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트렌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열린 ‘CES 2022’ 프레스 콘퍼런스 무대에 로봇개 ‘스폿’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열린 ‘CES 2022’ 프레스 콘퍼런스 무대에 로봇개 ‘스폿’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2022년 1월 5~7일(현지 시간) 3일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가전 전시회(CES)가 열렸다. 온라인으로만 개최됐던 2021년과 달리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개최됐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2200개의 기업만 참가했다. 이는 2021년 1960개보다는 많지만 오프라인으로 개최됐던 2020년 4500개 기업의 절반 수준이다. 그뿐만 아니라 구글·애플·메타(구 페이스북)·아마존 등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오프라인 불참을 선언했다.

반면 한국은 참가 기업이 증가했다. 이번 CES 2022에 부스 마련을 확정한 기업은 416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2020년(390개)보다 많다. 특히 차세대 모빌리티와 로봇 분야에서 삼성전자·현대차·현대중공업·LG전자와 같은 대기업들과 딥브레인AI(대화형 인공지능), 두산(수소 드론, 협동 로봇 등), 한컴그룹(3D 메타버스 플랫폼), 현대모비스(메타버스로 모빌리티 콘셉트 공유)가 참가했다.

이번 CES의 혁신상 수상 업체들의 카테고리들 중에서는 여전히 헬스·웰니스(61개, 13.23%), 차량 지능(36개, 7.81%), 스마트 홈(32개, 6.94%) 부문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또한 수상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아진 카테고리들은 드론과 무인 시스템, 로보틱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지속 가능성, 차량 지능,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이다.

CES 주최측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이번 CES 2022에서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스마트 홈, 디지털 헬스 케어, 식품 기술, 미래 모빌리티,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 주제 세부 항목도 4가지가 추가됐다. 먼저 식품 기술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것을 넘어 스마트 농업부터 식재료, 추적 가능성과 배달까지 다루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무인화의 시대가 앞당겨지며 전통적인 식품 생산과 판매에서 정보기술(IT)과 데이터가 접목된 스마트 푸드 테크로의 방향을 보여준다.

또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추적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 기술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둘째, 우주 기술은 우주 탐사 로봇, 위성 시스템, 통신 등의 기술들을 다루고 있다. 스페이 X(테슬라)·블루오리진(아마존)·버진갤럭틱 등 주요 세 개 기업이 2021년 우주여행이 본격적으로 성공하기 시작하면서 우주의 시대가 주목받고 있다. 여행과 탐사뿐만 아니라 저궤도 위성 시스템 구축 등으로 인공지능(AI) 컴퓨터와 로봇·자동차 연결의 사각지대를 줄여 나가고 있다.

셋째, 3D 프린팅은 의학부터 우주항공·자동차·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돼 사용될 수 있다. 3D 프린팅은 2021년 디자인·소싱·패키징에 포함돼 있다가 2022년부터 개별 세부 항목으로 분리됐다. 이번 CES에서 다시 각광받는 요인 중 하나는 우주 산업과의 시너지다. 인공위성 부품부터 발사체 엔진 등을 제작할 수 있다. NFT는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중심으로 2021년 암호화폐에 포함돼 있다가 2022년부터 개별 세부 항목으로 분리됐다.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과 통화를 넘어 지난 한 해에는 NFT 플랫폼과 미술 산업 접목 등 적용처가 대폭 확대됐다.

이번 CES 2022에서는 드론과 로보틱스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또한 자율 항해, 물류 창고, 스마트 농업 및 양조, 자율 배송, 협동 로봇 등 다양한 적용처들에 커스터마이징된 제품들을 전시하며 각종 드론과 로봇들의 높은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 줬다.

최근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수요 증가도 있지만 결국은 핵심 기술들의 고도화와 융·복합이다. 현대차그룹은 CES 주제를 2021년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에 이어 ‘로보틱스’로 결정했고 메타버스(digital twin)와 로봇의 결합으로 얻을 수 있는 이동 혁신에 대해 공개했다.

특히 자율주행과 AI 기술의 발전으로 자유로운 이동과 작업이 가능해지면서 더 큰 무인화 시장의 가시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자율주행차는 로봇과 다양한 모빌리티에 요소 기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산업으로 확장하는 시작점이다.

따라서 이번 CES에서도 차량 기술의 비율이 높아졌다. 또한 인지-판단-제어 중 ‘물체 인식’과 관련해 차량 지능 부문 수상 제품 중 센싱 기술의 비율이 3분의 1로 높다. 테슬라가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 기반의 물체 인식은 센서의 성능보다 데이터 수집과 학습이 핵심이기 때문에 경쟁 업체들은 데이터의 갭을 좁혀 줄 라이다와 이미징 레이더에 주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또한 메타버스의 비율이 크게 높아졌는데 가상 세계에서의 엔터테인먼트와 활동 외에도 디지털 트윈과 시뮬레이터로도 확장되고 있는 흐름이다. 물류 분야에서도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VR에 구현하는 제품들이 등장했고 코그나타(Cognata)는 리얼투리얼(real-to-real)의 현실과 같은 시뮬레이션 플랫폼으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최근 자율주행 산업에서 엔디비아·테슬라·웨이모는 실제 데이터를 보완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데이터 구축과 학습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CES 2022를 보며 차세대 모빌리티와 로봇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희승 하나투자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