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매일유업·농심… MZ세대가 선호하는 친환경 브랜드에는 이유가 있다

[트렌드]

한국경제신문의 새로운 감성 무크 브랜드 ‘한경TREND’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선호하는 친환경 브랜드 100개를 선정했다. 빅데이터 회사인 바이브컴퍼니(구 다음소프트)와 함께 소셜 미디어에서 2030세대가 많이 언급한 환경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다.

100개 브랜드 중 라이프스타일 부문에서는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힘입어 전기차를 개발하는 자동차 업체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전기차·수소차로 글로벌 친환경 기업으로 발돋움한 ‘현대차’를 필두로 ‘테슬라’, ‘기아’, ‘볼보자동차’ 등이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안·설거지 비누 등 생필품 친환경 브랜드인 ‘동구밭’, 종이로 만든 가구 ‘페이퍼팝’ 등 소규모 브랜드의 이름이 100위 안에 든 것도 주목할 만하다.
2021년 출시된 전기차 ‘아이오닉5’.
2021년 출시된 전기차 ‘아이오닉5’.
식음료 부문에서는 맛있는 비건 식품을 내세운 ‘풀무원’과 ‘풀무원다논’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비건·식물성 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가 높아진 결과다.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미트’, ‘농심 베지가든’ 등도 눈길을 끈다.

뷰티 부문에서도 비건 키워드는 빼놓을 수 없다. 비건 뷰티의 대명사 ‘스킨푸드’와 ‘멜릭서’, ‘베이지크’ 등 크고 작은 브랜드가 MZ세대의 사랑을 받았다. 패션 부문 역시 비동물성 소재를 지향하는 ‘낫아워스’, ‘올버즈’, ‘쏘왓’ 등 신생 브랜드의 선전이 돋보였다.

