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보호' 실패하면 신개념 서비스도 무용지물...이용자 백서에 인증 심사 고도화, 외부 기업과 협업 등 전열 정비

[테크 트렌드]
'이용자보호'에 안간힘 쓰는 테크 기업들
올해 많은 기업들이 신년사의 화두로 도전과 혁신을 꼽았다. 특히 지난해 연간 투자액 10조원을 돌파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은 올해도 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선보이며 뉴 노멀을 선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서비스에 가장 중요한 뒷받침이 되는 것은 이용자 보호다. 이용자 보호가 되지 않는 한 어떠한 새로운 서비스도 물거품이 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신개념 서비스들이 증가하는 만큼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자체 노력에도 힘을 더하는 모습이다. 아직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통적인 제도권에 포함돼 있지 않거나 또는 고객에게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브랜드들이 스스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열 정비에 한창이다.

내 돈 맡기는 재테크 이용자 보호는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주축으로 음악·부동산·미술품 등 특정 재화의 소유권을 분할해 거래하는 방식의 조각 투자가 각광받고 있다. 조각 투자는 새롭게 등장한 투자 수단인 만큼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보호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

한국에 조각 투자 시장을 처음 연 곳은 음악 조각 투자 스타트업인 ‘뮤직카우’다. 뮤직카우는 일반 대중도 음악 저작권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지난해까지 91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을 사로잡았다.

뮤직카우는 기존에 아티스트들의 전유물이었던 음악 저작권에 일반인들도 투자할 수 있도록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발명했다. 쪼개서 팔 수 없던 음악 저작권에 소액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던 중 발견해 낸 모델이다. 이어 지난해 3월 음악 저작권 시장 투자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혁신 금융 서비스 인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에 투자할 수 있다는 다소 생소한 개념에 대한 투자자들의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저작권과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지는지, 뮤직카우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저작권료 수익과 거래 플랫폼을 통한 투자의 차이와 첫 구매 시 고가에 구매하거나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한 단기 거래는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점 등을 명시한 ‘뮤직카우 백서’를 발간해 이용자 안내를 강화했다.

이와 함께 올바른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사이트를 전면 개편해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사항과 참고할 다양한 내용들을 사이트 곳곳에 반영하는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상세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도 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음악 저작권 관련 시장에 많은 이용자들이 눈뜨고 건강한 문화 생태계 발전의 저변 마련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만들어 나가기 위해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가 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고객 보호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은 고가의 명품을 거래하는 플랫폼인 만큼 정품·보안·안전에 집중해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위조품을 판매한 셀러를 발견하면 직접 법적 조치를 취하고 해당 셀러 리스트를 공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구매 고객이 산 상품이 위조품으로 판명되면 구매가의 두 배로 보상하는 등 위조품으로 인한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업계 최초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며 고객 신뢰도를 더욱 높였다. ISMS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관하는 인증 제도로, 기업이 주요 정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수립·관리·운영하는 정보보호관리체계가 기준에 적합한지 심사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약 104개에 이르는 인증 기준에 대한 심사를 거쳐 모두 통과해야만 인증받을 수 있다.

머스트잇은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획득을 기반으로 판매자와 고객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쇼핑 환경을 구축했다. 최근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하며 급성장 중인 머스트잇은 2030대 고객을 중심으로 신뢰도 높은 서비스 제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이나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개인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대출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는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고객을 위해 지난해 6월 일찍이 안심 번호 서비스를 도입했다. 해당 서비스는 업계 최초로 서비스 신뢰도와 보안 강화 차원에서 이뤄졌다. 핀다는 고객의 연락처를 직접 대출 신청을 한 금융사에만 제공해 개인 정보 노출을 최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이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안심 번호 사용 여부’ 체크를 통해 안심 번호를 발급받을 수 있게 했다.

인력도 확충했다. 핀다는 지난해 8월 데이터와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차세대 기술개발구조개선전담반(TF)을 구성했다. 기술 전략 자문위원에 네이버 부사장 출신의 최성호 커넥트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선임하며 마이데이터 보안 강화와 금융 거래 데이터 관련 시스템 구조 고도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했다.

신원에 인성, 건강 인증까지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 아이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찾기는 쉽지 않다.

‘째깍악어’는 육아 도움이 필요한 가정과 관련 인력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로,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거쳐 돌봄 교사의 신원과 능력을 보장한다. ‘악어쌤’으로 불리는 돌봄 선생님은 본인 인증, 신원 증명 서류, 학력·경력 증명 서류들을 제출해야 하며 아동 보호와 성적 착취, 학대, 괴롭힘 방지 행동과 관련된 강령 서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모의 돌봄 면접, 내부 교육 과정 이수, 인·적성 검사와 교사 성향 분석을 통해 문제 행동 예상 교사를 심사하는 과정도 거치는 등 꼼꼼하게 돌봄 교사의 실력과 인성을 검증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세계적 유행) 상황에 맞춰 모든 돌봄 교사들은 본인을 포함한 가족의 의심 증상 자가 진단을 진행해야 하며 건강에 이상이 없는 선생님들을 고객들과 매칭해 주고 있다.

외부 전문 기업과의 협력도 안전과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부동산디지털수익증권(DABS) 거래 플랫폼 ‘카사(Kasa)’는 사이버 보안 전문 기업 ‘티오리’, 보안 솔루션 컨설팅 기업 ‘안랩’과 협력해 정보 보호를 위한 내실을 다지고 있다.

보안 전문 기업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내부 보안 검사와 취약 실전 점검을 강화하고 정보 침해 사고에 대비한 보안 훈련과 정보 보호 교육도 진행한다. 고객이 안전하게 부동산에 투자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보안 위협에 철저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카사는 최근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제정한 ‘정보 보호 인증(ISO-27001)’을 3년 연속 획득하며 다시 한 번 신뢰성을 입증했다. 이 인증은 정보 보호 관련 14개 관리 영역을 포함한 114개 세부 항목을 모두 통과해야만 획득할 수 있어 까다로운 제도로 손꼽힌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