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 장기전 대응하는 국가 이노베이션 체제 강화 중요
연구·개발, 지식 교류 플랫폼 등 지원

[경제 돋보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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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각국에서 정보기술(IT)·그린·바이오 등의 기술 혁신에 대한 국가적인 개발 노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배터리·첨단 의약 분야 등에서 투자 경쟁이 격화되고 국가적인 지원도 확충되고 있다. 사실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는 수년 전만 해도 실현되지 않았던 화이자나 모더나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이라는 바이오 의약품 신기술이 없었으면 세계 각국은 보다 큰 곤욕을 치르고 있었을 것이다.

이들 IT·그린·바이오 등의 핵심 기술은 경제·사회 전반에 극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범용 기술(GPT : General Purpose Technology)이라고 할 수 있다. GPT는 기존의 기술 체계를 혁신하면서 생산성 향상과 함께 새로운 효용을 창조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증기기관·전력·인터넷 등이 대표적인 GPT라고 할 수 있다.

GPT의 개발과 사회적 응용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특징이 있다. 증기기관은 처음 개발됐을 때 거의 쓸모가 없었고 수많은 개량 기술이 축적된 수십 년 후에야 산업 현장에 활용됐다. 최근 전기자동차도 초기에는 여러 가지 약점이 지적됐고 이를 극복하는 누적적인 기술 혁신 결과 점차 기존 휘발유 자동차를 위협하는 힘을 갖추기 시작했다.

일본의 장기 불황 과정에서는 IT 혁명이라는 GPT의 기회에 잘 대응하지 못해 산업과 경제가 더욱 어려움에 직면했다. 일본은 개량 기술에 강점이 있지만 등장 초기에 있는 불확실한 기술이나 사업에 대해 일본 기업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강한 것이 1990년대 이후 디지털 혁명, 인터넷 혁명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GPT는 기존 산업 체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것이 주도하는 이노베이션 트렌드를 놓친다면 큰 화를 초래한다.

이노베이션에는 기존의 기술 체계의 틀 안에서 연속적으로 발전을 도모하는 개량형 이노베이션과 함께 기존의 기술 체계를 혁신하는 파괴적 이노베이션이 있는데, 이 양자를 잘 활용하는 것이 기업이나 국가적으로 중요하다. 물론 기업이나 조직 차원에서는 이 두 가지에 대응하는 양손잡이 조직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도요타는 끊임없이 개선·개량을 거듭해 생산성을 향상해 왔는데 업무의 혁신 역량 자체, 개선 방식 자체의 개선 및 고도화에 주력해 왔다. 이는 큰 성과이자 경쟁력이지만 고품질을 지향하는 쪽에서 보면 전기차 등장 초기의 미진한 성능이 도요타의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초기의 성장 기회를 놓쳤고 이로 인해 테슬라가 급성장했다. 양손잡이의 어려움을 고려해 조직을 나눠 운영하거나 외부의 스타트업과 외부 인재를 활용하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GPT 대응에는 현장 밀착형의 귀납법적인 개선 활동뿐만 아니라 연역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는 GPT의 발전은 기존의 상식과 이론을 초월하기 때문에 사회의 요청 등을 고려한 논리적인 발전 전망이 중요할 수 있다. 기존 기술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도 사회의 변화 등도 고려한 연역법적인 시각으로 발전 방향을 예측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사실 증기기관의 발명과 이를 철도에 활용하는 발상에는 사회적 필요성이 작용했을 것이고 최근의 메타버스의 발전도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공상 과학 영화(SF) 작가에 의해 먼저 예측되기도 했다. 이노베이션이 전개되는 미래 상황을 기점으로 현재의 과제를 고려하는 백캐스팅(backcasting)이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이러한 GPT의 특징을 고려해 국가 이노베이션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IT·그린·바이오 등의 다중 이노베이션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신기술의 씨앗을 발굴할 수 있는 연구·개발의 저변 확대, 기업뿐만 아니라 대학과 개인의 아이디어와 기술에 대한 철저한 보호를 통한 활발한 지식 교류, 초기의 미진한 성과에도 꾸준한 투자와 지원을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중요하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국가 미래 위해 중요한 ‘GPT’ [이지평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