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표심 잡기 불붙은 부동산 공약, 세제 완화 대책도… “숫자 늘리기 급급” 지적 나와

[홍영식의 정치판]

역시 부동산이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정책의 반면교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하루가 멀다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하면서 사과에 나서고 있다.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더라도 표를 얻는 게 급선무다.

보유세와 양도세 폭탄을 통한 집값 안정을 내세운 현 정부와 달리 공급 확대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주택 250만 가구 공급 등 닮은꼴 공약도 있다. 수도권 표심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차이점도 적지 않다.

이 후보가 당초 내세운 대책은 규제 위주의 현 정부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11월 2일 선거대책위 출범식 연설에서 “높은 집값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을 보면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대책은 개발 이익의 완전 국가 환수제, 건설원가·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등이다.

앞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제시한 대책도 국가 통제식, 규제 위주였다. 부동산 투기 문제를 조사할 부동산감독원 신설, 보유세 대폭 인상, 국토보유세 부과, 주택관리매입공사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주택관리매입공사는 집값이 내려갈 때는 국가가 집을 사들여 공공 임대 주택으로 공급하고 폭등하면 매입 주택을 시장에 내놓아 집값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기 위한 기관이다.
“징벌적 과세” 외치더니 “공급 확대, 거래세 낮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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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불로소득에 대한 믿음이 국가의 영속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통제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삶이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규제 위주로 가겠다는 것이다. 국토보유세에 대해선 “다주택 보유자에겐 심하게 손실이 날 수 있게 세 부담을 강화할 것”이라며 “투기 부동산에는 세금 폭탄을 넘어 징벌적 과세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거둔 세금을 기본 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 이 후보의 구상이었다. 별다른 공급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던 그는 지난 연말부터 세 부담 완화를 거론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를 위한 취득세 감면 확대, 최고 취득세율 부과 구간 대폭 축소 등이다. 그는 “부동산 세제 원칙은 보유세를 적정 수준으로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것”이라며 “주택 값 상승으로 증가한 취득세 부담을 조정해 국민 부담을 덜어드리겠다”고 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1년간 완화하는 방안도 내놓아 여권 내 반발을 샀다.

그는 “다주택자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1년 한시적으로 과세를 유예하자”고 했지만 정부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1주택자 보유세 완화와 함께 ‘3종 감세 세트’를 내놓은 것이다. 또 “주택 대출 문제에 기민하게 반응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대출 규제 완화도 시사했다. 이 후보는 세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 “수도권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공급 확대 방안으로 △김포공항·용산공원 부지 활용 △서울 인근 그린벨트 일부 해제도 거론된다.

1월 13일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공급 확대 방안도 내놓았다. 눈에 띄는 것은 4종 주거지역을 신설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상향하는 것이다. 현행 용적률은 3종 일반 주거지역 100~300%, 준주거지역 200~500% 등이다. 여기에 4종을 신설해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부·지방자치단체·주민 간의 3자 협의가 이뤄지면 재건축 사업 기간 대폭 단축 △안전 진단 기준 개선 △공공 재개발 활성화 △고도제한지역·1종 일반 주거지역에 맞춤형 지원 도입 △노후 공동 주택 리모델링 특별법 도입 등도 약속했다. 이런 정책 등을 통해 임기 중 2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게 이 후보의 공약이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 공약에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적률만 올려준다고 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되는 게 아니다. 공공 이익 환수(기부채납) 규모가 관건이다. 이 후보는 ‘불로소득 환수’를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기부채납을 과도하게 설정하면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 이 부분에 대해 이 후보 캠프에선 뚜렷하게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모호하다는 평가다.

또 공공 개발 방식을 취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가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 원가 공개 전면 확대를 공약한 것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용적률 500%도 4종 일반 주거지역이라는 용도 지역을 추가했을 뿐 이미 2020년 8·4대책에 공공재건축 인센티브로 들어가 있는 내용이어서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철도 지하화·용적률 상향으로 5만 가구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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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폭등은 재산 약탈”이라고 규정하고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제시하고 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취득세 면제, 양도소득세 세율 인하, 대폭 오른 공시 가격 속도 조정을 통한 보유세 급등 차단, 장기 보유 고령층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 부담 경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2년 유예 등을 약속했다.

임대차 3법은 임대 기간을 종전 2년으로 돌리고 전셋값을 올리지 않는 이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내놓았다.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해 보유세 부담을 줄여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종부세를 없애고 더 강도 높은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현행 0.17%인 보유세 실효세율을 1%로 높이겠다는 이 후보와 대비된다.

대대적인 공급 대책도 내놓고 있다. 임기 내 250만 가구 공급은 이 후보와 같다. 서울 역세권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민간 500%, 공공이 참여하면 최대 700%로 높이기로 했다. 30년 이상 공동 주택 정밀 안전 진단 면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대폭 완화, 과도한 기부채납 방지 등도 제시했다. 임기 5년간 서울 지역에 총 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경부·경원·경인선 철도 지하화와 철도 차량 기지 이전·개발 등으로 10만 가구, 용도지역·용적률 규제 완화로 40만 가구 등이다.

경부선 지하화는 서울역~당정역 구간(32km), 경원선은 청량리역~도봉산역 구간(13.5km), 경인선은 구로역~인천역 구간(27km) 등이다. 한남나들목에서 양재나들목까지 고속도로 구간 지하화도 내놓았다. 지하화 사업 예산으로는 총 26조원 내외를 예상했다. ‘청년 원가 주택’으로 공급하는 30만 가구는 건설 원가의 20%로 주택을 분양받은 뒤 나머지 80%는 30년 동안 낮은 이자로 원리금을 상환하도록 했다.

5년 이상 거주하면 국가에 매각할 수도 있다. 매각 때는 애초 구매 원가와 차익의 70%를 더한 금액을 가져갈 수 있게 해 일정 정도의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20·30대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고 재산이 일정 수준 이하이면서 자녀가 여럿인 40·50대 무주택자에게로 범위를 넓혀 간다는 게 윤 후보의 구상이다.

하지만 막대한 재원과 역세권에 그만한 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5년간 250만 가구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8·4대책 이후 공급 확대를 공언했지만 지난해 공급량은 30만 가구 정도에 그쳤다. 노태우 정부 시절의 분당·일산 신도시를 합한 30만 가구의 8배가 넘는데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