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외식 수요 급감에 어두운 터널에 갇힌 외식 기업
[마켓 인사이트] 한국 대표 외식 기업들의 신용도가 추락하고 있다. 계절밥상과 빕스 등으로 잘 알려진 CJ푸드빌과 롯데리아·엔제리너스 등을 앞세운 롯데지알에스의 신용 등급이 수직 낙하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외식 수요가 급감하고 가정식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경기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외식 산업의 특성에 사회적 거리 두기까지 맞물리며 외식 기업들이 실적 악화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산업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들어 경쟁 심화와 고정비 부담도 커지고 있어 2022년 신용도 전망도 어둡다는 관측이 많다. CJ푸드빌, 1년 동안 3차례 신용도 강등
CJ푸드빌의 신용도는 2020년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신용도가 세 차례나 떨어졌다.
신용 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 기준으로 CJ푸드빌의 장기 신용 등급은 2020년 상반기까지 안정적으로 ‘BBB+’를 유지했다. ‘A급(A-~A+)’은 아니지만 ‘BBB급(BBB-~BBB+)’의 최상단에 자리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수요가 꽤 있었다.
계절밥상·빕스·더플레이스·제일제면소·뚜레쥬르 등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보유했고 그룹사의 지원 가능성도 있어 CJ푸드빌의 신용도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외식 브랜드의 매출과 영업 수익성이 크게 나빠지면서 ‘부정적’ 전망을 달게 됐다. 신용 평가사들은 특정 기업의 신용 등급이 갑자기 강등되면 여러 혼란을 막기 위해 ‘부정적’ 등급을 부여해 신용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미리 시장에 알린다.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등급 전망이 떨어진 것만으로도 시장에선 기업의 신용도가 내려앉은 것으로 본다.
2021년 6월에는 실제로 신용 등급이 ‘BBB’로 떨어졌다. 예상보다 길어진 코로나19 사태로 과거에 비해 CJ푸드빌의 사업 안정성이 저하됐다는 판단에서다.
신용 등급이 떨어진 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2021년 말 또다시 ‘부정적’ 등급 전망이 부여됐다. 현재 ‘BBB’인 신용 등급조차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추가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CJ푸드빌은 한 단계만 신용 등급이 떨어져도 ‘BBB급’의 가장 하단에 자리한다. 채권 시장에서는 투자가 가장 기피되는 신용 등급이기도 하다.
이 같은 신용도 강등세의 가장 큰 원인은 영업 수익성의 안정화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식 산업은 경기 변동과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에 대한 실적 민감도가 큰 편이다.
CJ푸드빌은 다각화된 외식 포트폴리오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비교적 탄탄한 사업 경쟁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인건비와 임차료 상승으로 영업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일부 브랜드에 대한 대규모 구조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중국 사업을 철수하는 등의 수익 구조 노력도 계속했다.
이러한 노력도 코로나19 사태 앞에선 큰 효과가 없었다.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2020년 이후 외식 부문의 매출과 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EBIT)이 크게 줄었다. 빕스와 계절밥상 등 집객 수요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 부문의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60~70% 급감했다.
CJ푸드빌의 연결 기준 EBIT는 2019년 마이너스 40억원, 2020년 마이너스 490억원이었다. 2021년에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 58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 대비 EBIT는 2019년 마이너스 0.4%, 2020년 마이너스 7.9%다. 2021년 들어 소폭 개선돼 3분기 누적으로 마이너스 1.3%를 나타냈다. 뚜레쥬르의 양호한 실적과 외식 부문의 구조 조정 관련 비용 부담이 줄면서 2021년엔 영업 적자 폭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다.
윤성국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주력 사업 부문이던 투썸플레이스의 매각 이후 매출이 줄고 있는 가운데 외식 부문의 구조 전환을 통한 이익 창출 능력 안정화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롯데지알에스, 부활 기미 없는 이익 창출 능력
롯데지알에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롯데지알에스의 단기 신용 등급은 2021년 말 종전 ‘A2’에서 ‘A2-(나이스신용평가 기준)’로 한 단계 주저앉았다. 단기 신용 등급으로 ‘A2+’를 유지하다가 2019년 6월 ‘A2’로 떨어진 뒤 1년 6개월 만에 다시 ‘A2-’로 강등됐다.
롯데지알에스는 1979년 설립된 롯데그룹 소속 외식업 전문 기업이다. 패스트푸드 롯데리아와 커피 전문점 엔제리너스, 도넛 프랜차이즈 크리스피크림도넛 등 다양한 부문의 외식 브랜드를 직영·가맹점 형태로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업황 자체가 위축된 가운데 경쟁 심화로 사업 기반이 저하되는 모양새다.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매각과 구조 조정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롯데리아는 시장 입지가 탄탄하지만 경쟁 브랜드들이 사업 확대에 나서면서 시장 지배력이 예전만 못하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배달 채널 대응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관련 투자 부담도 늘고 있다.
커피 사업 부문의 매출도 점포 구조 조정과 다른 브랜드의 시장 잠식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엔제리너스 브랜드의 별도 기준 매출을 보면 2017년 1347억원, 2018년 1187억원, 2019년 1115억원, 2020년 727억원이다. 2021년 1~3분기에는 484억원에 그쳤다.
전명훈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실장은 “햄버거 사업 부문이 배달·테이크아웃 수요 확대로 흑자(EBIT 기준)를 내고 있다”며 “커피 전문점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고정비 부담이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외식 산업의 회복 시점이 불확실하고 커피 전문점 사업 부문의 이익 창출 능력 개선이 지연되고 있어 영업 수익성이 중·단기적으로 미흡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외 원자재 가격과 최저임금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패밀리 레스토랑 티지아이프라이데이스(TGIF) 매각 등에도 이익 창출 능력이 개선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2022년에도 외산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호적이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들의 외식 빈도가 줄어든 가운데 감소된 외식 수요가 가정식과 배달 음식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외식 기업 중에서도 가정 내 소비 비율이 높은 베이커리 부문이나 패스트푸드 부문은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다. 반면 배달·테이크아웃을 통한 매출 보완 수준이 낮고 집객 제한 조치의 부정적 영향이 큰 패밀리 레스토랑 등 외식 부문은 외식 기업들의 영업 실적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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