전기차·비건·재생 등이 인기 키워드
조사는 2019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블로그·인스타그램·메타(구 페이스북)·트위터 등 4개 소셜 미디어의 언급량을 분석해 진행했다. 패션·뷰티·식음료·라이프스타일 등 4개 분야에서 총 436건의 브랜드를 1차 선발한 뒤 전년 대비 언급량 증감률 순위로 상위 100개 브랜드를 선정했다.
최근 문을 연 스킨푸드 도산점의 풍경.
최근 문을 연 스킨푸드 도산점의 풍경.
순위를 살펴보면 1위부터 10위까지는 빅 브랜드가 활약했다. 1위는 그린 모빌리티를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가 차지했다. 이어 친환경 포장재와 친환경 매장 구축으로 탄소 배출 감축에 나선 스타벅스코리아가 2위에 올랐다. 로하스 기업 풀무원이 3위다. 로하스(LOHAS :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는 ‘건강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생각하며 사는 의식 있는 생활 양식’을 의미한다. 테슬라와 기아는 각각 4위와 5위에 오르며 친환경을 향한 질주를 보여줬다. 비건 뷰티의 대명사 스킨푸드와 멜릭서는 각각 6위와 8위에 랭크됐다. 더 건강한 화장품을 지향하는 브랜드의 가치가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7위는 독자적인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한 마켓컬리가 차지했다. 9위는 2019년 업계 최초로 애플리케이션(앱)에 ‘일회용 수저·포크 안 받기’ 기능을 도입한 배달의민족이 꼽혔다. 배달의민족은 2021년 12월 말부터 ‘먹지 않는 기본 반찬 안 받기’ 기능도 도입했다. 10위는 친환경·유기농·무농약 등 안전한 국산 농산물로 더불어 삶을 실천하는 한살림이 랭크됐다. 이 밖에 크고 작은 브랜드들이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다양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소개하며 MZ세대의 친환경 소비 트렌드 확산의 일등 공신으로 떠올랐다.
마켓컬리가 종이와 골판지를 결합해 개발한 보랭력을 갖춘 재생지 박스.
마켓컬리가 종이와 골판지를 결합해 개발한 보랭력을 갖춘 재생지 박스.
MZ세대를 움직이는 꾸준한 브랜드 포지셔닝이 관건
빅데이터 조사 결과 눈에 띄는 점은 단순한 마케팅 캠페인보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환경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이 잘 포지셔닝된 브랜드가 상위권에 올랐다는 것이다. 1위에 오른 현대차는 1991년 최초의 전기차 ‘쏘나타EV’ 개발을 시작으로 2016년 3가지 버전의 하이브리드 ‘아이오닉’, 2019년 순수 전기차 ‘코나’, 2021년 ‘아이오닉5’ 등으로 친환경 자동차 개발의 계보를 이어 가고 있다. 2021년 5월 선보인 수소 연료전지의 기술력이 돋보이는 대형 수소 전기트럭의 세계 최초 양산도 주목할 만하다. 전기차를 개발하는 자동차 업체의 선전은 경쟁력을 갖춘 신차 출시와 정부의 적극적 지원 정책이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치면서 언급량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리필스테이션을 통해 리필 문화를 확산하는 아모레퍼시픽.
리필스테이션을 통해 리필 문화를 확산하는 아모레퍼시픽.
비건 라인으로 재출발한 스킨푸드는 ‘자연주의’에서 ‘비건’으로 넘어가는 시대의 키워드를 활용하고 다양한 제품군을 연구하면서 비건 뷰티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초창기부터 먹을 수 있는 재료로 제품을 만든다는 스킨푸드의 경영 철학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평가다. 이 밖에 포장재를 벗어던진 러쉬가 14위, 리필 스테이션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아모레퍼시픽·아로마티카가 각각 20위, 37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설립된 마켓컬리는 이듬해 첫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 고객의 의견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포장재를 개선해 왔다. 성장을 거듭할수록 플라스틱·스티로폼·비닐 포장재 사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 끝에 자체 개발한 재생지 박스를 탄생시켰다. 마켓컬리는 2019년부터 모든 포장재를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종이 포장재로 바꾸는 친환경 프로젝트 ‘올 페이퍼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빨대를 제거한 ‘매일우유 빨대뺐소’.
빨대를 제거한 ‘매일우유 빨대뺐소’.
또한 ‘#빨대어택’에 가장 먼저 응답해 그린슈머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매일유업은 13위를 기록했다. 매일유업은 마시는 발효유 ‘엔요100’에서 빨대를 제거한 것을 시작으로 빨대를 뺀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와 ‘매일우유 빨대뺐소’를 연이어 출시하며 소비자와 소통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원사로 옷을 제작하는 노스페이스(11위), 비동물성 소재로 제품을 만들어 언급량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인 낫아워스(12위) 등 친환경 브랜드 100개의 면모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제품 개발과 활용 등 환경을 생각하는 경영 철학을 담아낸 결과다.
무심한 표정의 ‘욱스’가 그려진 낫아워스의 맨투맨.
무심한 표정의 ‘욱스’가 그려진 낫아워스의 맨투맨.
조민정 바이브컴퍼니 연구원은 “MZ세대는 자신의 일상을 콘텐츠화하고 공유하는 경향이 있어 먹고 자고 쉬는 모든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아 소셜 콘텐츠로 공유되고 확산되며 소비 행태의 흐름을 만든다”며 “친환경을 선호하는 가치 소비 형태는 스스로가 소비자를 넘어 마케터를 자처한다”고 말했다. 진정성 없는 일회성 캠페인으로는 소비자들을 속일 수 없다는 뜻이다. 친환경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소셜 채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박스/

‘미닝아웃’ 트렌드 속 ‘요즘 환경 브랜드’
빅데이터로 가린 친환경 브랜드 100개
한경트렌드의 첫째 시리즈 ‘요즘 환경 브랜드’는 최근 친환경 마케팅 트렌드와 약진하는 신규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과 캠페인 사례를 한눈에 보여준다.

최근 3년 동안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환경 문제에 따른 실천 방안으로 친환경 제품을 이용해 스스로 정체성을 정의하고 영향력을 발휘한다. 미닝아웃(meaning out), 즉 자신의 신념에 따라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브랜드의 진정성·윤리성에 대한 요구도 커지는 추세다.

이 책은 단순히 마케팅으로 현혹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친환경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은 브랜드 스토리에 집중했다. 언급량이 많은 환경 브랜드 100개 순위에서 추린 브랜드와 그 외에 주목할 만한 환경 브랜드를 패션·뷰티·식음료·라이프스타일 분야별로 소개한다. 현대차·노스페이스·매일유업 등 굵직한 브랜드 외에 요즘 뜨고 있는 작은 브랜드의 활동과 마케팅 포인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와 함께 친환경에 큰 관심을 갖고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5인의 인터뷰를 담았다. 일회용품 없는 카페 ‘알맹상점’, 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 다회 용기 대여 서비스를 선보인 ‘트래쉬버스터즈’ 등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의 행보를 통해 인사이트를 전달한다.

‘요즘 환경 브랜드’는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과 한국경제매거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책값은 1만5000원이다.

이진이 한경무크 기자 ziny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