장은 2012년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한 바 있다. 이후 일본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투자,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 굵직한 투자들과 함께 글로벌 ICT 기업들과의 협업을 이끌어 내며 SK하이닉스의 근원적인 체력을 한 단계 높여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인수 이후 박 부회장은 적시에 기술과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원하면서 회사가 메모리 반도체 각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을 속속 개발해 낼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다.

박 부회장이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 온 경쟁력에 더해 2021년 시황이 상승세를 타면서 SK하이닉스는 2020년 대비 월등히 나아진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글로벌 일류 기술 기업’ 이끈 ICT 전문가
경영 실적만큼 SK하이닉스의 기술력 성장도 눈에 띈다. 특히 적자와 흑자를 반복해 오던 낸드 사업이 2021년 3분기에 흑자 전환했다. 앞으로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면 SK하이닉스는 명실공히 D램과 낸드의 양 날개를 탄탄하게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박 부회장은 2021년 12월 초 2022년 조직 개편을 통해 세계 최대 미국 시장에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인사이드 아메리카(Inside America)’ 전략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 전략을 실행해 나갈 미주 사업 조직을 신설했다. 세계 최대 시장 미국 현지에서 사업 경쟁력을 다지는 동시에 글로벌 ICT 강자들과 혁신적인 협업을 모색한다는 박 부회장의 전략이 이 조직을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로서는 물론 그룹의 ICT 총괄로서 경영 활동을 조망해 가겠다는 생각이다. 박 부회장은 2021년 11월 SK텔레콤에서 인적 분할한 투자회사이자 중간지주회사인 SK스퀘어의 대표를 겸하고 있다. 그룹에서는 ICT위원장으로서 SK스퀘어·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ICT 3사 전체 관점에서 의사 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