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해외 부문 수요 증가…새해부터 회사채 시장에서 뭉칫돈 몰려

[마켓 인사이트]
코웨이의 아이콘 정수기 사진=코웨이 제공
코웨이의 아이콘 정수기 사진=코웨이 제공
한국 정수기 시장 1위 기업 코웨이가 새해부터 기관투자가들의 ‘투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코웨이는 한국 최초로 렌털 마케팅을 도입하는 등 확고한 사업 경쟁력을 갖췄지만 대주주 이슈로 부침을 겪으면서 공개 모집 회사채 시장에선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주주 변경 이슈를 마무리하고 시장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면서 공개 모집 회사채 시장에서 오버부킹(발행액보다 많은 수요가 몰리는 것)을 이끌어 냈다. 단, 거세지고 있는 렌털 시장 경쟁과 추가적인 재무 부담 완화는 코웨이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2000억 모집에 5400억 투자 집중

코웨이가 비우호적 시장 환경에서도 기관투자가들의 뭉칫돈을 그러모아 주목받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기관투자가들이 회사채 투자에 몸을 사리고 있지만 탄탄한 사업 기반과 확고한 시장 지위를 갖춘 코웨이에는 마음을 열었다.

코웨이는 올해 초 총 2000억원의 공개 모집 회사채를 발행하기에 앞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실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3년 만기와 5년 만기로 분산해 회사채를 발행한다.

3년 만기 회사채는 당초 12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수요 예측에 4400억원의 투자 수요가 몰렸다. 5년 만기 회사채는 당초 예상 금액이던 800억원을 웃도는 1000억원의 투자 수요가 집중됐다.

자산 운용사와 연기금·보험사 등이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2000억원 모집에 5400억원의 수요가 확인됐다. 코웨이는 최종적으로 3100억원으로 회사채를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기업어음(CP) 등 단기 차입금 상환에 대부분 사용할 방침이다.

코웨이는 최근 대주주가 바뀌면서 재무 전략을 큰 폭으로 수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중 은행을 통한 대출이나 CP 발행으로 필요 자금을 조달했다. 이에 따라 다른 기업 대비 단기 차입금 비율이 높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았다. 또 자금 조달 창구가 협소해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을 때 원활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코웨이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회사채 시장에 10년 만에 얼굴을 나타냈다. 단기 차입 위주의 조달 전략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에서 자금 조달·활용 전략을 쓰겠다는 의지에서다.

이와 함께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 기관투자가·투자은행(IB)들과 체계적으로 네트워크를 쌓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CP 발행이나 은행 대출에 비해선 절차가 복잡하고 조달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지속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추진해야 시장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 향후 자금 조달 추진 과정에서 금융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점차 올리고 있어 우량한 신용 등급을 갖고 있는 기업일지라도 기관투자가들의 투심을 섣불리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코웨이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갖고 있고 해외 부문의 수요도 늘고 있어 수요 예측 전부터 기관투자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코웨이, 대주주 이슈 해결로 기관 투심 잡기 성공
게임과 가전 렌털의 시너지 주목

코웨이는 대주주 관련 이슈가 유난히 많았던 기업이다. 웅진그룹이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에 팔렸다.

하지만 웅진그룹이 다시 인수에 나서 코웨이를 되사는 데 성공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웅진그룹의 자금 사정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계열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다시 주인이 바뀌게 됐다.

2020년 2월 재매각 과정에서 코웨이의 최대 주주는 넷마블이 됐다. 지난해 9월 기준 넷마블의 지분율은 25.1%다.

코웨이의 신용 등급은 이전까지는 ‘A+(장기 신용 등급 기준)’를 유지해 왔다. 넷마블로 최대 주주가 바뀐 후 신용 등급이 ‘AA-’로 올랐다.

넷마블이 공시한 배당 정책에 맞춰 현금 유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배당 등 현금 흐름 제약 요인이 완화되면서 차입금 상환과 재무 안정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신용 평가사들은 판단했다. 그동안 높은 수준의 배당 성향은 코웨이의 재무 구조 개선을 막았다.

코웨이는 오랜 사업 경험, 우수한 브랜드, 영업 조직 관리 능력 덕분에 한국 정수기 렌털 시장에서 1위의 지위를 갖고 있다. 1만3000명 수준의 서비스 전담 조직이 정기적인 방문을 통해 고객을 유지·관리해 고객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누적 계정은 891만 개에 달한다. 한국 647만, 해외 244만 개 등이다. 특히 최근 들어선 말레이시아의 계정 수가 빠르게 증가해 222만 개가 됐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향후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부문 비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 렌털 시장의 높은 성장세로 볼 때 앞으로 해외 부문 비율이 높아지는 동시에 코웨이의 성장 기반 역시 강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코웨이는 2016~2020년 동안 평균 6.9%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력 제품인 정수기가 높은 수준의 보급률과 경쟁 심화로 성장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프리미엄 신제품 출시로 활로를 찾았다.

지난해 1~3분기 정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 또 미세먼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확산 이슈로 공기청정기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매트리스와 의류 관리기 등 렌털 제품 다각화를 통한 매출 성장도 전체적인 실적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그렇다고 코웨이의 사업 전망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많은 기업이 시장에 잇달아 진입하면서 경쟁 강도가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 정수기 등 주력 제품군에서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사업 기반 유지와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투자 지출이 늘어나면 코웨이의 재무 부담 감축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코웨이의 신용 등급 하향 조정 기준으로 매출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과 순차입금 의존도 지표를 들고 있다. 연결 기준 매출 대비 EBITDA가 40% 미만 수준으로 지속되거나 순차입금 의존도가 15%를 초과하면 현재 ‘AA-’인 신용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코웨이의 매출 대비 EBITDA는 35.7%다. 2018년 30.3%, 2019년 26.4%, 2020년 39.3%로 40%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순차입금 의존도는 2018년 28.9%, 2019년 29.9%, 2020년 21%, 지난해 1~3분기는 20.8%다.

넷마블 계열 편입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주요 관찰 요인 중 하나다. 넷마블이 코웨이를 인수하기로 했을 때 시장 참여자들은 게임과 환경·가전 렌털이라는 이종 사업 간 결합에 주목했다. 어떠한 시너지를 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측이 나왔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넷마블이 인수 목적으로 밝힌 정보기술(IT) 기반의 운영 노하우와 구독 경제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접목되면 사업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