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
2022년,이더리움이 비트코인 능가할까[비트코인 A to Z]
2021년 가상 자산 시장은 불 마켓이었다. 전체 가상 자산 시가 총액이 한때 3조 달러를 돌파했고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된 이후 6만9000달러를 찍었다. 또한 중국이 가상 자산 채굴을 금지한 이후 비트코인 채굴 헤게모니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갔고 엘살바도르에서는 비트코인이 법정 화폐로 채택됐다.

이더리움을 비롯한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 역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더리움 가격은 전고점을 뚫고 4700달러를 돌파했고 이더리움 2.0 업그레이드 준비와 확장성 개선을 위한 레이어 2 솔루션들이 순조롭게 도입됐다. 또한 이더리움 외 레이어 1인 루나·솔라나·아발란체 등은 연간 수십, 수백 배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 결과 비트코인 도미넌스(전체 가상 자산 시총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율)는 연초 70% 수준에서 연말 40%로 하락했고 이더리움의 비율은 11%에서 20%로 높아졌다. 이더리움을 제외한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 코인과 밈 코인(도지코인·시바이누 등)의 비율은 연초 대비 크게 올랐다.

2020년 중순부터 가상 자산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탈중앙화 금융인 디파이(Defi),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P2E(Play to Earn : 게임 이용자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게임), Web3, 메타버스 등의 테마는 대체로 비트코인이 아닌 이더리움을 비롯한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에 국한된 경향이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빌더·벤처캐피털(VC)·개발자들의 관심 역시 대체로 비트코인이 아니라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조만간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의 대장 코인 이더의 시총이 비트코인을 능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연 2022년 이더의 시총이 비트코인을 능가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매크로 투자 환경과 별개로 이더리움을 비롯한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 내에서 실로 다양한 혁신적인 실험들이 시도되고 있고 기록적인 벤처 투자 자금이 유입되고 있으며 매일 고무적인 성장 지표가 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더가 장기적으로 시총 1위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이는 경쟁, 미국의 규제, 타깃 시장의 규모 등 차이에 기인한다.

1) 경쟁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경쟁 구도는 전혀 다르다. ‘사운드 머니’를 표방하는 비트코인의 경쟁 상대는 노란색 돌 덩어리인 금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다. 비트코인은 선진국 중앙은행의 화폐(혹은 CBDC)와 경쟁하지 않고 이더리움과도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지 경쟁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비트코인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비트코인 블록 사이즈를 늘리기 위해 하드포크(기존 블록체인과 호환되지 않는 새로운 블록체인에서 다른 종류의 가상화폐를 만드는 것)한 비트코인 캐시였다.

2017년 당시 비트메인과 같은 중국 채굴 사업자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비트코인 캐시는 “비트코인은 결제 용도로 사용되기 적합하지 않다”는 슬로건으로 커뮤니티 지지를 얻고 하드포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오늘날 시총, 해시레이트, 생태계 활성화 등의 측면에서 비트코인 캐시는 비트코인에 완패한 것이 사실이다. 비트코인 캐시가 실현하고자 했던 비전은 오늘날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 커뮤니티에 의해 시도되고 있다.

반면 이더리움의 경쟁 네트워크는 하루가 다르게 출현하고 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디파이와 NFT 생태계를 개척했지만 다른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도 발빠르게 이더리움 생태계 내 애플리케이션을 카피하며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디파이 TVL 기준 이더리움의 점유율은 2021년 연초 100%에 가까웠지만 연말 기준으로 62%대다.

NFT 역시 이더리움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들이 많지만 오늘날 솔라나,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 테라, 클레이튼 등 실로 다양한 블록체인에서 저마다 고유한 NFT 커뮤니티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또한 가상 자산 금융 생태계에서 혈류 역할을 하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의 측면에서 봤을 때도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경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예를 들어 시총 기준 최대 스테이블 코인 USDT의 95% 이상은 트론과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양분하고 있다. 또한 2위 스테이블 코인 USDC의 발행량 중 과반은 이더리움 기반이지만 솔라나·알고랜드 등 다른 블록체인에서 발행된 USDC의 성장세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대비 높은 수준이다.

