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와 문화 결합한 마케팅…게임 출시·굿즈 발행으로 새로운 시도 나서
[비즈니스 포커스] 한진그룹의 2022년 연말 인사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 조현민 한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회사 측은 조 사장의 승진에 대해 “한진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어 나갔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 신임 사장이 물류 사업에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하고 업계 최초로 물류와 문화를 결합한 ‘로지테인먼트(logistics+entertainment)’를 구축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그동안 물류를 비롯한 B2B 기업들은 B2C에 비해 마케팅에 관심을 덜 기울여 왔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운영 등을 통해 B2B 기업들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잡기에 뛰어들었지만 한진의 ‘로지테인먼트’는 이보다 더 적극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 제작과 콘텐츠 투자 등 그동안 어느 물류 기업도 시도하지 않았던 마케팅 방식이기 때문이다.
업계 최초 게임 출시로 첫걸음
지난해 5월 한진이 업계 최초로 출시한 모바일 택배 게임 ‘택배왕 아일랜드’는 로지테인먼트의 첫 콘텐츠로, 무형의 택배·물류 서비스를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 3D 형태의 캐주얼 아케이드 게임이다. 택배왕을 꿈꾸는 11종의 캐릭터 ‘한진택배 히어로즈’가 모여 악당의 장난으로 마비된 택배 시스템을 구한다는 주제로 대표적인 택배 프로세스인 분류·상차·배송·라스트마일 프로세스를 모티브로 한 미니 게임 3종을 즐길 수 있다.
유저들은 ‘택배왕 아일랜드’에 대해 택배·물류 프로세스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며 물류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왜 게임일까? 한진 측은 택배와 물류의 배송 시스템을 게임에 접목해 고객들에게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게임'이라는 수단을 택했다고 설명한다.
'택배왕 아일랜드'는 로지테인먼트의 첫 번째 작품이다. 향후 한진은 컨테이너 항만과 항공 등으로 물류 세계관을 확장할 계획이다.
한진은 로지테인먼트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도 연계했다. 한진 관계자는 “현재 게임 내 광고를 게재 중인 GS홈쇼핑·KB손해보험 외에도 더 많은 기업들의 광고를 유치해 해당 수익을 택배 운전사의 노동 환경 개선에 활용하는 등 회사와 택배 종사자가 상생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도 창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 소스 멀티 유스’도 시행 중이다. 지난해 9월 ‘택배왕 아일랜드’의 캐릭터 중 유저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한강(강아지), 토토(토끼), 덕구(오리너구리)를 활용해 이모티콘을 제작했다. 이모티콘은 택배를 기다리는 고객의 설렘과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활약하고 있는 택배 운전사를 향한 고마움을 담은 택배 관련 표현 8가지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 8가지로 구성돼 있다.
스타벅스처럼…한진 ‘굿즈’로 팬덤 만들까
‘팬덤’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기업들이 열을 올리는 ‘굿즈 마케팅’에도 참가했다. 한진은 1월 3일 업계 최초로 택배·물류의 재미있고 스마트한 모습을 담은 다양한 브랜드 굿즈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굿즈는 초콜릿 기프트 세트, 블록 완구 2종, 차량 방향제, 연필 케이스 세트 등 총 5종으로 구성돼 있다.
초콜릿 기프트 세트는 택배 차량 모양의 틴 케이스에 한진택배 박스로 포장된 미니 초콜릿이 담겨 있다. 해당 상품은 지난해 12월 택배 운전사와 물류 현장직 1만여 명에게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담아 연말 선물로 제공된 바 있다.
블록 완구는 한진택배 차량과 컨테이너 터미널의 겐트리 크레인을 그대로 본떠 제작한 키덜트 상품이다. 특히 한진택배 차량 블록은 언택트 시대의 생활 물류 주역인 택배 운전사가 택배 상자를 옮기는 모습을 재현했고 겐트리 크레인 블록은 다양한 컬러의 컨테이너와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운반 차량에 싣는 모습을 재현해 아기자기한 매력과 디테일을 살렸다.
차량 방향제는 택배 게임 ‘택배왕 아일랜드’의 캐릭터 1종의 실리콘 피규어 형태로 향후 다양한 택배 게임 캐릭터 방향제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연필 케이스 세트는 HB 연필 8자루가 담겨 있는 틴 케이스로 한진의 고유 컬러와 로고가 디자인돼 있다.
한진은 브랜드 굿즈를 통해 택배·물류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진 관계자는 “MZ세대와 키덜트족 등 더 많은 고객에게 한진의 다양한 모습을 재미있게 소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투자도 시행 중이다. 한진은 택배를 소재로 한 단편 영화 ‘백일몽’을 제작, 후원하고 투자했다. 이 작품은 향후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한진은 로지테인먼트 마케팅이 택배·물류 서비스를 최종적으로 접하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로지테인먼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그동안 B2B 기업들이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마케팅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근히 다가간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당장 매출과 연계되지는 않더라도 미래의 소비자인 MZ세대에게 트렌디한 기업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마케팅이 과연 얼마만큼의 사업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도 있다. 한진의 주요 사업 영역인 물류와 택배는 기업 간 거래가 다수다. 이러한 질문에 한진 관계자는 “로지테인먼트를 통한 마케팅 활동이 물류·택배를 접하는 최종 고객에게 스마트하고 매력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며 “회사의 전문성과 신뢰성에 최종 고객의 긍정적인 호감도가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기업 고객을 포함한 다양한 신규 고객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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