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훼손 극복할 대안은 디지털 콘택트 육성…양극화 해소 위한 '공유 경제' 논의도 주목

[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금융 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을 과수원의 농부가 사과 농사를 짓는 일에 비유한다.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엄동설한을 뚫고 강추위가 매서운 이른 봄날에도 사과나무에서는 어린 싹이 돋아나기 때문이다.

이 싹이 튼튼하게 자라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농부는 시시각각 변하는 생육 여건에 맞게 물과 공기, 거름을 잘 조절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라도 잘못되면 시든 잡초로 죽게 된다. 지금의 경제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2022년 세계 경제의 키, 역시 코로나19 해소에 달렸다[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2년째 터널에 갇힌 세계 경제

하이먼 민스키의 리스크 이론상 가장 위험한 것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찾아왔을 때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는 ‘원시형 경제’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어두운 터널 속에 갇힌 상태다.

사이먼 쿠츠네츠가 국민소득 통계를 개발한 193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I자형·L자형·W자형·U자형·V자형 등에 이어 심지어는 나이키형과 로켓 반등형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예측 시각이 등장하면 성장률은 추락했다.

2021년 세계 경제는 2분기 들어 갑자기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 정도 계속되면서 세계 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인플레이션 논쟁은 같은 해 4월 미국 소비자물가(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시작됐다. 일시적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던 이 논쟁은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높게 나오자 곧바로 하이퍼 인플레이션 우려로 변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 우려도 잠시였다. 세계 공급망 차질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21년 여름휴가철 이후 경기 둔화까지 우려되면서 ‘슬로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됐다. 신조어인 슬로플레이션의 의미를 알아갈 무렵,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2.3%로 급락하자 2차 오일 쇼크 직후 나타났던 스태그플레이션 악몽이 재현됐다.
2022년 세계 경제의 키, 역시 코로나19 해소에 달렸다[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동난 정책 수단, 국가·민간 협력해야

2022년 세계 경제 전망은 여전히 확산 일로에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각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부터 시작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돼 각국이 재봉쇄 체제로 돌아가는 경우다. 2년 동안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거의 모든 정책 수단이 소진된 점을 감안하면 시든 잡초보다 더 어려운 국면에 빠질 공산이 크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사태가 말끔히 해소되는 것이다. 경구용 치료제 개발로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 시각이 압도적으로 많다. 만의 하나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인플레이션 등 숙취 현상은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시나리오는 위드 코로나다. 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된 종전의 위기와 달리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 쇼크인 코로나19 사태는 경제 재봉쇄만 재현되지 않는다면 시든 잡초에 해당하는 ‘에클스 실수’가 나타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에클스 실수는 1930년대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던 매리너 에클스가 성급하게 출구 전략을 추진하다가 경기를 망쳐 대공황을 초래한 것을 말한다.

팬 차트로 각국의 인플레이션 정도와 출구 전략 추진 가능성을 판단해 보면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중심축에 몰려 있다. Fed를 시작으로 다른 선진국의 중앙은행들도 출구 전략을 곧바로 추진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일부 신흥국들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선진국의 출구 전략에 따른 예방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인플레이션과는 큰 연관이 없다.

문제는 이 시나리오로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을지 여부다. 2022년 세계 경제성장률 수준과 중·장기 성장 기반의 재확보 여부는 숙취 현상을 얼마나 순조롭게 해결할 것인지에 달렸다. 요인 분석으로 코로나19발 인플레이션의 성격을 보면 공급적 요인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수요 측면에서 마련하는 인플레이션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2022년에도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즉 테크래시를 강화하는 추세 속에서도 각국이 디지털 콘택트 육성에 속도를 낼 것이란 예상도 이에 기반한다. 네트워크를 깔면 깔수록 공급 능력이 확대되는 이른바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디지털 콘택트가 발전하면 인플레이션과 출구 전략 추진에 따른 성장 훼손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제3차 세계대전과 2차 냉전이 나타날 것이란 경고가 나올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경제 패권 다툼은 2022년에도 여전히 세계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최대 현안이다. 하지만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 모두 인플레이션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가치 사슬과 공급망 붕괴 등과 같은 외부 충격에 따라 수입 물가가 상승할 때는 자국 통화 가치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빠른 대처 방안이다. 인플레이션 쇼크가 처음 발생했던 2021년 5월 이후 위안화 가치는 10% 정도 절상됐다. 한때 90선 밑으로 떨어졌던 달러 인덱스도 최근 들어서는 96선을 넘어섰다.

경제 권역별로 보면 신흥국들이 더 큰 문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자국 통화의 강세를 유도한다면 금리 차와 환차익을 노리는 자금의 이탈로 신흥국들은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금융 위기 당시 조달했던 달러 부채 만기가 2025년까지 매년 4000억 달러가 돌아오는 점이다.

일부 취약 신흥국에서는 금융 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외환 위기 당시 우리에게 알려진 모리스 골드스타인 지표와 글로벌 투자은행의 외채상환계수로 신흥국의 금융 위기 발생 가능성을 판단해 볼 수 있다.

2013년 테이퍼링 추진 당시 텐트럼 발생국인 ‘구취약 5개국(인도‧인도네시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과 2015년 금리 인상 당시 텐트럼 조짐이 일어났던 ‘신취약 5개국(멕시코‧인도네시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콜롬비아)’에서 높게 나온다.

인플레이션과 함께 또 하나의 숙취 현상인 K자형 구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도 2022년 세계 경제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대처와 디지털 콘택트 진전, 인플레이션 등으로 본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횡재 효과와 상흔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2022년 공유 경제 논의가 급진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능력보다 많이 얻은 것을 거둬 피해를 본 경제 주체에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논의되는 공유 경제의 논리적 근거다.

공유 경제를 누가 담당할 것인지를 두고 사회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 모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발생하는 제반 문제들은 준공공재 성격을 보이고 있어 국가와 민간, 계획과 시장 등 어느 한 쪽에 전적으로 맡길 수는 없다.

국가와 민간, 정책과 시장이 함께 풀어가는 혼합 경제 체제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사회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 모두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결국 2022년 경제 양상의 키는 역시 코로나19 사태의 해소에 있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