애플리케이션 단에서는 저렴하고 빠르며 생태계가 활성화된 블록체인을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에 따라 이더리움의 대안을 찾고자 하는 시도는 앞으로도 활발할 것이고 이더리움은 끊임없이 ‘차세대 블록체인’이라고 주장하는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의 도전을 받을 것이다.

2) 미국의 규제

미국은 가상 자산을 달러의 경쟁 상대로 보지 않고 일종의 투기적인 대체 자산으로 정의하며 규제하고 있다. 이때 규제는 금지가 아닌 양성화를 뜻한다. 다만 대부분의 가상 자산은 유가증권으로 해석될 여지가 커 규제 리스크가 존재한다.

규제 리스크에서 가장 자유로운 것은 비트코인이다. 창조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존재하지 않아 규제의 책임을 묻기 어렵고 이미 미국의 금융 자본, 산업 자본,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1년 비트코인 선물 기반의 ETF 출시를 허용해 준 것은 ‘비트코인은 유가증권이 아니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한 셈이다.

반면 비트코인과 달리 대부분의 알트코인은 미국의 규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미국 SEC는 코인베이스 거래소, 리플 및 디파이 생태계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유니스와프 랩스, 테라폼 랩스 등을 조사하며 기소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비트코인 ETF에 이어 이더 ETF 승인을 요청한 운용사들이 최근 들어 자진해 신청을 철회했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 미국 SEC의 암묵적인 경고가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미국 SEC가 가상화폐 공개(ICO)로 자금을 모집한 이더 ETF를 허용해 주고 다른 알트코인을 유가증권으로 해석한다면 그들은 무수한 알트코인 재단들과 지루한 법정 공방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이더를 금지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혁신에 기여하고 있고 달러의 경쟁 상대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다른 알트코인 대비 효과적으로 점진적인 탈중앙화를 실현하고 있어 유가증권으로 해석하기 모호한 면이 있다. 다만 규제 리스크 관점에서 비트코인 대비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은 주지할 필요가 있다.

3) 타깃 시장 규모

비트코인의 경우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비트코인을 금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참고로 2021년 12월 31일 기준 금과 비트코인의 시총은 각각 12조 달러, 9000억 달러다. 가치를 저장하는 재무적 용도로 활용되는 금 시장 규모가 전체 대비 약 40% 정도라고 가정하면 금을 대체할 사운드 머니인 비트코인의 잠재적인 시장 규모는 4조8000억 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전체 비트코인의 공급량인 2100만 개로 나누고 유실된 로스트 코인의 비율을 대략 15%로 가정하면 비트코인의 적정 가치는 개당 3억원이 넘는 수준이다.

비트코인을 인류 최고의 가치 저장소로 여기는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 같은 낙관론자들은 여기에 마이너스 금리 채권과 가치주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이너스 채권 시장의 규모가 15조 달러가 넘는데, 이를 고려하면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12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치주까지 고려하면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이를 훨씬 웃돌 것이다.

흥분하지 말자. 틀릴 가능성이 높은 낙관적인 가정이 실현된다면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이런 결과 값이 나온다는 것이다.

반면 이더의 가치 산출법에 대해서는 아직 논리적으로 납득할 만한 근거를 보지 못했다. 이는 이더를 머니로 분류할지, 첨단 기술이 집약된 토큰으로 분류할지에 대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특성은 불확실성을 높이고 가치 평가를 어렵게 만든다.

가령 2100만 개로 공급량이 고정된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의 통화 정책은 계속해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는 EIP-1559로 인해 이더의 연간 총 공급량 증가율이 비트코인보다 낮을 수 있지만 5년 뒤 EIP-12359가 도입돼 이더의 공급량이 증가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최고 장점이자 단점이다.

마지막으로 비트코인과 이더 이외의 알트코인에 돈을 투입한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대상에 돈을 투입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카지노 도박이다.

물론 누군가는 카지노에서 운 좋게 큰돈을 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은 100명 중 10명도 채 되지 않고 당신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가상 자산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무척 높은 투자자가 아니라면 가상 자산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 시 반드시 비트코인과 이더의 비율을 높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가는 것이 벅차다면 속 편하게 가상 자산 생태계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에 투자하거나 비트코인·이더만으로 적절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일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금융 투자 시장에서 롱런하는 최선의 원칙은 크게 이기는 것보다 꾸준히 지지 않는 것이다.

한중섭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