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증시도 변동성 장세 가능성 높아…무리한 베팅보다 현금 보유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머니 인사이트]
사진=뉴욕 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진=뉴욕 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장 유형은 추세의 유무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추세와 비추세다. 추세가 진행되는 시장에서는 수익을 내기가 쉽다. 강세장에서 주식을 보유하고 약세장에서 쉬면 된다. 투자가 힘든 이유는 이진수로 단순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강세장인지 약세장인지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시장이 꽤 오래 지속된다. 이를 흔히 박스권 장세라고 한다. 박스권 장세에서 더더욱 어려운 상황은 상승과 하락 의견이 팽팽해 맞서는,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변동성 장세다. 2021년 하반기가 그랬고 2022년 증시도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주변에 자주 보이는 기업’이 안전하지는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세계적 유행) 공포가 시작될 때 글로벌 증시는 너도나도 급락했다. 누가 먼저 시장에서 탈출하느냐가 성과의 기준이었다. 공포가 극에 달한 시점,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돈 풀기의 힘으로 시장이 돌아섰고 강세장은 2021년 1분기까지 이어졌다. ‘주린이’로 불리는 초보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유입된 시기가 2020년 가을에서 2021년 봄까지다. 서점가의 베스트셀러가 증권 서적이었고 증권 투자 관련 유튜버는 스타가 됐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기대와 무형재 경제의 재평가가 투자자들의 기대 수준을 한껏 끌어올린 시기였다.

한국 투자자들의 마음에 ‘매수 후 보유 전략’이 굳건히 자리 잡힌 배경이다. 매수 후 보유 전략은 펀더멘털이 안정적인 기업, 대개는 한국의 대표 기업을 사 장기 보유한다면 그 어떤 자산보다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접근 방법이다. 복리 효과가 작동하는 시간의 힘과 함께 가자는 투자 전략이다. ‘시간이 돈’이라는 재테크 붐이 불면서 현금보다 주식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삼성전자를 보면 매수 후 보유 전략의 탁월함이 입증된다. 돈이 생길 때마다 삼성전자를 사 왔다는 장기 투자자의 성공 사례가 언론 매체에 자주 등장한 것은 많은 이들이 주식 투자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투자자가 이런저런 고려 없이 우량주를 사 들고 있으면 가격이 올라간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동일한 구간에서 KT와 대한항공의 흐름은 달랐다. 둘 다 당시에는 삼성전자에 비견할 만한 우량 기업이었지만 주가 흐름은 삼성전자와 달랐다. 매수 후 보유 전략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 때는 기업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있을 때지 경제와 주가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가 아니다. 오직 기업의 비즈니스 자체에만 관심을 갖고 적절하게 산 주식은 굳이 팔지 않는다.

매수 후 보유 전략은 매우 유용한 전략이지만 그렇다고 투자자가 단 하나의 전략에만 묶여서는 안 된다. 어떤 전략도 모든 시장에서 유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투자자가 현시점에서 손실 폭이 크다면 현재 적용하고 있는 전략은 적절한 방안이 될 수 없다. 손익은 현재 적용하고 있는 전략이 유효한지를 가늠하는 점수판이다. 점수가 낮다면 쉬거나 전략을 수정하거나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줘야 한다. 대부분 향후 5년 내지 10년을 놓고 보면 주가는 상승할 것이란 희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 주식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투자자의 비율은 높지 않다. 이유가 뭘까. 장기적으로 들고 갈 만한 주식을 골라내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시장 방향과 특정 업종을 스스로 잘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종목 선택이 빗나갈 수 있다. 피터 린치의 말대로 ‘주변에 자주 보이는 기업’을 산다고 해서 꼭 그 기업이 안전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좋은 기업이 합리적 주가에 들 때가 매력적

종목 선택이 어렵다면 장기적 지수 상승에 투자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평균가 다운 전략(cost averaging)’은 일정한 돈을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이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주가가 하락하면 매입 평균 가격도 점점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장이 왔다 갔다 하더라도 길게 봤을 때 전체 시장이 상승한다면 이기는 전략이다. 지수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개별 종목의 위험이 없다.

단, 이 전략은 전제가 있다. 레버리지 사용의 제한이다. 쉬운 예로 설명해 보자. 평균 수심이 1m인 강이 있다. 강을 건너는 사람 누구에게나 큰 포상을 준다면 아마 누구나 건너가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강을 건너 포상을 받는 이는 많지 않을 수 있다. 평균 수심이 1m일 뿐 중간에 수심이 3m 이상이 곳도 있고 낮은 수심에도 소용돌이가 심한 곳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너는 도중 죽을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다. 연평균 상승률이 5%인 시장이라도 특정 시기에 시장의 조정 폭이 30~40% 출현한다면 손실은 감당하기 힘들다. 레버리지 투자자는 주기적 약세장에서도 자산을 다 잃을 수 있다.

