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들리 타임피스’로 시각 장애인 페인포인트 해결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구매자 90%가 비장애인
세계적 디자인상 휩쓸어…영국 대영박물관 소장

[스페셜 리포트] ‘사회 문제 해결’…2022년 주목받는 소셜 벤처 : 이원
이원의 브래들리 타임피스 이미지. 사진=이원코리아 제공
이원의 브래들리 타임피스 이미지. 사진=이원코리아 제공
이원은 시각 장애인과 비시각 장애인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브래들리 타임피스’라는 시계로 유명하다. 창업자인 김형수 대표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경영대학원 재학 시절 만난 시각 장애인 친구를 통해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 대표는 당시 시각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제품들이 대부분 쉽게 고장나고 볼품없는 디자인이라는 점을 알게 됐고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세련되고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자’고 결심한 것이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 짓는 것이 오히려 편견이라고 생각한 김 대표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의미를 담아 ‘에브리원(Everyone)’의 준말인 ‘이원(Eone)’을 사명으로 짓고 장애 여부와 상관 없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시계인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만들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보는 시계’가 아닌 ‘만지는 시계’다. 시침과 분침 대신 두 개의 구슬이 내부의 자석을 따라 움직이며 시간을 나타낸다. 앞면에 있는 구슬은 분을, 옆면에 있는 구슬은 시를 가리킨다. 구슬을 만져보면 시간을 알 수 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 짓지 않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시각 장애인에 한정해 판매하지 않는다.

이런 철학을 반영해 2013년 미국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처음 공개했는데 당시 목표 금액 4만 달러를 6시간 만에 달성하고 60만 달러에 육박하는 금액 펀딩에 성공했다. 보편적 디자인과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미국의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브래들리 스나이더가 자신의 이름을 딴 촉감 시계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이원코리아 제공
미국의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브래들리 스나이더가 자신의 이름을 딴 촉감 시계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이원코리아 제공
주요 고객층은 간결한 디자인과 제품 철학에 공감한 비장애인 고객들이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영국 런던 디자인 박물관이 선정한 올해의 디자인(2014년)과 독일 레드닷어워드(2015년) 등을 수상했고 현재 영국 대영박물관에 영구 컬렉션으로 소장돼 있다.

이원은 시각 장애인과 직접 관련된 기관에 수익 일부를 기부해 시각 장애인의 교육·창의력·자립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제품명은 미국의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브래들리 스나이더의 이름에서 따왔다. 브래들리 스나이더는 전직 미국 해군 장교로, 201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군 복무 중 폭발 사고로 시력을 잃고 수영 선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고 2012년 런던 패럴림픽 수영 종목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따내며 미국의 영웅이 된 인물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