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기술력·다양한 글로벌 고객사 보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미국·유럽·중국 생산기지 구축
누적 수주 잔고 260조원…“CATL 추월할 것”

[스페셜 리포트] 한·중 배터리 자존심, LG에너지솔루션 vs CATL
그래픽=송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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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더의 시대’가 저물고 LG에너지솔루션의 시대가 올까.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CATL(닝더스다이)에 빼앗긴 주도권을 탈환할 기회가 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료 확보부터 보조금 지원까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폭풍 성장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에 2021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를 내준 상태다.

하지만 최근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급성장 중인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최대 수혜주로 LG에너지솔루션이 부각되고 있다. 반면 CATL의 위상은 점점 흔들리고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탈CATL’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국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급하던 보조금도 2023년부터 폐지하기로 해 CATL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배터리의 대표 주자이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패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의 경쟁력을 SWOT 분석을 통해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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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최강자 자리를 놓고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CATL(닝더스다이)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K배터리 맏형인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중국 CATL을 뛰어넘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패권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을 통해 마련한 10조2000억원의 투자금으로 북미 지역 5조6000억원 등 전 세계 생산 기지에 2024년까지 약 9조원을 투자해 국내외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중국·유럽 등 생산 기지 증설로 생산 능력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도 공격적으로 나서 중국 CATL을 따돌리고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CATL도 공격적인 증설에 나섰다. CATL은 2021년 11월 450억 위안(약 8조5200억원)의 유상 증자 계획을 공시하면서 유상 증자 필요성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의 자금 조달과 생산 시설 확충’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이 배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이 배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30년 전 구본무가 시작해 결실 본 초격차 기술력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 1위, 세계 2위 배터리 업체로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2020년 12월 설립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1996년 리튬 이온 배터리 연구·개발(R&D)을 시작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해 왔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업은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뚝심과 끈기의 리더십이 이룬 성과다. 구 회장은 일찌감치 배터리 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한 해에 2000억원의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매출액 17조8000억원,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의 2인자로 꼽히는 권영수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끌고 있다.

권 부회장은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본격화한 2012년 초부터 2015년 말까지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배터리 사업 성장을 이끌었고 중대형 배터리를 시장 1위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권 부회장은 1월 10일 IPO 기자 간담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소형부터 대형까지 원통형에서 각형·파우치형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고객이 요구하는 가격대와 성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업”이라며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CATL보다 수주 잔액이 더 많고 머지않아 시장점유율에서 CATL을 추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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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단위 투자로 CATL 맹추격…글로벌 5각 생산체제 구축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의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유럽의 폭스바겐·르노·볼보·아우디·다임러, 메르세데스-벤츠·재규어·포르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4분기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약 260조원의 수주 잔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의 예상 수주 잔고가 3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해 대형 고객사들을 선점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전기차 산업은 빠른 성장세에 따라 초반 주요 고객사를 확보해 안정적인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JV 설립은 2차전지 내재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고객사는 JV를 통해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고 제조사는 초기 투자금 부담을 덜 수 있는 데다 대형 고객사까지 파트너로 확보할 수 있어 제조사·고객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침투율이 낮은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다. 미국은 신북미자유협정(USMCA :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협정)을 통해 완성차는 물론이고 핵심 부품 제조에서도 역내 조달 비율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비율은 순 원가 기준으로 기존 62.5%에서 2025년 7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현지 생산 공장 증설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시장 선점, 세계 1위 탈환 나선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주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고 있고 미국 완성차 2위 GM, 4위 스텔란티스와 각각 JV를 설립했다.

GM과 설립한 합작사 얼티엄셀즈는 미국 오하이오 주 1공장, 테네시 주 2공장에 이어 미시간 주 랜싱에 3조원을 투자해 3공장을 짓기로 했다. 얼티엄셀즈는 4공장도 추가 설립하기로 했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2월 1일(현지 시간) 2021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상반기 중 4번째 배터리 합작 공장 위치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LG와 협력을 지속하면서 조만간 4공장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8위 완성차 업체이자 ‘탈내연기관’을 선언한 일본 혼다와도 미국에 JV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유럽·중국과 함께 3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로 폭발적인 성장이 전망된다. IHS마킷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합산) 배터리 시장은 2021년 46GWh에서 2023년 143GWh, 2025년 286GWh로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만 58%에 달한다.

바이든 정부가 공격적인 친환경차 전환 정책을 펼치면서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송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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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은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차와 함께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에도 약 11억 달러(약 1조1700억원)를 투자해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 합작 공장이 완공되면 ‘한국-미국-중국-폴란드-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업계 최다 글로벌 5각 생산 체제를 완성해 글로벌 시장 선두 주자로서의 기반을 한층 강화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순수 전기차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는 미국·중국·유럽 등 3개 지역에 생산 거점을 구축한 전 세계에서 유일한 배터리 기업이다.

전 세계 주요 거점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면 △주요 거점별 현지 생산을 통해 물류 비용 등 최적화 △현지 시장 변화의 빠른 포착 △완성차 업체 근거리에서 제품 적기 공급 및 신속한 기술 지원 등에서 앞서갈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주 잔액 내역을 바탕으로 2021년 총 배터리(파우치·원통형 포함) 생산 능력을 연간 155GWh 수준으로 확장했다. 이는 1회 충전 시 380km를 주행할 수 있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를 260만 대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2025년에는 40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각형 중대형 전지, LFP(리튬·인산·철) 전지 등의 상용화도 준비 중이다. LFP는 에너지 밀도가 낮고 용량이 적지만 그만큼 가격 경쟁력에서 이점이 있다. 또한 삼원계에 비해 분자 구조가 안정적이어서 화재 위험도 낮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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