약세장은 물론 강세장에서도 일정한 현금은 비축해야 한다. 현금이 있어야 예상하지 못한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좋은 기업이 좋은 주가에 있을 때가 투자하기 좋은 주식이다. 충격적 사건이나 경제 위기 속에서 현금은 좋은 기업을 싼 가격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마법 상자다. 현금은 단기 시장 변동에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게 해주는 안전판이기도 하다. 시장 전체의 변동성이 커져 뭘 해도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때 현금은 투자 대상이 정해질 때까지 머무를 최적의 대안이다. 현금 보유는 상당히 지루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선택지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1980년 이후 코스피지수의 장기 추이를 보자. 긴 호흡으로 코스피는 상승했지만 급등 후 박스권 시장이 반복됐다. 미국 증시가 빅 랠리를 이어 갔던 1990년대와 2011년 이후 코스피는 매우 긴 박스권 장세였다. 강세장 뒤 박스권 장세가 뒤따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때마다 펀더멘털의 근거가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는 그러한 논리적 배경보다 투자자의 감정을 다루려고 한다. 비탈리 카스넬슨은 저서 ‘적극적 가치 투자(Active Value Investing)’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강세장 뒤 박스장이 오는 것은 강세장을 지배하던 과도한 낙관론 때문에 주가가 상승하긴 했지만 그 후 더는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 데서 실망감이 발생하고 이 실망감이 주가를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진 강한 상승 랠리 때문에 투자자들은 간단하지만 실제 성과가 불분명한 ‘매수 후 보유 전략’에 세뇌 당했다. 다음 상승기를 놓칠지 모르니 주식을 들고 가야 한다고 한다. 매입한 가격은 장기적으로 보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종교적 믿음을 보낸다. 기업 가치에 비해 싸게 샀을 때만 그러한 복원이 가능하다. 경제 구조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산업 내 지위도 이전과 같지 않다면 기업의 가치는 훼손되고 손실 복구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장기 투자자가 의지하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의 투자 원칙 ‘첫째, 손해 보고 팔지 말라. 둘째, 첫째 원칙을 잊지 말라’를 오해해서는 안 된다.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성장하는 기업을 합리적인 가격 포트에 편입한 종목에 한해서다.

2020년 4분기와 2021년 1분기 주식 투자를 시작한 투자자(주린이)는 2022년 선택을 해야 한다. 시간은 항상 자기 편이 아니다. 스스로 매수 후 보유가 아닌 ‘매수 후 방관’ 상황인지 여부를 반문해야 한다. 강세장의 순풍이 역풍으로 변하는 구간(PER 하락)에서는 더욱 그렇다.

리스크는 과거나 현재가 아닌 미래에 관한 것이다. 확실한 것은 리스크가 아니다. 리스크는 불확실한 것이고 아직은 모르는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 행보가 더 가시화되는 3월 내지 5월까지 변동성이 큰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변동성이 큰 박스권이다. 추세가 강한 강세장에서는 모든 주식이 채권을 앞선다. 다시 말해 전체 시장을 사든, 어떤 주식을 사든 경이로운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박스권 장세는 다르다. 좋은 국가, 좁게는 좋은 주식만이 채권을 이긴다. 따라서 박스권 장세에서 인플레 헤지란 명목으로 주식을 그냥 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 매력적인 주식이 없을 때는 차라리 채권 내지 현금이 주식보다 낫다.

남은 문제는 하나다. 매력적인 주식을 찾는 노력이다. 월가의 격언 중 ‘페니는 현명하게 쓰고 파운드는 바보같이 쓴다’라는 말이 있다. 싸구려 기업과 싼 기업은 다르다. 박스권에서 싸구려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 시장 전체에 대한 기대 수준이 낮아지는 구간에서 좋은 기업이 합리적 주가에 올 때가 매력적인 주식이다. 아마도 인플레로 인한 비용 상승을 수월하게 가격을 전가할 수 있거나 각 산업 내에서 시장 지위가 강해지거나 기업 스스로 가시적 사업 확장에 나서는 기업이 될 것이다. 3~6개월 내에 비관적 우려감이 극대화되는 구간이 출현한다면 바로 그때가 장기 투자자가 좋은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싸게 편입할 수 있는 기회다. 아직은 아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