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사진=서울대 제공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사진=서울대 제공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회사가 필요한 자금을 분할된 자회사의 상장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한국의 특수한 기업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카카오의 행보 역시 기존의 대규모 기업 집단들의 기업지배구조와 유사한 형태로, 이번 문제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것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카오의 성장 방식인 물적 분할이 논란이 됐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방향은 굉장히 다르다. 네이버의 지주사는 하나다. 네이버파이낸셜에서 성과가 나와 주가에 반영되면 네이버에도 반영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비상장 자회사인 만큼 당연한 귀결이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유튜브의 실적이 좋으면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의 주가에 반영된다. 유튜브가 잘나간다고 유튜브를 상장할까. 그렇게 못한다. 미국에서는 바로 소송감이다. (물적 분할을) 아예 상상할 수 없다. 미국에선 카카오·SK·LG가 하는 모든 물적 분할은 불가능하다.”

-선진국에선 물적 분할 이슈가 없나.

“물론 미국에서도 물적 분할을 통해 상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핵심 사업을 분사해 하는 일은 없다. 곁다리 사업을 가지치기하거나 비관련 사업을 없앨 때 쓰는 것이지 신성장 핵심 사업을 떼어 분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만일 물적 분할한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남남으로 갈라선다. 복수 상장으로 계속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룹사의 상장사가 여러 개라면 사실 굉장히 후진적인 구조다. 일본의 사례를 봐야 한다. 지난해 일본 최대 통신그룹인 NTT가 자회사 NTT도코모를 공개 매수해 상장 폐지하기로 했다. 별개 상장사였다가 자회사인 NTT도코모 주주들이 ‘NTT에 부당 지원하는 게 아닌가’ 의문을 제기해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 아예 합친 것이다.

일본에선 현재 대기업 집단의 자회사 상장으로 소액 주주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주주를 전혀 보호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았다.”

-지주사 할인으로 소액 주주뿐만 아니라 대주주도 손해를 본다.

“한국에선 대주주가 주가에 관심이 없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강성부 KGCI 대표가 ‘이상한 대주주’라고 표현하듯이 상속 문제 등으로 주가가 떨어질 때를 오히려 좋아한다.

주가 상승이 대주주에게도 이익이 돼야 하는데 그들에게는 상속 문제가 걸린다. 그래서 대주주와 일반 주주 간 주식에 대한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카카오의 이번 논란은 스톡옵션 행사에서 불거졌다.

“스톡옵션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제도의 취지와 어긋났다는 점이다. 미국에선 개별 계약의 형태로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도 최소한 얼마간 매매하지 못하도록 자율 규제를 두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별도 규제가 없기 때문에 스톡옵션 행사가 ‘지금 우리 주가가 피크입니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해결책은 있나.

“문제는 법원이다. 영미법에선 주주들의 손해를 인정하는 것이 폭넓게 보장돼 있어 회사가 개인 주주를 무시하지 못하지만 한국에선 손해 인정에 굉장히 소극적이다. 집단 소송은 더하다. 미국에선 ‘집단 소송’으로 사회가 움직이는 반면 한국에선 증권 관련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것부터가 굉장히 어렵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이제 시작되고 있다. 과거에는 소액 주주를 주주로 취급하지 않았다. ‘동학개미운동’ 이후 소액 주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으니 긍정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본다.”

-현시점에서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뭔가.

“한국 기업들은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잘하고 있다. 일각에선 기업에 문제를 삼는 것에 대해 ‘반기업 정서’라고 하지만 한국 사람들만큼 우리 기업에 자부심과 애정을 갖는 곳도 드물다.

그런데 소액 주주를 대하는 태도는 외부 세력으로 취급하거나 투기꾼으로 취급하는 시선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기업의 지배 주주들 역시 상장했다면 수탁자 의식이 있어야 한다. 이제 오너십이 아닌 스튜어드십으로 경영을 다시 볼 때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