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 근저당권자, 선순위 근저당권 채권 최고액 전액 우선 배당 염두에 둬야

[법으로 읽는 부동산]
부동산 임의 경매 시 후순위 근저당권자들의 대처법[조주영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부동산 담보 대출을 하면서 1순위 근저당권이 된 후 다른 채권자가 동일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하면서 2순위, 3순위 등의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채무자가 채권자(근저당권자)들에게 변제하지 못해 부동산 임의 경매가 진행될 때 여러 근저당권자들은 각각의 채권 최고액을 한도로 해 경매 대금을 그 순위에 따라 배당받으므로 상호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이해하기 쉽게 각색해 봤다.

C 씨는 100억원 정도의 토지 소유자다. 그는 A은행에 40억원을 연이율 5%로 담보 대출하면서 채권 최고액을 52억원으로 정해 위 부동산의 1순위 근저당권자가 됐다. 직후 B은행은 C 씨에게 최대 한도의 담보 대출을 요청받았는데 B은행은 향후 C 씨가 변제하지 못해 위 부동산 임의 경매가 진행되면 그 경매 대금이 현 시가의 70%인 70억원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경매로 인한 제반 절차가 종료되는 시점을 위 A은행의 1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시점에서 약 2년 후일 것으로 예상했고 그러면 A은행은 약 44억원의 원리금(원금 40억원+2년 치 이자 4억원)을 배당받을 것이었기 때문에 위 부동산에 26억원의 담보 여력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최소 경매 대금 70억원-A은행의 1순위자로서의 배당액 44억원) B은행은 20억원을 연이율 5%로 담보 대출해 줬다.

그리고 채권 최고액을 26억원으로 설정해 위 부동산의 2순위 근저당권자가 됐다. 약 22억원의 원리금(원금 20억원+2년 치 이자 2억원)은 충분히 배당,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B은행의 2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후 A은행은 채권 최고액 52억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C 씨에게 10억원을 추가로 대출했고(총 50억원 대출), C 씨가 이자 지급을 지체하자 경매 신청해 결국 70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A은행의 원리금은 54억원으로 이미 채권 최고액을 초과한 상태였다. 이에 경매법원이 A은행에 채권 최고액인 52억원을, B은행에 나머지 18억원을 배당하는 배당표를 작성하자 B은행은 “A은행에 최초 대출 채권액 40억원에 대한 원리금만 배당해야 하고 추가 채권액 10억원에 대한 원리금까지 배당하는 것은 위법”이라면서 배당 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A은행의 1순위 근저당권 설정 당시의 피담보 채무에 그 이후의 추가 채무가 포함됐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원고 B은행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근저당권은 피담보 채무의 최고액만을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보류하여 설정하는 저당권”이라며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에 근저당 설정자와 근저당권자의 합의로 채무의 범위 또는 채무자를 추가하거나 교체하는 등으로 피담보 채무를 변경할 수 있고 위와 같이 변경된 채무가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다. 후순위 근저당권자 등 이해관계인은 근저당권의 채권 최고액에 해당하는 담보 가치가 근저당권에 의하여 이미 파악되어 있는 것을 알고 이해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경으로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대법원은 2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라고 하더라도 1순위 근저당권 당사자들은 자유로이 피담보 채무를 증액할 수 있고 위와 같이 증액된 피담보 채무액은 채권 최고액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당금으로 전액 회수된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이다.

후순위로 근저당권자가 되려는 사람은 보통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등기부에 기재된 채권 최고액 전액을 배당받을 수 있다는 위험을 염두에 두고 그 부동산의 담보 여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위 대법원 판결은 단순히 매우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1심과 2심이 ‘1순위 근저당권 설정 당시의 피담보 채무만을 1순위 근저당권자 배당액의 기준’으로 판단한 이유는 이에 대한 2순위 근저당권자의 기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1순위 근저당권의 채권 최고액이 등기부에 명시된 이상 2순위 근저당권자의 위와 같은 기대는 전혀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언제나 후순위 근저당권자는 담보 여력 평가 시 선순위 근저당권의 채권 최고액 전액이 우선 배당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주의해야 한다.

조주영 법무법인 신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