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 상장 목표…고부가 가치 백신 임상 확대·mRNA 원천 기술 확보 고삐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보령바이오파마 진천공장에서 직원이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 제공
사진=보령바이오파마 진천공장에서 직원이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 제공
생명공학 전문 기업인 보령바이오파마가 2020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성장세를 발판 삼아 사업 확장을 위한 상장 준비에 나선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최근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을 기업공개(IPO) 공동 대표 주간사 회사로 선정하며 본격적인 IPO 준비에 돌입했다. 또한 국제 회계 기준(IFRS) 도입, 내부 회계 관리 제도 시행 등 내부 조직을 정비하는 한편 지정 감사인 신청을 완료하며 IPO를 위한 사전 준비를 마쳤다. 올해 상반기 중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거쳐 4분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IPO를 통한 공모 자금으로 고부가 가치 백신 임상 확대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원천 기술 확보, 면역 세포 치료제 연구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핵심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R&D 환경 개선과 업무 효율화를 위해 서울시 강동구 고덕비즈밸리에 사옥을 건설하고 있다.

김기철 보령바이오파마 대표는 “보령바이오파마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비롯해 백신 사업과 일찍이 첨단 대량 생산 시설을 보유하는 등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며 “IPO를 통해 사업 확장은 물론 차세대 백신 등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백신 국산화 명가 보령바이오파마 상장 시동
한국 최초 경구용 장티푸스 백신 개발

보령바이오파마는 1991년 설립 이후 백신 개발·제조, 전문 의약품 판매, 유전체 검사, 제대혈 은행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생명공학 전문 기업이다. 백신 시장 확대에 따라 2020년 매출액 1154억원을 달성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령바이오파마는 특히 한국 기업 가운데 국가 필수 예방 접종(NIP) 공급 품목이 가장 많을 정도로 백신 국산화에 앞장서 왔다. 1993년 한국 최초이자 세계에서 둘째로 경구용 장티푸스 백신을 개발해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영국 등 12개국에서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2013년 세포 배양 일본 뇌염 백신, 2020년 DTaP-IPV(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소아마비 예방) 백신, 2021년 A형 간염 백신 등 그동안 수입 완제품에 의존하던 백신 품목들의 자체 제조에 성공하면서 만성적 국내 수급 불균형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최근 기존 DTaP-IPV 백신에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질환을 추가한 영·유아 대상 5가 혼합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출생아 90% 이상이 접종하는 5가 혼합 백신은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면서 공급 중단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또한 정부의 백신 자급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가 예방 접종 백신 22종 가운데 절반 가까운 10종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앞으로도 자체 생산 품목을 확대해 국가 필수 예방 접종(NIP) 품목의 안정적 공급과 전략 제품의 수출 확대를 통한 글로벌 진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차세대 백신 개발에도 드라이브
사진=보령바이오파마 진천공장. 보령바이오파마 제공
사진=보령바이오파마 진천공장. 보령바이오파마 제공
보령바이오파마는 차세대 백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mRNA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기초 연구를 진행 중이고 향후 IPO 공모 자금을 바탕으로 관련 R&D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지난해 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을 위해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도 했다.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를 중심으로 한국 바이오 벤처 큐라티스·아이진·진원생명과학과 함께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 인프라 활용 mRNA 바이오벤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컨소시엄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새로운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조만간 임상에 들어가 생산 기술 확보와 대량 생산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컨소시엄에서 보령바이오파마는 백신 생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백신의 대량 생산이 가능한 자동화 시설과 의약품의 적정 보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콜드체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해서다. 보령바이오파마는 2020년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 생산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도 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R&D 투자에도 집중하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가 최대 주주인 관계사 루카스바이오는 최근 코로나19 변이를 치료할 수 있는 범용 기억 T세포 치료제 ‘LB-DTK-COV19’ 물질 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결과는 지난해 12월 25일 전문 학술지인 ‘첨단면역학회지(Frontiers in Immunology, IF:7.5)에 게재됐다.

루카스바이오는 세포 치료제 연구와 제조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세포 치료 전문 기업이다. LB-DTK-COV19와 함께 동종조혈모세포 이식 후 발생하는 합병증을 적응증으로 하는 DSC(Decidua Stromal Cells)와 바이러스 감염 질환을 적응증으로 하는 DTK(Dual Targeting Killer Cells)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지금까지 코로나19를 제어하기 위해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최근 오미크론 변이 등 스파이크 단백질의 빈번한 변이로 인한 돌파 감염이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치료적 접근법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루카스바이오가 발표한 ‘LB-DTK-COV19’ 세포 치료제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타깃으로 삼은 기존 방법과 달리 스파이크 항원뿐만 아니라 뉴클리오캡시드(Nucleocapsid), 멤브레인(Membrane) 항원을 3중으로 표적하도록 교육된 기억 T세포 치료제다.

상대적으로 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 뉴클리오캡시드와 멤브레인을 표적으로 하기 때문에 ‘유니버설 세포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고 사람 백혈구 항원(HLA) 불일치에 대한 동종 이계 반응성(alloreactivity)이 낮아 이식 편대 숙주 반응(GVHD)과 같은 합병증 위험성이 적어 범용 가능한 ‘기성품 세포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루카스바이오는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한국을 비롯해 일본에서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미국에서는 특허 등록을 심사 중이다. 또한 1월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시험 승인 계획서(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