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인들, 역대 최대 실적 축하 현수막 내걸어…전통 시장 활성화 팔 걷고 상생 지원금 지원도
[비즈니스 포커스] “SK하이닉스의 발전이 골목 상권과 이천 지역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좋은 실적을 계속 기록해 지역 사회와 지속적으로 상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경기 이천의 이병덕 소기업·소상공인회장의 말이다. 그는 현지 소상공인을 대표해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을 대대적으로 축하한 이유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경기 이천 주요 상가 골목 곳곳에서는 최근 △SK하이닉스 11조8000억 매출 역대 최고 기록 임직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월면 상인회는 SK하이닉스를 언제나 응원합니다 등의 플래카드와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을 볼 수 있었다. 임직원 1만8000여 명…지역 상권 살리기 앞장
이천의 소상공인들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골목 상권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겨 매상이 크게 줄어드는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이천 본사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이 여전히 해당 상권을 찾아주면서 소상공인의 살림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됐다.
SK하이닉스는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소상공인 지원 활동을 꾸준히 실시해 왔다. 전통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온누리 상품권과 지역화폐를 배포하고 상생 지원금을 주기도 했다. 이 지원금은 이천 지역에서만 쓸 수 있어 자연스럽게 현장 상권을 살리는 큰 계기가 됐다.
2021년 10월 기준 이천시의 인구는 22만4000명이다. 이천 본사에 근무하는 SK하이닉스 임직원은 1만8000여 명으로 이천 인구의 약 8%에 해당한다. 이들 모두가 이천에 거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지 상권에 기여하는 몫은 매우 크다.
이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이천 가구의 대부분은 SK하이닉스 임직원과 이들을 상대로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는데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이 큰 도움을 줬다. 최고 실적을 달성해 그들이 즐거운 모습을 보면 우리 역시 덩달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처럼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은 인근 상권에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모두가 어려운 시절을 이겨 나가는 과정에서 함께하는 친구이자 이웃으로 이천에 SK하이닉스가 자리 잡은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전통 시장 활성화 외에도 다양한 상생 활동으로 이천의 상권을 지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 확산되던 시기에는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회사 인근에 있는 700여 개 상점을 대상으로 정기 방역 서비스를 지원했다.
또 이천의 대표 특산품이 쌀인 만큼 지역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사내 식당에 공급되는 대부분의 식재료를 이천 쌀과 지역 농산물로 택했다.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지역 취약 계층 챙기기에도 열심이다. 이천 지역 학생에개 음악과 과학 교육을 지원하고 지역 어르신 일자리 창출과 마스크 20만 장 지원, 노후 주거 환경 개선 등의 활동으로 지역 사회와의 행복 나눔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역 살리기에 이천시에서는 반도체를 지역 특산품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었다. SK하이닉스가 이천 특산품에 반도체를 추가하자는 광고를 하자 이천시가 이에 화답해 반도체를 이천의 특산품으로 지정하는 가상 기자 회견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M16 반도체 본격 가동, 이천 부동산 활기
SK하이닉스는 이천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기업이다. 지역 경제 기여도뿐만 아니라 그만큼 근무 인력도 많다는 얘기다.
2015년 15조원을 투자해 준공한 D램 생산 라인 M14 이후 신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인 M16도 최근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현재 1만8000여 명의 임직원보다 많은 인력이 이천에 모이고 있다.
M16 공장은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7000㎡ 면적에 길이 336m, 폭 163m, 높이는 아파트 37층에 달하는 105m로 조성됐다. SK하이닉스가 국내외에 보유한 생산 시설 중 최대 규모다.
M16 가동으로 임직원이 늘어나면서 회사 인근과 주요 생활권의 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신규 아파트 단지도 잇따라 분양되며 새롭게 이천을 찾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 12월 셋째 주 아파트 값이 전주 대비 가장 많이 오른 10개 지역 중에서 수도권은 이천(0.41%)뿐이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상승세가 둔화되는 가운데서도 이천 만큼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천의 한 공인중개사는 “M16 공장이 가동되면서 주변에 임직원의 거주용 아파트나 오피스텔, 협력사들이 사용할 사무실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입주민이 늘어나면서 생활권에 새로운 상권도 조금씩 생기는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2000년대 초반 SK하이닉스의 기세가 약해지면서 공실이 늘어나고 상권이 사라지던 시기와는 정반대되는 모습”이라며 “더 많은 인원이 유입되면서 이천과 SK하이닉스의 상생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소상공인·지역 주민들과 함께 기업이 성장해 온 만큼 앞으로도 이천을 위한 꾸준한 지원 활동을 펼칠 방침이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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