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유동성·줄어든 공급량에 지난 5년 평균인 6.8% 이상 상승 전망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2021년 집값이 크게 올랐던 이유는 늘어난 유동성과 줄어든 공급, 급해진 투자 심리 요인 등이 크다. 2022년에도 이 추세가 이어질 것인지 알아보자.
돈 풀기 바쁜 정부·공급 부족 여전
먼저 유동성 측면에서 판단해 보자. 한국은 전통적으로 미국보다 통화량 증가율이 높은 국가다. 수출 주도형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 유리하다. 미국보다 시중에 돈을 더 많이 푸는 정책을 선호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5년간 한국의 통화량은 연평균 7.7% 늘었다.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6.1%씩밖에 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자 경기 회복을 위해 미국은 역대 초유의 돈 풀기 전략을 구사했다. 2020년에만 통화량이 28.2%나 늘었다.
2022년 주택 시장, 차갑게 식은 투자 심리에도 집값 상승 요인 충분[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최근 들어 시장의 유동성 증가 속도를 줄이기 위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실시하고 있지만 미국의 통화량 증가량은 2021년 11월 기준 전년 대비 15.1%다. 국내 통화량 증가율도 역대급인 12.9%에 달하지만 미국은 한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돈 풀기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이 시중의 유동 자금을 줄일 수 없는 이유다.

늘어나는 유동성과 별개로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복지 예산 증액 등의 이유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려고 한다. 현재 통화량에 더해 돈을 더 푼다는 얘기다.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중에 퍼진 돈을 환수하는 것이다. 집을 살 돈이 없어 수요가 줄어들면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동성을 줄여 수출이 급감하면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통화량의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없다.

올해 주택 공급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 중 실제 공급과 가장 근접한 수치는 분양 물량이다. 일단 분양이 되면 ‘특별한 사건·사고’가 없는 한 2년 6개월에서 늦어도 3년이면 입주가 가능해서다.

즉, 2022년의 입주 물량을 가늠하기 위해선 2019~2020년 분양된 물량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당시 분양된 물량이 2022~2023년 입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9~2020년 분양된 전국 아파트는 연평균 33만1669가구다. 2012~2018년 연평균 36만1586가구 대비 8.3% 줄어든 물량이다. 이에 따라 2022년은 물론 2023년에도 공급 부족 현상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은 2021년 대비 14.5%나 입주 물량이 줄어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천(109.9%)과 대구(65.8%), 대전(19.6%) 등은 지난해보다 공급량이 늘어나는데, 이들 지역을 제외한 다른 곳은 공급이 모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현재의 공급 부족 현상을 부채질할 사고가 최근 발생했다. 광주광역시에서 나타난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고다. 올해 가을 준공을 앞두고 공사를 서두르던 주상복합 아파트의 벽체와 바닥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건설업계와 정부의 시각과 태도가 향후 크게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에는 공급 속도를 중요시했지만 이제는 속도보다 안전이 우선순위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에 따라 공사 기간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나아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작게는 3기 신도시를 포함해 앞으로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사업들이 순차적으로 밀릴 것이다. 크게는 주택 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이 해결되는 시기가 그만큼 늦춰질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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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심리 줄지만 집값 상승은 지속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큰 요인 중 하나인 매매 수요는 2021년 대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투자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한국은행의 주택가치전망지수는 하락 추세다.

2021년 12월 발표된 지수는 107이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아직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지만 역대 평균치가 107.5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투자 심리는 평균치 이하다. 2021년 10월까지만 해도 125에 달했던 이 지수는 2개월 만에 18포인트나 줄어들 정도로 시장의 투자 심리는 빠르게 식고 있다.

2021년에는 역대급으로 늘어난 유동성과 줄어든 공급량, 조급한 투자 심리 등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다. 반면 2022년에는 집값 상승의 한 축인 투자 심리가 식으며 2021년만큼의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단, 시중 유동성이 역대급으로 유지되고 있고 공급 부족 현상이 여전히 심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집값 하락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정도는 아니지만 지난 5년간의 평균 상승분인 6.8% 이상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기적으로는 대선이 있는 올해 상반기에는 시장이 안정적으로 흐르다가 새 정부 출범의 기대감이 있는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에는 공시가 인상과 보유세 과세 등 악재가 호재보다 많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서는 악재보다 호재가 더 많다. 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이 소멸된 전세 매물이 시중에 풀리면서 전셋값을 끌어올릴 것이고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실수요자들을 임대에서 매매 시장으로 몰고 갈 수 있다. 또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지급이나 새 정부의 경제 부양 정책 등으로 시중 유동 자금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집이나 주식 등 투자의 세계에서는 방향성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락론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일수록 스스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투자의 책임과 결과는 모두 본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