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에어팟 제조사로 TWS 시장 확대…신성장 동력 VR·AR 기기, 오큘러스·소니도 고객사

[돈 되는 해외 주식]
사진=가이의 가상현실(VR) 기기. 가이 제공
사진=가이의 가상현실(VR) 기기. 가이 제공
메타버스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에 한정돼 있던 관심이 하드웨어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시장이 새롭게 막 생겨났던 시기에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소프트웨어 기업이 누구인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누가 3차원 공간에서 사용자에게 실제와 같은 몰입감을 줄 수 있는지가 핵심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가상의 공간에서 사용자 경험을 가장 높여 주는 기술을 선점하는 회사가 향후 메타버스 생태계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아직 메타버스 시장이 확대 초기 국면이라는 점에서 어떤 기업의 하드웨어가, 어떤 부품이 시장의 대세가 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VR·AR 기기 분야에서 떠오르는 기업이 하나 있다. 바로 애플 에어팟의 제조사로 알려져 있는 중국 기업 가이(Goertek)다.

가이는 마이크로폰 등 음성 솔루션 관련 정밀 부품 생산과 완전 무선 이어폰(TWS), 스마트 워치 등의 기기를 연구·제조하는 기업이다. 가이는 지난 3년간 TWS를 통해 돈을 벌어 온 가운데 2018년 애플의 에어팟 조립 밸류 체인에 진입하면서 TWS 시장 확대의 수혜를 누려 왔다. 가이는 향후 TWS 시장 성장의 속도가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이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바로 VR·AR이다.
메타버스 최대 수혜주…에어팟부터 VR까지 핫한 건 다 만드는 가이
가이는 실제로 VR·AR 기기 제조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 나가고 있다. 2021년 기준 전체 VR·AR 제조 시장에서 가이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VR·AR 시장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메타(구 페이스북)의 오큘러스는 물론 그 뒤를 잇고 있는 DPVR(중국)·소니(일본)·피코(중국) 브랜드 모두가 가이의 고객사다. 정밀 부품을 자체 제조할 수 있어 고객사와 설계부터 생산까지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어 온 것이 VR·AR 제조 시장 장악의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판단된다.

향후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애플의 애플 글래스다. 아이폰을 애플 글래스가 대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애플의 VR·AR 기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 글래스 역시 가이가 제조를 도맡을 가능성이 높다. 가이의 전체 매출 중 약 50%가 애플에서 창출될 만큼 오랜 공생 관계를 이어 온 것은 물론 타사 기기 제조 경험으로 기술력에 대한 검증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이미 가이의 실적에서 VR·AR 부문의 고성장세가 반영되고 있다. 가이는 2021년 3분기 누적 매출 527억9000만 위안(전년 동기 대비 52.0% 증가), 지배 주주 귀속 순이익 33억3000만 위안(전년 동기 대비 65.3% 증가)을 기록했다. VR·AR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8.5% 증가하며 실적 고성장을 견인했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는 글로벌 VR·AR 시장의 2020~2024년 연평균 성장률을 81.5%로 전망할 만큼 가파른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메타버스 산업의 초기 국면임을 고려할 때 VR·AR 시장의 확대와 함께 가이의 동반 성장이 기대된다.

강효주 KB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